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지음 / 오르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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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집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마지막으로 시집을 봤던 게 학교에 다닐 때였던가. 알라딘 북플에 올라온 글을 보다 보면 자주 시집에 관한 포스팅을 보게 되는데, 그게 머릿속에 남았는지, 도서관에 간 김에 모처럼 시집을 한 권 꺼내 들었다.

     여러 시집들 중에 굳이 이걸 꺼내든 이유는 책장을 넘기다가 본 한 구절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었는데, 이런 내용이다.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보며 파리는 업어주고 자기는 업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거의 수필처럼 보이는 산문시인데, 평범한 시골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사건 속에서 깊은 아쉬움, 아련함, 미안함을 끄집어내는 능숙한 솜씨가 마음에 와 닿았다.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귀농을 한 시인은 이 작은 시집에서 전원적인 풍경을 물씬 담아낸다. 일상적인 일들, 풍경들에서 작은 것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런 소리들을 듣지 못하는 나 같은 도시인들에게 번역해 준다. 덕분에 시들을 읽으면 눈앞에 파란 풀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모두 마흔다섯 편의 시들이 실려 있는데 물론 다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아니고, 앞서 인용했던 것 외에 두세 편 정도가 더 있었다. 한 달에 한 권 쯤은 시집을 일부러라도 골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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