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선택한 폭탄 테러라는 방식은 강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던 부작용이었다. 그들은 폭탄을 터뜨리기 전 반드시 사람들을 피신하도록 경고하는 전화를 걸었다. 다만 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 빌딩에 설치한 최초의 폭탄은, 5분 전 경고 전화에도 불구하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많은 인명이 사사당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조직원들의 마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비록 폭탄이라는 수단을 사용했지만 젊은이 특유의 단순함과 과몰입, 그러면서도 순진한 면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인명피해를 일으킨 행위는 분명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겠지만, 같은 행위라도 우리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조금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컨대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투척은 우리에게 “의거”로 남아있고,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마 친일파들을 권총으로 처형하는 모습을 보고 환희를 느끼지 않던가.
그래서 이 책이 좀 더 어려웠다. 일제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민족의 후예로서 우리는 “전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일으킨 가공할 만한 전쟁범죄의 최종 책임자이자 S급 전범이었던 일본 천황까지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봉창 의사의 시도가 정당하다면,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리고 희생된 민간인들은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도...
폭력은 무조건 나쁘다는 감상주의적 태도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과연 "정의로운가" 묻는다면 그 답 역시 쉽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