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시각은 대체로 이 시기의 문제점, 혹은 어두운 지점들을 향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지난 반 세기의 역사가 어둠기만 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감추고 숨기려 했던 이야기들도 있는 법이고, 그런 장면들은 누군가 애써 들춰내지 않으면 그대로 잊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역사와 기억들 또한 오늘의 우리를 구성하는 것들이니 그냥 잊어버릴 수만은 없는 것들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다양한 굴곡을 지나왔다. 주한미군들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들을 처벌조차 못했던 약소국이었고, 독재정권은 각종 정치공작으로 정권을 유지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빠른 성장을 위해 부실공사로 여러 건물들이 붕괴하기도 했고, 외적인 성장에 비해 성숙하지 못했던 내면은 끔찍한 범죄로 나타났다. 느리지만 그런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개선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우리가 정말로 그런 일들을 극복했나 싶다. 백주 대낮에 아파트들이 무너져 내리고, 무도한 정권은 노동자들을 깡패로만 몰기 바쁘다. 어느 샌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해 언론은 장악되어버렸고.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생각보다 세상이 잠잠한 건, 어쩌면 우리가 근대사를 너무 일찍 잊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난 50년의 다양한 사건들을 스케치 해 가는 책이다. 익히 아는 것이 있더라도, 또는 근대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더라도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가는 데 제법 쓸만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