파브르의 “곤충기”라는 책은 읽어보지는 못했더라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게다. 사실 나도 딱 그 정도였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곤충을 관찰한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정도. 이번에 손에 든 책 제목에 실린 “파브르”가 바로 그 파브르다. 저자는 그의 곤충기에 나오는 다양한 곤충들의 식생 중 일부를 옮기면서 생명의 신비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사실 책을 손에 들기 전에는 그냥 곤충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을 줄 알았다. 물론 곤충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저자는 그 사이에 파브르의 자연(과 곤충이라는 생명)에 대해 보여주는 경이라는 태도, 관찰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귀납적 연구 방식과 함께, 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겸손히 인정할 줄 아는 지적인 겸손,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었던 기독교 신앙(그는 가톨릭 신자였다)에 대해 아울러 덧붙인다.
요컨대 단순히 파브르의 곤충기를 요약해 놓은 게 아니라, 제목처럼 파브르의 관점(안경)을 또한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저자의 기독교 신앙도 함께 배어든다. 과학자로서의 정체성과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나름의 안정된 지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