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카이퍼의 대표적인 정치 사상 가운데 하나가 영역주권 이론이다. 다양한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발언을 했는데, 이 책은 1880년 자유대학교를 설립하고 했던 개교 연설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카이퍼는 다방면에서 강력하게 도전해 오는 세속주의의 물결에 강력하게 저항하려 했던 인물이다. 네덜란드는 일찍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칼뱅주의 국가로 태어난 바 있었지만, 이미 벌써 카이퍼의 시대에는 국가 운영에 있어서의 세속주의적 영향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카이퍼는 교육 영역에 있어서 기독교적 이념을 반영하는 것을 약화시키는 일체의 시도에 반대한다.(그게 자유대학교의 설립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각각의 영역에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주권적 권한이 있다는 영역주권 이론은, 다분히 이런 교육 기관의 자유를 강하게 주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국가나 교회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했다. 국가가 대학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끼칠 경우, 기독교의 독특한 성격은 필연적으로 “여러 종교들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종교중립성이라는 세속화의 길을 걷게 된다. 또 교회가 대학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대학의 학문적 자유가 필연적으로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영역주권 이론은 정치이론이라기 보다는 대학의 자유에 대한 빛나는 선언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