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재회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 과거를 짊어진 채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1. 요약

 

        아오이가 잊지 못하는 그 남자, 쥰세이. 이번 책은 쥰세이의 삶과 생각을 그리고 있다. 아오이를 떠나보낸 뒤, 준세이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리움을 늘 마음 한 편에 품고 산다. 이탈리아에서 고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하면서, 메미라는 연인과 함께 동거하며 살아가는 쥰세이. 메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 아오이는 늘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

 

        일하는 공방에서, 자신이 복원하던 코사의 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찢어진 것을 발견한 쥰세이는 잠시 동안 일을 놓아 버린다. 얼마 후 공방이 문을 닿았고, 고민 끝에 아오이를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쥰세이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아오이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장소들을 다시 찾으며 점점 그리움이 커져만 가는 쥰세이. 어느 날 학창시절의 친구인 다나카로부터 아오이가 이탈리아에 살고 있으며, 미국인 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직 아오이가 8년 전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쥰세이의 마음은 이미 약속의 그 장소, 피렌체의 두모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쥰세이를 찾아 일본까지 온 메미도 그의 결심을 막을 수 없었다.

 

        마침내 약속한 그날. 거의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아오이가 나와 있었다. 8년만의 재회. 사흘 간 두 연인은 지난 시간의 간격을 메우려는 듯이 열정적으로 보내지만, 그것은 메워질 수 없었다. 사흘 후 떠나는 아오이를 쥰세이는 잡지 못한다. 잠시 동안 플랫 홈에서 멍하니 서 있던 쥰세이. 하지만 곧 결심을 한 그는 아오이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특급열차 표를 끊는다. 과연 둘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2. 감상

 

        앞서서 에쿠니 가오리가 쓴 동명의 소설을 읽던 중에, 친구 녀석 하나가 이 책에 얽힌 ‘비밀’을 알려주었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소설이 한 권 더 있으며, 두 작가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두 연인의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중에 좀 더 찾아보고 나서야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라는 두 명의 작가가 한 달에 한 편씩의 글을 연재하기로 하고, 에쿠니는 아오이의 입장에서, 츠지는 쥰세이의 입장에서 각자의 글을 쓰기로 했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두 명의 작가가 쓰는 하나이자 두 개인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읽어 나갈 때는 에쿠니의 소설과 계속 비교를 해 가며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처음 든 느낌은 에쿠니의 글에 비해 명시적인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말이 많아 보였다. 역시 인물의 섬세한 심리적인 묘사는 여자에 미치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좀 다르게 느껴졌다. 츠지가 그렇게 많은 말로서 스토리를 진행시켜주었기 때문에, 또 다른 한 명의 저자인 에쿠니 가오리가 그토록 함축적인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사랑했었던 두 연인이,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 만났는데, 왜 고작 사흘 밖에 함께 할 수 없었을까. 8년이 너무 길었던 걸까. 그래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한 걸까?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둘이 헤어진 8년 전부터, 쥰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은, 기억은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서로에 대한 8년 전의 사랑, 8년 전의 추억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8년 후에 만난 서로에게서 ‘이질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8년 동안을 기다려서 다시 만난 사랑, 멋있다. 하지만 그건 인간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감상이다. 지난날의 감상으로 내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랑으로 그들의 현재를 채우지 않는다면, 미래의 사랑도 알아서 오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예전의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그 사랑을 ‘복원’하려는 데만 8년이라는 기간을 쏟아버렸다. 아오이를 쫓아간 쥰세이는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었을까. 시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말로 가능할까.

 

  

3. 종합평가

 

난이도

★★★☆☆ 3.0

좀 복잡한 사랑 이야기

흥미도

★★★☆☆ 3.5

시도 자체가 흥미로운 소설

글솜씨

★★★☆☆ 3.5

지나치게 '서술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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