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과 도덕 - C.S 루이스를 통해 본 일곱가지 치명적인
제럴드 리드 지음, 김병제 옮김 / 도서출판 누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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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C. S. 루이스를 통해 본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악과 도덕”)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루이스의 저작들에 흩어져 있는 악덕(Vice)과 덕(Virtue)에 관한 언급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다. (‘Vice’를 꼭 죄악으로 번역해야 했을까... 뉘앙스가...) 중세 영문학자였던 C. S. 루이스는 중세적 사고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고(이와 관련해서는 최근에 출판된 폐기된 이미지를 보면 좋을 것이다), 그 안에 담긴 깊은 통찰들을(특히 기독교적 통찰들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기를 즐겨했는데, 다양한 저자들에 흩어져 있던 내용들을 한 자리에 잘 모아 정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업일 것이다.

 

     책 제목에 들어가 있는 일곱 가지 악덕’, ‘일곱 가지 덕같은 건 중세식 구분이다. 일곱 가지 악덕이란 흔히 칠종죄라고 부르기도 하는 교만, 시기, 분노, 호색, 탐식, 게으름, 탐욕이고, 일곱 가지 덕이란 분별, 정의, 용기, 절제, 믿음, 소망, 사랑이다. 악덕을 물리치고 덕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가르침은 고대 이래로 역사상 유구히 전해져온 교훈이지만, 모더니즘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런 식의 간섭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렇게 압제적 권위로부터 탈출한 결과 거의 모든 부문에서 방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현대인들의 이런 식의 저항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전 세대가 말하고자 했던 본래의 의미가 상당히 왜곡된 채 전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호색에 관한 경계는 성적인 것에 대한 부정으로 읽혀졌고, 시기를 멀리하라는 교훈은 평등의 요구로 극복되고 말았다.

 

     앞서 말했듯, 루이스는 그런 왜곡된 전승을 교정함으로써, 본래의 교훈이 가지고 있는 진짜 교훈을 드러내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루이스가 살던 당시의 시대적 한계나 그가 상정했던 독자(혹은 청중)의 제한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면이 있다. 저자는 바로 그걸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하고자 이 책을 썼는데, 이 과정에서 루이스만이 아니라 아퀴나스 같은 중세 철학자들과 현대의 여러 저자들의 글을 함께 인용한다.(여기에 저자 자신의 주장도 적잖게 포함되어 있고

 

      이런 구성과 진행이 내용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드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애초에 ‘C. S. 루이스를 통해 본이라는 어구에 매력을 느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게는 살짝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루이스색이 좀 옅어졌다고나 할까. 물론 책 전반에 걸쳐 C. S. 루이스의 글이 가장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저자들의 말을 함께 넣으려다 보니 책이 살짝 산만해진 감도 있고.(일곱 가지 덕과 관련된 부분은 그냥 바로 순전한 기독교” 3장 부분을 보는 게 루이스의 생각을 좀 더 잘 접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의 제목이 ”C.S 루이스를 통해 본 일곱가지 치명적인 죄악과 도덕이라고 되어 있다. S 뒤에 온점(.)이 빠진 것도 당황스럽고 (이건 표지잖아!) ‘일곱 가지일곱가지라고 띄어쓰기를 잘못한 부분도 눈에 걸린다. 게다가 원제의 ‘VICE and VIRTUE’라는 부분을 ‘VICE & MORALITY'라고 바꿔서 표지 상단에 적어놓은 것도 아쉽다. 두 단어는 분명 뉘앙스에 차이가 있을 텐데 말이다. 여기에 책 본문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오타와 완성되지 않은 문장 번역 같은 교정교열의 문제가 독서하는 내내 거슬렸다.(오타만 하더라도 서너 개까지는 세다가 나중엔 그냥 포기해버렸다. 중간에 싹둑 잘라먹은 듯한 문장들도 보이고..)

 

     내용면에서나 편집에서나 좀 더 세심한 정리와 마감이 필요했던 책이다. 하지만 주제와 관련해서는 한 번씩 찾아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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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이미지 - 중세 세계관과 문학에 관하여
C. S. 루이스 지음, 홍종락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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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중세 영문학의 전문적인 연구자였던 C. S. 루이스가 그 시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우주모형(일종의 세계관)이 어떤 구조로 세워졌으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풀어간 책이다

 

      루이스에 따르면 중세는 여러 권위들이 공존하는 시대였다(30). 그들은 그 권위를 지닌 존재들을 그에 걸맞은 위치에 배치시키려고 노력했던 조직가들이었다(36). 이 작업의 근거는 앞선 세대가 낳은 책들이었다. 그들은 책의 권위를 무엇보다 강하게 인정했던 사람들이었고, 책이라면 그것이 시든, 역시책이든, 논문이든 가리지 않았고, 저자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37-38). 이런 특징은 중세 문학 특유의 혼합적 성격을 만들어 낸다. 중세의 우주 모형은 단지 기독교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교적이기도 하다

 

      중세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총체적 관점에서 안도와 만족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여러 작품들에서 그런 우주모형을 인용하고 변주를 주며 즐겼다. 그들은 (현대인들처럼) 엄청난 암흑 속 진주처럼 박혀 있는 지구와 인류를 떠올리는 대신, 반대로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세계를 떠올렸기 때문이다(166). 우리가 그런 상황에 있다면 그들과 꼭 같은 작품들을 남기지 않았겠는가?(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현대의 책들을 보면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루이스는 중세인들의 작품은 그들의 관점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그것을 통해 중세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295). 비록 그들의 주장이 상상과 (잘못된) 추론에 기인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의 우주 모형이 오늘날 우리의 것과 같지 않다고 해서 오류가 진리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으로만 보며 과거의 모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실 모든 우주 모형은 그 시대에 알려진 현상들을 하나의 모델로 설명하려는 노력이니까.(오늘날의 모델도 우리의 시대적 한계를 갖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2. 감상평 。。。。。。。

     고전 문학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루이스인 만큼, 이 책에서 인용하는 출처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단테와 초서 같은 잘 알려진 저자들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비전공자라면 처음 들어봤을 만한 저자들을 망라한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그런 모르는 저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글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늘 가던 익숙한 곳을 넘어, 아주 새로운 광경을 보는 것에 있지 않던가. 책을 여행지로 본다면 이 또한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일 거다. 이런 점에서, 폐기된 이미지는 우리가 오래되어서 더 이상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고대 유적지를 탐방할 때 느끼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제공해 줄 것이다.

 

     앞서 정리해 둔, 이 책의 전반적인 전개와 주제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중세 사람들에 관한 다양한 이미지를 얻게 된다. 예컨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중세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그들이 그린 지도와 작품에 쓰인 표현이 그런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건 당대의 지도제작기기술과 표현양식의 부족 탓이지 실제로 그런 지도처럼 세상이 생겼다고 여겼던 건 아니라는 것이다(“중세의 지리는 많은 부분이 로망스적인 것에 그칩니다“, 211).

     중세 텍스트의 장르를 구분하는 방식이 오늘날의 것과는 사뭇 다르며, 달 너머 세계니, 원동천이니 하는 중세 특유의 우주론도 흥미롭다. 여기에 중세 예술의 겸손한 특성까지 이르면 루이스가 중세의 다양한 문헌들을 가지고 하나의, 공연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짝짝짝

 

     예전에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 방대한 배경지식에 감탄했었는데, 루이스의 이 작품 역시 그 못지않은 지식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홍성사에서 펴낸 기독교를 주제로 한 책들과 성격은 좀 다르지만, 내 루이스 컬렉션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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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삶 - C.S.루이스를 통해 본
제럴드 리드 지음, 조혜정 옮김 / 엔크리스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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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C. S. 루이스의 사상 중 거룩이라는 주제에 관한 내용을 모아 정리해 낸 글. 물론 단순히 발췌와 요약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저자의 해석도 추가되었다.

     1부에서는 루이스가 거룩함이라는 것의 실체를 (모호한 느낌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확실히 믿고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인간이 거룩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기 위한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인 하나님의 형상자유의지를 루이스가 어떻게 강조했는지를 보여준다. 3부에서는 거룩의 반대, 방해물인 에 관해, 4부에서는 거룩을 위해 어떤 것들을 감당해야 하는지가 주로 제시된다. 5부는 거룩의 본체인 삼위 하나님에 관해 각각 정리하는 부분인데, 그 중 성부에 관한 설명에서는 여성신학용어교정이 갖는 무리점을 좀 길게 설명한다.

 

 

2. 감상평 。。。。。。。

     루이스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루이스 애호가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나름 루이스 연구서들을 여러 권 읽어봤는데, 이 책처럼 한 가지 주제를 잡고 그에 관해 루이스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은 접근인 듯하다. 비슷한 종류로 C. S. 루이스의 천국과 지옥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둔 책도 있었다.

 

 

     ‘거룩은 오늘날 그리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막연히 성스러운 느낌만이 강조되어 이교적 사고와 연결이 되는가 하면, 또 반대편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비실재정도로 여겨지며 무시되기 일쑤다. 하지만 루이스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실재가 확실한 것처럼 거룩이라는 목표, 상태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있어서 거룩해지라는 것은 우선 성경의 강조점 중 하나니까.

 

     여러 저작들에 펼쳐져 있는 루이스의 거룩에 대한 생각을 한 권으로 모아 놓은 데에 큰 의의가 있는 책이다. 다만 그 구조가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짜여 있다는 느낌이 살짝 부족하다. 어떤 일관된 흐름이 있다기보다는 관련된 내용을 이것저것 모아 항목화 했다는 정도? 논지가 명쾌하게 드러나도록 구성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5부의 첫 장에 실려 있는 여성신학에 대한 반론 부분이 살짝 아쉽다. 물론 그 내용에는 상당부분 동의하기는 하지만(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단순히 남녀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신학의 문제라는), 그게 루이스가 말한 거룩이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이 책에 그토록 길게 (논지가 흐트러질 정도로) 써야 했을까.

 

 

      거룩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논의의 중요한 주제로 두려고 한다면 한 번 참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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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 - 그의 삶, 그의 세계 세계 영성의 거장 시리즈 3
더글라스 길버트 & 클라이드 S. 킬비 엮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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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C. S. 루이스의 삶에 관한 또 한 권의 책이다. 루이스의 일생을 연대기순으로 서술해 놓은 책은 여러 권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특징은 역시 많은 사진들이다. 유아복을 입고 있는 루이스의 어린 시절 사진부터, 늘 책 속 이름으로만 접했던 그의 동료들, 또 루이스가 오랫동안 보고, 산책해왔던 자연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2. 감상평 。。。。。。。

     루이스 애호가라면 관심이 갈 만한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다.루이스가 생의 후반부를 보냈던 킬른스에서 일했던 그의 정원사의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뭐. 루이스의 삶에 관해 자세한 설명은 부족하지만, 애초에 책의 콘셉트가 루이스에 관한 이미지들을 소개하는 데 있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오자가 하나 눈에 띄는데, 54쪽에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설립연도를 1960년대라고 쓰고 있다. 바로 몇 줄 아래 옥스퍼드의 가장 오래된 유니버시티 칼리지가 1249년에 설립되었다고 나오는데 말이다. , 19페이지에 루이스가 간음 같은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는 문장은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사진이 많아서 금방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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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스토리북 -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김민선 옮김 / 계림닷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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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총 일곱 권으로 구성된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는 몇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책은 그 중 가장 먼저 영화로 제작되었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다시 스토리북으로 엮었다. 각 페이지마다 영화 속 장면 이미지와 간략한 줄거리를 담은 몇 개의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2. 감상평 。。。。。。。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 냅다 구입했다.(루이스 빠) 사실 뭐 거의 주요 줄거리만 요약해 둔 수준인지라 내용만 보면 원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 경우엔 그냥 성지순례를 가서 거리를 지나다가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발견한 듯한 느낌으로 집어 든지...

     무비 스토리북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건지, 글보다는 그림이 주가 된다.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에는 강점을 지니는 듯하나, 루이스의 문장이 담고 있는 묵직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뭐 다 나이 대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한 거니까.

     알라딘을 뒤져보니 같은 번역자가 같은 출판사를 통해 낸 비슷한 종류의 책이 두 권 더 있다. 그런데 각각 책 제목이 나니아에 온 걸 환영해요툼누스 씨와 차를 마셔요. 원작을 읽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제목이 이 책에서 다룬 내용과 겹치는데 갑자기 그 정체가 궁금해졌다. 모두 절판도서긴 한데,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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