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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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20대 후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 전문 작은 서점 일단멈춤을 연 작가가 풀어놓은 서점 창업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에 맞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부터, 직접 지인과 함께 인테리어를 하고, 총판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카드 리더기를 설치하는 등 서점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부터, 식사와 화장실 문제, 가게 앞 주차된 차량들을 처리하는 문제 같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처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책의 후반부, 작가는 2년 여 동안 운영해 온 서점의 문을 닫는다. 서점 운영이 삶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일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그에 반해 자신만의 시간은 줄어들어버렸다. 여기에 수입마저 이전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어들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과연 그녀의 도전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2. 감상평 。。。。。。。

 

     ​작가가 열었던 작은 서점처럼, 잔잔하게 일상을 살피고 기록한 에세이다.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한 일들을 기록해 놓아선지, 작가가 경험했을 당황스러움, 곤란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책방을 취미로 하는 게 아닌 이상,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으로 양분되어 있는 우리나라 서점계 상황에서, 작은 동네 서점이 살아남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단순히 낭만적인 생각으로 뛰어들 일은 아니라는 거. ‘생활인이 된다는 건 그만큼 무게감이 있는 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만의 서점을 여는 일은 일종의 로망이다.(이건 나 역시 마찬가지) 내심 작가의 도전을 응원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결국 현실적인 벽이 점점 높아져 나가는 모습이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비단 작가만이 아니라 책 말미에 붙은 추천사를 쓴 또 다른 작은 서점의 주인 역시 2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만에 서점의 문을 닫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으니.. 2년 그 어간이 소자본 서점창업의 운명의 시간인 건지.(인적, 물적 자원을 소진해 가며 버틸 수 있는..)

 

     사실 경제적인 순익만 생각하면 이 도전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2년여의 기간 동안 온전히 경제적인 손실만을 본 것은 아니겠지만, 서점이 아닌 다른 일을 했을 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수익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는 말. 하지만 이 또한 정밀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회사에서 갑자기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짤릴 수도 있고, 무슨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2년의 도전은 쉽게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서 그녀가 얻게 된 지식과 아이디어들, 인맥은 아직 끝까지 제대로 계산되지도 않았다. 이 일을 통해 또 어떤 일들이 열리고 풀리게 될까. 물론 이 역시 완전히 계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한 치 앞도 정확히 할 수 없는 게 인생인데, 뭘 그리 계산하고 두려워하고, 머뭇거리기만 하는지. 한 발을 크게 내딛고, 조금 멈추고 하더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큰돈을 벌고 쌓아두어야만 잘 사는 건 아니니까. 꼭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한 번 도전해 보자. 두고 두고 후회만 하는 것보다는 백배는 나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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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스토커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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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의 전격 고양이 스토킹 이야기. 처음에는 자신이 사는 동네 이곳저곳을 점거(?)한 채 자신만의 스케쥴을 소화하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곧 (그것도 좀 넓은 범위의)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그리고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자신이 아는 고양이들을 봐주러 와 달라는 요청마저 이어진다.

 

     ​일본 곳곳을, 나아가 지중해의 몰타 섬까지 고양이를 따라 찾아간 작가. 하지만 여느 여행이나 탐방처럼 화려하고 멋진 광경을 따라간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사람이 붐비는 곳엔 고양이들이 발길을 주지 않으니까) 책 속에 그려지는 장소들은 대개 호젓한 골목,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틈새들이다.

 

     ​이 조금은 퀴퀴하고, 뭔가 수상해 보이기도 한 이 소소한 추적기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2. 감상평 。。。。。。。

     이제 도서관에 가면 거의 습관적으로 찾아보는 고양이 관련 책. 제목(“나는 고양이 스토커”)만 봤을 때는 가 사람을 가리키는 건지 고양이를 가리키는 건지 분명치 않았다. 실은 은근히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인간을 스토킹한다는 식의 전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책의 시선은 반대였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들이 하는 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고양이들을 찾아다니며 관전(?)하게 되는..

 

     ​뭐 일본에는 이런 소소한 주제를 가지고 쓴 에세이나 소설들이 자주 발견되니까, 이 또한 그런 일본적 감성을 담은 에세이구나 싶었다. 아주 소소한 것처럼 보이는 데서 뭔가 깊은 통찰을 얻어내는, 그런 전개가 이어질 거라는 예상이 들었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좀처럼 발전이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책 전체가 일관된 흐름을 갖고 전개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칼럼을 모은 구성이다 보니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겠지만, 뭐 칼럼이 아닌 책을 읽는 독자에게 그런 이해를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니까. 거의 독립적인 고양이 관찰 에피소드들이 쭉 이어지고, 한결같이 고양이는 사랑스럽다, 고양이는 좋다는 식의 결말로 마친다.

 

     물론 고양이는 정말 매력적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한 느낌도 든다. (꼭 고양이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서는 지루한 감이 들지 않겠는가?

     사실 작가의 원 직업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곳곳에는 작가의 그런 직업정신(?)이 묘한 데서 발휘되는구나 싶은, 고양이 추적 지도가 여러 장 그려져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글에도 그게 좀 느껴지긴 하지만,) 멋을 내지 않으면서도 애정이 듬뿍 담긴 그림이다.

 

 

     무슨 대단한 교훈이나 가르침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한 장 한 장 읽어본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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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플레이어 - 크로스로드 SF 앤솔로지
리락 외 지음 / 케포이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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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여덟 명의 한국 SF 작가들의 중단편 소설을 모은 책. SF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상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당장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과학적 상상력들이 가미되어 있다.

     집 전체가 일종의 염탐장치가 되는 미래 주택, 인간과는 다른 식의 문화를 형성한 외계인과의 조우, 전 은하의 존경을 받는 미식가의 모험 이야기, 다른 사람의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 갑자기 나타난 운석세례와 그 뒤에 감춰진 진실, 평행우주, 토성의 한 위성에서 불시착한 인간들이 겪은 기묘한 사건, 끝으로 스마트변기까지 크고 작은 상상력이 만들어 낸 재미있는 이야기들.

 

 

2. 감상평 。。。。。。。

     흔히 장르문학이라고 부르면서 순수문학에 비해 뭔가 부족한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하는 SF장르지만, 책 서문에도 실려있는 것처럼 이즈음 우리나라에도 SF 장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웃나라인 중국만 해도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뛰어난 작가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는 소문인데, 땅 크기나 인구수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라고 해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바는 없지 않겠는가.

     상상력으로 승부하는 이런 이야기는 일단 재미가 있다. 바쁜 가운데서 틈틈이 읽어도 크게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소란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내 경우엔 지하철 안에서 하루 만에 거의 다 읽었다.) 단편이다 보니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으로 남는 건 아니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지점들은 확실히 묘한 재미가 있다.

 

     물론 여러 작품이 실려 있다 보니 작품 간에도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마다 분위기도 달라서, ‘맛의 달인같은 경우는 약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나지만 아직은 너의 시대가 아니다는 스마트 변기와 신경전을 벌이는 한 가장의 조금은 우스운 분투기다. 다만 완성도도 달라서 듀나 작가의 하필이면 타이탄은 일견 열린 마무리처럼 보이기도 하나 그보다는 완결을 짓지 못한 것처럼 보이고, ‘맛의 달인의 경우는 거의 완전히 구분되는 두 개의 이야기를 억지로 엮은 듯한 구성이다.(차라리 각각의 이야기가 한 편이라고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드림 플레이어의 꿈에 관한 탐구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를 떠올리게도 했고.

     하지만 역시 현실을 조금 벗어나서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해 주는 이런 이야기들은 좀 더 두꺼워도 좋을 것 같다. 책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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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
가와이 하야오 지음, 최용우 옮김 / 사계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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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고양이가 등장하는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주제별로 분류해 놓은 책. 당연히 모든고양이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니고, 저자가 알고 있고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언급된다.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도 있어서 일본의 옛 이야기가 다수 소개된다.

     저자는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에 주목한다. 고양이는 사납고 난폭하기도 하지만, 꾀가 많고 자립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매혹적인 면도 가지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아주 느긋한 게으름뱅이의 모습도 보인다. 양면을 넘어 다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 고양이의 이런 다양한 모습을 따라 이야기를 분류하고, 각 이야기 속 고양이의 특성과 여기에 반영되어 있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사상을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고양이영혼사이의 관계에 집착한다. 영혼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독특한데, 영혼을 몸과 마음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두 부분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것. 이런 차원에서 영혼은 불가결하지만 명확히 보여줄 수가 없는 애매한 존재인데, 이런 면이 고양이와 닮았다는 주장이다. (약간 억지스럽긴 하다)

 

2. 감상평 。。。。。。。

     표지에 묘한 느낌의 고양이가 앉아 있다. 최근에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지라 이런 책을 보면 괜히 눈이 간다. 도서관 신간코너를 살피다가 별 부담 없이 골랐다.

 

      고양이라는 소재를 담은 이야기가 전 세계에 걸쳐 이렇게 다양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익히 읽어본 작품을 설명하는 장면을 만날 수도 있고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이런 옛날이야기 책이라면 대박은 아니라도 소소한 재미는 확실히 준다.

 

      다만 아무래도 저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중에서 추린 것일 수밖에 없기에, 전반적으로 일본 이야기가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뭐 일본 이야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접해보기 힘든 일본의 옛 이야기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실감이 좀 덜 난달까. 저자는 신나게 설명을 하는데 그런 얘기가 있구나정도의 반응이니까. 물론 이건 일본 이야기만의 문제는 아니고, 잘 모르는 작품을 소재로 한 글을 읽을 때 겪게 되는 공통적인 문제다.

 

      앞서도 언급했듯, 책 전반에 걸쳐서 고양이의 다양한 면을 강조하면서 영혼의 특성과 지나치게 연결시키려고 하는 부분은 확실히 억지스럽다. 그냥 좀 더 캐주얼 하게 진행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심리학 전공자이다보니 계속 뭔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개인적으론 이 심리학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기도 하면서, 항상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는 생각)

 

 

      이야기 속 고양이는 현실 속 고양이의 느낌은 좀 덜하다. 좀 더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느낌의 녀석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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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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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일제의 가혹한 식민지배가 끝나고 마침내 해방을 맞은 조선 땅.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 그지없었다. 가난한 남편 정씨를 떠나 몽실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한 밀양댁. 하지만 새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영득이 태어나면서 몽실은 금세 찬밥신세가 된다. 견디지 못하고 고모를 따라 홀로 집으로 돌아온 몽실. 얼마 후 새 어머니를 맞이하고 동생이 태어난다. 그새 몸이 약한 새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마침 6.25가 일어나 아버지마저 징병을 당해 떠나버렸다.

 

     졸지에 갓 난 동생을 업고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게 된 몽실. 어쩜 하는 일마다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을까 싶지만, 그 조그만 몸 어디서 나오는 용기인지 설움을 삼키면서 자신의 앞에 주어진 인생의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2. 감상평 。。。。。。。

     몇 번이나 한 번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다가 이제야 책을 손에 들었다. 아동문학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어린이 독자를 상정하고 쓴 책이다. 복잡한 묘사나 미묘한 심리를 설명하는 문장들 보다는 직설적으로 속내를 표현하고, 상황에 대한 묘사 역시 어린이들이 딱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이루어진다. 읽기 쉬운 책이고, 일이 있어 어디를 다녀오던 지하철 안에서 금세 다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월하게 읽힌다고 해서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해방 직후의 가난하고 혼란한 시대부터,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전후 극심한 피폐기를 어린 나이에 겪어내야 했던 몽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아픔을 요약해 놓은 모양이다. 여기에 몽실이 그 시대를 어디 쉬엄쉬엄 살아오기라도 했던가. 책장을 그냥 담담하게 넘기기 어려운 작품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욱 문장을 빨리 읽어내 버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쟁, 가난, 질병 같은 재난은 늘 몽실 같은 약자들을 먼저 덮치고, 더 오래 괴롭힌다. 어리고, 약하고, 소외되어 있는 이들은 늘 문제의 최전선에 나가 있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한 발 뒤에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들은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그 가운데서도 이익을 뽑아내곤 하고.

 

      이런 세상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계산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거래를 통해 유리함을 취하려는 태도가 몸에 배기 마련.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런 삶의 방식을 처세의 지혜같은 말로 꾸미기 시작했다. 그런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쟁취해내고, 더 큰 성공을 얻어내는 것이 인생의 성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소설 속 몽실은 그런 통속적 성공의 길에서 벗어나 있다. 몽실은 계산하지 않고, 평가하지도 않는다. 일견 순응적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 몽실 만큼 강한 인물도 없다. 나이는 늘 어린 축에 속했지만, 주변의 어른들에게도 뭔가 다른 것을 보게 만들어주는 몽실의 매력은, 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녀는 약한 이들을 긍휼히 여길 줄 알았고, 온갖 이유를 대며 틀린 것을 옳다고 억지를 부리는 어른에 대항해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단호하게 저항한다. 천국은 이런 이들의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이야기의 결말이 좀 서둘러 마무리된 듯한 느낌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싶은 캐릭터들이 몇몇 보인다. 30년 후 몽실의 모습으로 바로 넘어갔던 것도, 그리고 30년 후의 모습도 좀 아쉽고.(물론 이건 몽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세속적 기대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이야기가 어린이를 위한 것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본문 내내 잔뜩 비비 꼬아놓다가 결국에는 권선징악이더라는 식으로 어설프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들과는 달리, 이 작품의 마무리야 말로 착한 결말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내용이다.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을, 오늘날의 몽실이들이 좀 더 힘을 내주기를. 그리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좀 더 신경을 써 주고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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