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요약]

 

        저녁이 되면 늘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목욕을 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오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오이는 일본인이다. 그녀는 지금 마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인의 집에서 살고 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벌써 4년 째 함께 하고 있다. 마빈은 아오이를 사랑하고, 아오이도 마빈을 사랑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외식을 하고, 크게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둘은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아오이에게는 늘 뭔가 부족해 보였다. 집,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보석 가게, 그리고 도서관. 그를 무척이나 사랑해주는 마빈이 있었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에게는 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듯 했다. 무엇 때문일까.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사는 아오이지만, 언제나 ‘일본’이라는 말은 의도적으로 피한다.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접혀져 있던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펼쳐진다. 4년간의 일본 유학.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쥰세이와의 사랑, 그리고 이별. 아오이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했던 것이다. 마빈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오이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쥰세이가 있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국 마빈을 떠나보내고 나오게 된 아오이. 오래 전 쥰세이와 약속했던 일이 기억났다. 아니, 한 번도 그 약속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10년 후 아오이의 생일날, 피렌체의 두모오에서 만나자는 약속. 결코 쥰세이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오이는 어느새 두모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 쥰세이.

 

        모든 것이 해결되나 싶었지만, 오래된 두 여인은 단지 사흘 만을 함께 했을 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감상]

 

        유명한 작품이다. 말로만 듣던 소설이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언젠가는 한 번 제대로 마음먹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그래서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가 나오면 일부러 보지 않았다. 영화를 먼저 보면, 소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드디어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약간은 들뜬 기분을 잠시 누르고 책을 넘기기 시작. 이틀이지만, 시간상으로는 고작 몇 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다. 멋지다.

 

        이 소설에는 말이 많지 않다. 아니, 혹시 다른 소설과 비슷한 정도의 대사량이라도 하더라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는 말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제시하기보다는, 그냥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보여주는 방법은 객관적인 시각이 아니라, 많은 경우 주인공인 아오이의 눈으로 본 세상, 즉 아오이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섬세하면서도, 좀 다른 느낌의 시각. 이 소설만의 매력이다.

 

        한참을 읽다보면, 어느새 작가가 써 내려가는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을 하도록 만드는 솜씨. 이거 잘못하면 팬이 되어 버리겠다.

 

        사랑하면서도 함께하지 못하는 두 사람. 마빈과 아오이. 아오이와 쥰세이. 뭘까. 이 기분은.

 

 

 

[종합평가]

 

난이도

★★☆☆☆ 2.5

어렵지 않은 사랑 이야기

흥미도

★★★★☆ 4.0

사랑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

글솜씨

★★★★☆ 4.0

대단한 필력(筆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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