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스키점프가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기종목도 아닌데다, 가끔 동계 국제스포츠대회가 열릴 때에야 볼 수 있는 수준인지라 좀 생소하긴 했다. 이런 소재를 가지고도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구나 하는 게 재미있는 부분. 작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집에서 몇 번 취재 차 스키장에 다녀왔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 때 구성한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작가로서는 한 가지 흥미꺼리를 포기한 채 이야기를 만드는 셈이다. 아무래도 누가 범인일까를 두고 이런저런 추리를 해 가면서 이야기를 읽는 게 추리소설의 재미이기도 하니까. 도치 구조는 그만큼 전형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또 다른 것으로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혹은 필력)이 있어야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사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상황으로 어느 정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작가니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는 것도 독자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이야기도 나름 읽어가는 동안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경찰들이 진범을 잡을 수 있을까 하면서.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의 키는 범인이 만든 트릭과 범행 동기에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물론 트릭이라는 게 알고 난 후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범행의 동기 쪽이 좀 아쉽다. ‘이게 동기가 돼?’ 싶지만 뭐 실제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게 현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