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소년 - The Kid with A Bik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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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시릴. 한 달만 있으면 찾으러 오겠다는 아버지는 좀처럼 연락이 없고, 집으로 건 전화 건너편에서는 아버지가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보육원을 빠져나와 결국 집까지 찾아가지만 이미 빈 집. 그런 그를 우연찮게 만나게 된 사만다는 왠지 모르게 그 아이에게 끌리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시릴을 데려와 집에 머물게 하는 위탁부모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삐뚤어지기만 하는 시릴은 동네 형의 꼬임에 빠져 강도짓을 준비하고, 사만다는 그런 시릴을 염려하며 기다린다.

 

 

  

 

2. 감상평 。。。。。。。                    

 

     영화 속 주인공 시릴의 주변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먼저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리를 보육원에 맡기고는 찾아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그의 아빠 기. 그리고 시릴에게 잘해주는 척 하며 결국은 그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동네 형. 마지막으로 어떤 이기심도 없이 시릴을 품어주며 용납하는 사만다. 영화는 이 세 사람 속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는 시릴의 모습을 따라가며,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전통적인 배경에서 혈연이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무엇이다. 아무리 미워도, 나쁜 짓을 해도 결국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용서를 구하면 받아진다는 것이 주요 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혈연은 시릴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것 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시릴이 처한 불안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바로 그의 아빠였다. 그는 가장으로서의 아무런 책임감도, 능력도,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아들을 버리고 상처 주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차가 좀 나긴 하지만)의 존재도 비슷하다. 역시 전통적인 이미지는 종종 가족들보다도 더 끈끈한 정을 쌓으며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특별한 관계로 묘사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릴을 이용하려는 모습으로만 그려지고 있다.

 

     결국 시릴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만다의 기다림과 받아줌이었다. 사실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용서하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왜 그녀는 처음 만난 소년을 그토록 열심히 사랑하려 애를 쓰는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아무튼 시릴을 변화시킨 게 그녀의 온유함과 오래 참음이라는 이라는 건 가족과 친구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사람을 믿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고독한 사회에서는 그저 삐뚤어진 인간 군상들만이 늘어날 테니까. 사람을 길러내는 것마저도 컨베이어 벨트 위의 제품처럼 철저하게 기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래서 조마조마하다. 하나를 받으면 똑같이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공동체 안에서는 시릴처럼 변하는 이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당장은 그냥 잡아 가두고 통제하는 것이 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사회 전체의 손해가 결코 작지 않은데도, 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못하는 걸까.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딱히 튀지 않고 잘 녹아들어갔다. 주인공 시릴 역의 아역 배우 토마 도레의 경우 첫 연기라고 하는데 놀랍다. 또, 벨기에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무난했다. 전반적으로 약간 느슨한 감이 없진 않지만, 강한 메시지는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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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란방 - Forever Enthrall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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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백부의 뒤를 이어 경극배우의 길을 걷게 된 원화. 천부적인 재능과 경극에 대한 열정으로 곧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마침내는 자신을 키워준 십삼연과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최초로 해외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청나라 말기의 격동적인 시대적 상황은 한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게 만들었다. 실존 인물이었던 전설적인 경극 배우 매란방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2. 감상평 。。。。。。。                    

 

     한 위대한 인물의 일생을 다루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그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이니까. 적어도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어떤 주제가 필요하고, 그것이 단순히 그/그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보는 이들의 이야기와도 맞닿을 수 있는 무언가가 또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 예술가의 삶을 그려내기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주제야 그의 업적을 통해 쉽게 확보될 수 있지만, ‘무언가’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섬세함이 생명인 경극배우의 삶일까. 하지만 첸 카이거 감독은 이 작업을 꽤 훌륭하게 해낸다.

 

     개인적으로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본 건 10년 전쯤 ‘투게더’라는 작품이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년과 그의 아버지를 다룬 그 영화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그 음악이 마음에 들었고 한동안 잊히지 않았던 영화였다. 장동건이 출연해 유명해졌지만 딱히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무극’에서도 역시 자극된 것은 눈도 눈이었지만 귀였다. 경극 배우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도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극에 사용되는 배경음악들과 노래들이 나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경극을 다룬 이 두 번째 영화(찾아보니 패왕별희를 만든 바로 그 감독이었다)에서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매란방이라는 인물을 담아 멋지게 표현해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역시 감독의 영향력이 작지 않은 듯하다. 주인공 매란방 역의 여명과 여소군의 연기나 장쯔이, 왕학기 등의 조연들도 탄탄하게 받혀주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는 경극의 화려한 배경은 눈까지 즐겁게 한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분량 때문인지 지나치게 편집된 부분들이 언뜻 보여 맥이 종종 끊어지는 느낌이다.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종흔동의 분량이 사라지는 바람에 장쯔이의 입지까지 애매해지는 등 극이 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을 넣으려 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영화를 두 편으로 나눠 만들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차라리 과감하게 잘라내고 초점을 모으는 게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다. 좀 아쉽긴 했지만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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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 - Tracing Shadow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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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지금의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의 류쿠 왕국으로부터 명나라 태조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온 소미. 하지만 보물을 찾는 이는 그녀만이 아니었고, 여기에 무림 최고수이지만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떠도는 장공이 의도치 않게 끼어들게 되면서 지도는 사라진다. 보름달이 뜰 때면 언제나처럼 보물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과 보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소미를 은근히 돕기 위해 함께 남아 있는 장공. 지도는 의외의 인물이 가지고 있었다.

  

 

 

 

2. 감상평 。。。。。。。                    

 

     한국영화로 치면 예전에 나왔던 ‘낭만자객’ 정도일까? 사극을 배경으로 하지만 중간 중간 현대적 배경의 개그를 넣어 웃음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영화다. 당연히 정통무협물과는 거리가 멀고, 개그코드에 공감하지 못하면 어디서 웃어야 할지조차 포착하기 어려운 장르. 시시한 농담 따먹기가 반복되면서도 딱히 우습지는 않았고, 시원한 액션이나 화려한 무공대결이 없으니 시각적으로도 딱히 매력적인 부분이 없다. 이 둘 사이에서 길을 잃은 영화는 감동도, 재미도 모두 놓쳐버린 그저 그런 영상이 되었다.

 

     물론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스탭들이 고생을 했겠지만, 완성된 걸로 봐서는 그리 고민하고 공들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영화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것들만 모으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걸까? ‘뻔함’ 이라는 단어가 어떤 건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 연기도, 스토리도 그저 평범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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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흐르는 사랑 - The Founta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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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중세 말 적들로부터 스페인의 여왕 이자벨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기사 토마스. 여왕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세계에 있는 생명의 나무를 찾을 것을 명령하고, 토마스는 여왕을 위해 먼 길을 떠난다.

 

     한편 현대의 어느 연구실에서는 의사인 토미가 사랑하는 아내 이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밤낮으로 신약개발에 몰두한다. 첫눈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자는 아내의 청을 거절한 것도 다 바로 그 때문. 그러나 이지는 조금씩 쇠약해져가고 있다.

 

     이 모든 배경들과 함께 줄기차게 등장하는 민머리의 사내 톰. 선승(禪僧)의 복장으로 나무 한 그루만 있는 손바닥만한 별에 서 있는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생명의 나무와 함께 시발라 성운으로의 여행을 계속한다.

  

 

 

 

2. 감상평 。。。。。。。                    

 

     윤회론적 세계관의 배경 위에 어떤 인물이 과거와 더 먼 과거의 삶의 일부를 떠올리게 되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다 마침내 공(空)으로 돌아가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설정은 그냥 불교적 가르침을 담아내려고 하는 모습이다.(어떤 분은 중세와 우주 부분을 각각 영화 속 소설과 주인공 토미의 상상으로 보라고도 하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대사들은 꼭 그런 식으로 봐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지는 않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짐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라는 내용 자체야 어느 정도 멜로적 느낌을 줄 수도 있겠는데, 감독은 앞서의 주제의식에 더 치중을 하려 했던 듯 사랑 자체보다는 해탈에 이르는 길이 좀 더 강조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미래의 어떤 시대로 설정되는 이야기에서는 거의 길을 잃고 있다. 가부좌를 틀거나 몸에 힘을 뺀 채 자유자재로 공중부양을 하는 모습은 동양 고대 종교(혹은 뉴에이지 사상의 영향을 받았을는지도 모르겠다)에 대한 서양인의 어설픈 동경(?)과 같은 시선이 엿보인다.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 보기엔 그냥 얼치기 흉내 정도로밖에는..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색상의 사용이 눈에 띤다. 금색과 흰색. 분위기가 이러니 각각의 이야기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매우 모호한 ‘사랑’이라는 카드뿐이고, 각각의 이야기는 내적으로 충분한 개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종반부로 가면서 영화 속 등장했던 모든 소재들이 뒤섞이면서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것(空)이라는 식으로 급히 이야기가 맺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뭔가를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다면, 먼저 각각의 이야기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서양인들이 보기엔 윤회라는 세계관은 꽤나 신기했을 것이다.(그게 이지와 토미의 상상 속에서든 아니든)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홍보문구에는 이렇게 써 있다)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사랑이 충분히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형태라면 전체적인 그림의 매력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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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구역 - Area 51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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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오래 전부터 외계인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난무하는 네바다 주의 미공군기지, 속칭 51구역. 정부는 외계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여론의 압박에 네 명의 방송관계자들을 기지 안으로 초대하기로 결정한다. 이윽고 열리는 기지. 안내를 맡은 마틴 대령은 적당한 신무기를 공개하는 선에서 여론을 잠재우려고 하지만, 비상사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2. 감상평 。。。。。。。                    

 

     그냥 웃음부터 나오는 영화다. 즐겁고 흥겨운 웃음이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나오다가 어느 순간에는 좀 안타깝기까지 한 그런 웃음이다. 소재 자체는 통속적인 대중영화로서는 알맞은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걸 구현해 낼 수 있는 기술과 능력. 영화는 이 부분에서 0점에 가까웠다. 수천억을 들인 헐리우드의 메이져 제작사가 만든 블록버스터와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작품들이야 애초부터 많지 않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영화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졸업작품으로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니까.

 

     넉넉지 못한 제작비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술한 영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큰 공군기지에 채 한 개 소대도 되지 않는 병력밖에 없다는 것도, 움직일 때마다 여기저기 주름이 잡혀 옷임이 뻔히 드러나는 피부를 가진 외계인도 우리나라에선 80년대 말, 90년대 초에나 통용되던 전형적인 어린이 영화에나 나오던 모습들. 확실히 요즘은 저예산으로 SF물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시대인 듯하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애초부터 극장 상영을 염두하고 만든 영화라기보다는 케이블 채널이나 비디오 시장을 노린 B급 외계인물로 보이는데, 그나마 어설픈 리얼리티로 인해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또 쉽지 않다.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시나리오도 만만찮은 문제를 잔뜩 지니고 있다. 인물들은 모조리 따로따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외계인들조차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영화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이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어디선가 본 듯한 연기를 기계적으로 흉내 내고 있을 뿐이었다.

 

     또 하나의 길이 남을 명작(?)이 한 편 탄생한 느낌. 앞으로 어설픈 SF물을 보면서 ‘이거 완전 51구역 급’이라든지 ‘51구역에서 만든 영화 아냐’라는 식의 말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물론 그것도 이 어설픈 영화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후의 일이겠지만.(우선 이게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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