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흐르는 사랑 - The Founta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중세 말 적들로부터 스페인의 여왕 이자벨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기사 토마스. 여왕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세계에 있는 생명의 나무를 찾을 것을 명령하고, 토마스는 여왕을 위해 먼 길을 떠난다.

 

     한편 현대의 어느 연구실에서는 의사인 토미가 사랑하는 아내 이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밤낮으로 신약개발에 몰두한다. 첫눈을 맞으러 밖으로 나가자는 아내의 청을 거절한 것도 다 바로 그 때문. 그러나 이지는 조금씩 쇠약해져가고 있다.

 

     이 모든 배경들과 함께 줄기차게 등장하는 민머리의 사내 톰. 선승(禪僧)의 복장으로 나무 한 그루만 있는 손바닥만한 별에 서 있는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생명의 나무와 함께 시발라 성운으로의 여행을 계속한다.

  

 

 

 

2. 감상평 。。。。。。。                    

 

     윤회론적 세계관의 배경 위에 어떤 인물이 과거와 더 먼 과거의 삶의 일부를 떠올리게 되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다 마침내 공(空)으로 돌아가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설정은 그냥 불교적 가르침을 담아내려고 하는 모습이다.(어떤 분은 중세와 우주 부분을 각각 영화 속 소설과 주인공 토미의 상상으로 보라고도 하지만, 영화 속 등장하는 대사들은 꼭 그런 식으로 봐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지는 않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짐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라는 내용 자체야 어느 정도 멜로적 느낌을 줄 수도 있겠는데, 감독은 앞서의 주제의식에 더 치중을 하려 했던 듯 사랑 자체보다는 해탈에 이르는 길이 좀 더 강조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미래의 어떤 시대로 설정되는 이야기에서는 거의 길을 잃고 있다. 가부좌를 틀거나 몸에 힘을 뺀 채 자유자재로 공중부양을 하는 모습은 동양 고대 종교(혹은 뉴에이지 사상의 영향을 받았을는지도 모르겠다)에 대한 서양인의 어설픈 동경(?)과 같은 시선이 엿보인다.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 보기엔 그냥 얼치기 흉내 정도로밖에는..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색상의 사용이 눈에 띤다. 금색과 흰색. 분위기가 이러니 각각의 이야기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매우 모호한 ‘사랑’이라는 카드뿐이고, 각각의 이야기는 내적으로 충분한 개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종반부로 가면서 영화 속 등장했던 모든 소재들이 뒤섞이면서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것(空)이라는 식으로 급히 이야기가 맺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뭔가를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다면, 먼저 각각의 이야기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서양인들이 보기엔 윤회라는 세계관은 꽤나 신기했을 것이다.(그게 이지와 토미의 상상 속에서든 아니든)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홍보문구에는 이렇게 써 있다)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사랑이 충분히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형태라면 전체적인 그림의 매력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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