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여행이란 돈을 들여서 흔들림 하나 없이 길을 달리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단순히 여행하는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태도의 문제이다.

 

 

[요약]
 

        파리를 여행하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너무나도 추운 파리의 겨울을 견디다 못해하는 동료들과 함께, 뜨거운 열대지방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결심을 하고(사실 그러면 그 곳은 ‘겨울’이 아니지 않은가), 사막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네 명의 동료들이 목적지로 택한 곳은 아프리카 서해안. 돈 좀 더 모아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여행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일행들은 자동차를 몰고 사막을 가로질러 여행을 하기로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도나휴는 이 때의 여행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는 사막에서 만난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지혜로, 인생이라는 사막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사막을 건너며 경험했던 일을 잠시 언급하고, 그와 관련된 인생의 지혜를 서술하는 형태로 책의 내용은 이어 진다.

 

 


[감상]

 

         전형적인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경험했던 일들을 통해 깨달은 ‘구체적 상황의 지혜’를 ‘일반적 상황의 지혜’로 확장시켜 나가는 식의 글쓰기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지혜’ 하나하나의 내용은 훌륭하다. 특별히 버릴 것도 없고, 반대할만한 것들도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막여행이라는 ‘경전’에서 소재를 뽑아 설교하는 ‘설교자’로 비춰진다. 설교의 내용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걸까.

 

        저자는 이런 유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유수의 기업들에서 세미나 강사는 물론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어쩜 하는 일들도 딱 목사다. 교회들을 돌면서 부흥회나 집회를 인도하고, 성도들 개인의 어려운 일들을 상담해주고.. 세상이 점점 발전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상담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교회든, 성당이든, 또는 이런 사설 상담가들이든 사람들은 점차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교회로서는 위기이다.

 

         적용의 내용에는 크게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없지만, 현상에서 적용으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지나치게 자의적인 요소나 억지로 끼우기 식의 논리전개가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막의 모래 구덩이에 빠진 차를 빼내기 위해서는 타이어의 바람을 약간 빼야 한다는 현상에서, 저자는 사막과 같은 인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는 자신을 비우고 좀 더 겸허해 져야만 한다는 ‘지혜’를 이끌어 낸다.(사실 교회에서도 이런 식의 설교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히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국부적인 경험을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너무 각박하게 쫓기며, (저자의 말처럼) 소위 ‘목표지향적인 삶’만을 살아가는데 익숙해져서 지쳐버린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종합평가]

 

난이도

★★★☆☆ 3.0

여행 이야기는 원래 어렵지 않다

흥미도

★★★☆☆ 3.0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글솜씨

★★★☆☆ 3.0

전문적인 작가적 냄새는 안 남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tmedusa 2009-01-0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ver Opencast의 "風林火山의 분야별 대표 도서 소개"(http://opencast.naver.com/BK175)라는 캐스트의 캐스터 風林火山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제 캐스트에 발행했는데, 혹시라도 발행을 원치 않으시면 '캐스터에게 한마디'에 적어주시거나, itmedusa@gmail.com으로 메일 주세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마틴 루터 킹 - 세계 인물 시리즈 2
마틴 루터 킹 지음 / 열린서원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일신상의 관심사들에 대한 부질없는 집착에서 벗어나

온 인류에 대하여 광대한 사랑을 품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진정으로 살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1. 요약

         이 책을 한국에서 펴낸 사람은 출판의 기본이 안 된 사람이 분명하다. 원제인 'The Word of Martin Luther King, Jr.'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마틴 루터 킹 2세의 어록’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별 이유 없이) 무책임하게, ‘마틴 루터 킹’이라는 제목을 붙여 놓아서, 마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전기로 착각하도록 만든다.

 

        더구나 저자명을 ‘마틴 루터 킹’이라고 붙여 놓아서, 마치 킹 목사가 직접 쓴 책인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책에 나온 모든 연설이 킹 목사가 직접 했던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가 직접 의도하고 하나의 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편집해 놓은 책이다. 그렇다면 편저자의 이름을 따서 ‘코레타 스코트 킹 편저’라고 해 놓아야 하지 않는가.(참고로 코레타 스코트 킹은 킹 목사의 부인이다.)

 

        불만을 잠시 삭히고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 보면, 이 책은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은 ‘어록’이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들어 있는 유명한 연설, ‘저는 높은 산정상에 올라 약속의 땅을 바라보았습니다.’라고 외쳤던 마지막 연설 등, 킹 목사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나도 알고 있을 만한 연설들을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엮어 놓았다.

 

2. 감상

        평생을 바쳐서 흑인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투쟁했던 킹 목사의 열정과 비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연설들이다. ‘어록’이라는 게, 독자들이 특별히 감동을 받을 만한 것들로만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멋진 말들이 연속해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매 페이지마다 채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들로 가득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비폭력’이라는 투쟁방식에 대한 킹 목사의 헌신적인 태도이다.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방식.

 

        그다지 두껍지 않기 때문에, 진지하게 읽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을 만한 책.

 

 3. 종합평가 

난이도

★★☆☆☆ 2.5

비교적 쉬운 내용

흥미도

★★★☆☆ 3.5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게 하는 책

글솜씨

★★★★☆ 4.0

보석 같은 연설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님의 음성
달라스 윌라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체적으로 말해,

항상 하나님께 나아가 구체적 지침을 구하기보다는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조용한 내면의 공간을 가꾸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1. 요약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이 가능한가?


        무슨 ‘믿음 없는’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공개적으로는 아니라도 마음 한 편에 늘 품고 있는 질문이 아닐까? 왜 성경에 기록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들렸던 하나님의 그 음성이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걸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기 위해 쓰였다.

 

         저자는 우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인 대화 없이 어떻게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인격적 동행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하나님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왜 나는 듣지 못하는가? 나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걸까?

 

        보통 이런 질문이 나오면, 이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각 방법의 장단점을 서술하는 내용이 나올 차례지만, 달라스 윌라드는 그런 식으로 내용을 진행시키지 않는다. 도리어 처음에 말했던 주제, 즉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하는 주제를 좀 더 심화시킨다.

 

        하나님은 우리를 혼자 놓아두지 않으시며(사실 그것이 당연하다.), 온 우주가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 존재하고 있다. 이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와 구원은 오직 그 분의 말씀을 통해 이루어진다. 저자는 이런 식의 설명방식을 택함으로써, 독자에게 자신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의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달라스 윌라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저자가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는 ‘방법’은, 마음을 통해 전해지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저자는 다른 방식들과 함께 이 방법을 잘 분별하기만 한다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오해를 하면 안 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마치 로봇처럼 어떤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사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이라는 개념에서 이런 식의 기계적 삶의 방식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방법 대신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음성을 듣는 삶’에는 보다 풍성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려는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2. 감상

 

        책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단지 저자의 이름만 보고 빼어 든 책이다. 얼마 전 읽었던 ‘마음의 혁신’의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음의 혁신’보다 몇 년 앞서 출판된 책이었는데, 긴 호흡의 문장들, 개념에 대한 깊은 설명,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 지점을 향해 큰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접근해가는 방식 등, 저자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이라는 개념 안에 담긴 풍성한 의미들에 대한 깊은 묵상 끝에 나온 고찰들이다. 단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관해서 ‘알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음성 안에 살 때만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변화와 관련된 설명은, 전에 이 주제와 관련해서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반면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때로 이 책은 지루하게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아예 그런 ‘방법론’에 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법에 대한 설명은 책 전체 내용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1장과 2장, 5장과 8장을 중심으로 읽어보기 바란다. 가능하다면 9장까지 함께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멋진 글이다. 다만 지나치게 잦은 만연체의 문장들은 개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는 데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독자에게 읽기 힘든 책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3. 종합평가

 

난이도

★★★★☆ 4.0

약간은 긴 문장이 쉽지 않을지도

흥미도

★★★☆☆ 3.5

제목만봐도 흥미롭지 않은가

글솜씨

★★★★☆ 4.0

개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요약]

 

        저녁이 되면 늘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목욕을 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오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오이는 일본인이다. 그녀는 지금 마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인의 집에서 살고 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벌써 4년 째 함께 하고 있다. 마빈은 아오이를 사랑하고, 아오이도 마빈을 사랑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외식을 하고, 크게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둘은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아오이에게는 늘 뭔가 부족해 보였다. 집,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보석 가게, 그리고 도서관. 그를 무척이나 사랑해주는 마빈이 있었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에게는 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듯 했다. 무엇 때문일까.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사는 아오이지만, 언제나 ‘일본’이라는 말은 의도적으로 피한다.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접혀져 있던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펼쳐진다. 4년간의 일본 유학.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쥰세이와의 사랑, 그리고 이별. 아오이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했던 것이다. 마빈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오이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쥰세이가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국 마빈을 떠나보내고 나오게 된 아오이. 오래 전 쥰세이와 약속했던 일이 기억났다. 아니, 한 번도 그 약속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날, 피렌체의 두모오에서 만나자는 약속. 결코 쥰세이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오이는 어느새 두모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 쥰세이.

 

        모든 것이 해결되나 싶었지만, 오래된 두 여인은 단지 사흘 만을 함께 했을 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감상]

 

        유명한 작품이다. 말로만 듣던 소설이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언젠가는 한 번 제대로 마음먹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그래서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나오면 일부러 보지 않았다. 영화를 먼저 보면, 소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드디어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약간은 들뜬 기분을 잠시 누르고 책을 넘기기 시작. 이틀이지만, 시간상으로는 고작 몇 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다. 멋지다.

 

        이 소설에는 말이 많지 않다. 아니, 혹시 다른 소설과 비슷한 정도의 대사량이라도 하더라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는 말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제시하기보다는, 그냥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보여주는 방법은 객관적인 시각이 아니라, 많은 경우 주인공인 아오이의 눈으로 본 세상, 즉 아오이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섬세하면서도, 좀 다른 느낌의 시각. 이 소설만의 매력이다.

 

        한참을 읽다보면, 어느새 작가가 써 내려가는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을 하도록 만드는 솜씨. 이거 잘못하면 팬이 되어 버리겠다.

 

        사랑하면서도 함께하지 못하는 두 사람. 마빈과 아오이. 아오이와 쥰세이. 뭘까. 이 기분은.

 

 

 

[종합평가]

 

난이도

★★☆☆☆ 2.5

어렵지 않은 사랑 이야기

흥미도

★★★★☆ 4.0

사랑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

글솜씨

★★★★☆ 4.0

대단한 필력(筆力)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재회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 과거를 짊어진 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1. 요약

 

        아오이가 잊지 못하는 그 남자, 쥰세이. 이번 책은 쥰세이의 삶과 생각을 그리고 있다. 아오이를 떠나보낸 뒤, 준세이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리움을 늘 마음 한 편에 품고 산다. 이탈리아에서 고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하면서, 메미라는 연인과 함께 동거하며 살아가는 쥰세이. 메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아오이는 늘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

 

        일하는 공방에서, 자신이 복원하던 코사의 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찢어진 것을 발견한 쥰세이는 잠시 동안 일을 놓아 버린다. 얼마 후 공방이 문을 닿았고, 고민 끝에 아오이를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쥰세이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아오이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장소들을 다시 찾으며 점점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 쥰세이. 어느 날 학창시절의 친구인 다나카로부터 아오이가 이탈리아에 살고 있으며, 미국인 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직 아오이가 8년 전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쥰세이의 마음은 이미 약속의 그 장소, 피렌체의 두모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쥰세이를 찾아 일본까지 온 메미도 그의 결심을 막을 수 없었다.

 

        마침내 약속한 그날.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아오이가 나와 있었다. 8년만의 재회. 사흘 간 두 연인은 지난 시간의 간격을 메우려는 듯이 열정적으로 보내지만, 그것은 메워질 수 없었다. 사흘 후 떠나는 아오이를 쥰세이는 잡지 못한다. 잠시 동안 플랫 홈에서 멍하니 서 있던 쥰세이. 하지만 곧 결심을 한 그는 아오이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특급열차 표를 끊는다. 과연 둘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2. 감상

 

        앞서서 에쿠니 가오리가 쓴 동명의 소설을 읽던 중에, 친구 녀석 하나가 이 책에 얽힌 ‘비밀’을 알려주었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소설이 한 권 더 있으며, 두 작가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두 연인의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중에 좀 더 찾아보고 나서야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라는 두 명의 작가가 한 달에 한 편씩의 글을 연재하기로 하고, 에쿠니는 아오이의 입장에서, 츠지는 쥰세이의 입장에서 각자의 글을 쓰기로 했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두 명의 작가가 쓰는 하나이자 두 개인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읽어 나갈 때는 에쿠니의 소설과 계속 비교를 해 가며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처음 든 느낌은 에쿠니의 글에 비해 명시적인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말이 많아 보였다. 역시 인물의 섬세한 심리적인 묘사는 여자에 미치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좀 다르게 느껴졌다. 츠지가 그렇게 많은 말로서 스토리를 진행시켜주었기 때문에, 또 다른 한 명의 저자인 에쿠니 가오리가 그토록 함축적인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사랑했었던 두 연인이,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만났는데, 왜 고작 사흘 밖에 함께 할 수 없었을까. 8년이 너무 길었던 걸까. 그래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한 걸까?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둘이 헤어진 8년 전부터, 쥰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은, 기억은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서로에 대한 8년 전의 사랑, 8년 전의 추억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8년 후에 만난 서로에게서 ‘이질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8년 동안을 기다려서 다시 만난 사랑, 멋있다. 하지만 그건 인간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감상이다. 지난날의 감상으로 내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랑으로 그들의 현재를 채우지 않는다면, 미래의 사랑도 알아서 오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예전의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그 사랑을 ‘복원’하려는 데만 8년이라는 기간을 쏟아버렸다. 아오이를 쫓아간 쥰세이는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었을까. 시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말로 가능할까.

 

  

3. 종합평가

 

난이도

★★★☆☆ 3.0

좀 복잡한 사랑 이야기

흥미도

★★★☆☆ 3.5

시도 자체가 흥미로운 소설

글솜씨

★★★☆☆ 3.5

지나치게 '서술적'인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