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은 대부분 철학의 문장들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려는 시도의 결과였다고 보고 있다.

종래의 철학자들의 주장들은

한결같이 그러한 주장의 합법성을 갖추지 못한 채

우리 언어의 논리를 남용한 결과

무의미한 문장들을 양산해내었다는 것이다.


- 박병철,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초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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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 역사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7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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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사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글을 썼었는데, 좀 더 범위를 넓혀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국사, 특히 그중에서도 현대사에 관한 이해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은 학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잘 가르치지도 않을뿐더러, 소위 정체성 정치가 심해지면서 현대사에 관한 어이없는 주장들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지난 100년만 봐도 우리나라는 정말 버라이어티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식민지 시절을 경험하기도 했고, 3년간의 내전을 겪었고, 민주 공화국을 건설했다가 군부 쿠데와 군사독재시절을 지나기도 했다. 군주를 처형하는 혁명 없이 다시 민주화를 이루기도 했고. 어지간한 국가가 2, 3백 년 동안 겪어야 할 일을 압축해서 100년 만에 모두 겪은 셈이다. 그뿐 아니라 놀라운 수준의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도시의 외적 변화들, 그리고 최근에는 극단적인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까지...





물론 이 책이 그런 우리나라의 현대사 전체를 조망하게 해 주는 건 아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나라 현대사의 여러 장면들 중 40개를 뽑아서 큼직한 주제 아래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기간 역시 한국전쟁 이후부터 90년대 까지 약 50년에 한한다. 그래도 이 기간 동안 뽑아 놓은 장면들을 보면 정말 이 나라는 다이내믹하구나 싶다.


시점이 시점이다 보니 개인적인 경험과도 어느 정도 겹치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라든지, 성수대교 붕괴, 다미선교회 휴거 사기 같은 것들은 어린 시절 뉴스를 통해 본 것들이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또,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성남의 역사와도 관련된 광주대단지 이주 사건 같은 것들은 좀 더 인상적이기도 했다.


성남시의 기원은 박정희 시절 서울의 미관을 위해 청계천 인근에 살던 빈민들을 거의 반 강제로 이주시켜 만든 광주대단지였다. 집과 편의시설, 일자리까지 만들어주겠다고 판자촌 주민들을 꾀어 보냈지만, 그들이 마주한 건 맨땅에 그어진 줄과 군용텐트가 전부. 물을 한 번 얻으려면 수 km를 걸어가야 했고, 하루에 겨우 버스 네 번만 지나가는 곳에 버려진 이들의 이야기는 군사독재 정부가 보여준 무능함과 잔혹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저자의 시각은 대체로 이 시기의 문제점, 혹은 어두운 지점들을 향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지난 반 세기의 역사가 어둠기만 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감추고 숨기려 했던 이야기들도 있는 법이고, 그런 장면들은 누군가 애써 들춰내지 않으면 그대로 잊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역사와 기억들 또한 오늘의 우리를 구성하는 것들이니 그냥 잊어버릴 수만은 없는 것들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다양한 굴곡을 지나왔다. 주한미군들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들을 처벌조차 못했던 약소국이었고, 독재정권은 각종 정치공작으로 정권을 유지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빠른 성장을 위해 부실공사로 여러 건물들이 붕괴하기도 했고, 외적인 성장에 비해 성숙하지 못했던 내면은 끔찍한 범죄로 나타났다. 느리지만 그런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개선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우리가 정말로 그런 일들을 극복했나 싶다. 백주 대낮에 아파트들이 무너져 내리고, 무도한 정권은 노동자들을 깡패로만 몰기 바쁘다. 어느 샌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해 언론은 장악되어버렸고.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생각보다 세상이 잠잠한 건, 어쩌면 우리가 근대사를 너무 일찍 잊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난 50년의 다양한 사건들을 스케치 해 가는 책이다. 익히 아는 것이 있더라도, 또는 근대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더라도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가는 데 제법 쓸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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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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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에 한참 두꺼운 책을 손에 들었던지라,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집어 왔다. 이럴 때 자주 찾는 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다행이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이 꽤 많아서 당분간은 계속 이용할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스키점프라는 소재를 중심에 둔다. 고만고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일본의 스키점프계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천재 선수 니레이. 니레이의 팀이 포함된 연합 동계훈련지에서 니레이가 중독되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럼 범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니레이의 코치인 미네기시가 일을 저지른 사람인 것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이제 경찰들이 어떻게 범인을 향해 수사를 해 나갈 것인가와 왜 그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가를 설명하는 두 개의 축으로 이어진다. 도치 추리소설의 유형이다.





사실 스키점프가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기종목도 아닌데다, 가끔 동계 국제스포츠대회가 열릴 때에야 볼 수 있는 수준인지라 좀 생소하긴 했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도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구나 하는 게 재미있는 부분. 작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집에서 몇 번 취재 차 스키장에 다녀왔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 때 구성한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작가로서는 한 가지 흥미꺼리를 포기한 채 이야기를 만드는 셈이다. 아무래도 누가 범인일까를 두고 이런저런 추리를 해 가면서 이야기를 읽는 게 추리소설의 재미이기도 하니까. 도치 구조는 그만큼 전형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또 다른 것으로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혹은 필력)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사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상황으로 어느 정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작가니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는 것도 독자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이야기도 나름 읽어가는 동안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경찰들이 진범을 잡을 수 있을까 하면서.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의 키는 범인이 만든 트릭과 범행 동기에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물론 트릭이라는 게 알고 난 후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범행의 동기 쪽이 좀 아쉽다. ‘이게 동기가 돼?’ 싶지만 뭐 실제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니.





책 제목에 들어있는 “조인”은 새처럼 날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스키점프 선수를 가리키는데, 보통의 선수들과 달리 훨씬 좋은 기록을 내는 니레이를 가리킨다. 소설 속에는 그런 니레이와 같은 선수를 “만들어”(“길러”가 아니라) 내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 등장하고, 이것이 범인인 미네기시를 자극해 일을 저지르도록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하면 과도한 스포일러가 될 테지만, 특별한 종류의 과학적 도구가 사용된다는 점만 말해본다. 사실 갈수록 스포츠에 과학이 접목되는 일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의문이 좀 든다. 우리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건 육체적 탁월함을 보여주는 선수들의 플레이 때문일 텐데, 만약 그게 과학적인 도움으로 상당한 수준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냥 컴퓨터 속 시뮬레이션 게임과 뭐가 다른 걸까. 뭐 스포츠에 대한 열광에는 다분히 감성적인 무엇이 더 크겠지만.


큰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며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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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하나 됨’은 일단 교리를 바로세우고 나서

나중에 가서 추가할 수 있는 선택적 요소가 아니다.

교회가 하나 되는 것은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의 근간이다.

예컨대, 초기 신조들에 나타나는 교회의 표지나 속성에는

단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의 네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하나 됨’이다.


게빈 오틀런드, 『목숨 걸 교리 분별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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