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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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일제의 가혹한 식민지배가 끝나고 마침내 해방을 맞은 조선 땅.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 그지없었다. 가난한 남편 정씨를 떠나 몽실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한 밀양댁. 하지만 새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영득이 태어나면서 몽실은 금세 찬밥신세가 된다. 견디지 못하고 고모를 따라 홀로 집으로 돌아온 몽실. 얼마 후 새 어머니를 맞이하고 동생이 태어난다. 그새 몸이 약한 새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마침 6.25가 일어나 아버지마저 징병을 당해 떠나버렸다.

 

     졸지에 갓 난 동생을 업고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게 된 몽실. 어쩜 하는 일마다 이렇게 안 풀릴 수 있을까 싶지만, 그 조그만 몸 어디서 나오는 용기인지 설움을 삼키면서 자신의 앞에 주어진 인생의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앞으로 나아간다.

 

 

2. 감상평 。。。。。。。

     몇 번이나 한 번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다가 이제야 책을 손에 들었다. 아동문학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어린이 독자를 상정하고 쓴 책이다. 복잡한 묘사나 미묘한 심리를 설명하는 문장들 보다는 직설적으로 속내를 표현하고, 상황에 대한 묘사 역시 어린이들이 딱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이루어진다. 읽기 쉬운 책이고, 일이 있어 어디를 다녀오던 지하철 안에서 금세 다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월하게 읽힌다고 해서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해방 직후의 가난하고 혼란한 시대부터,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전후 극심한 피폐기를 어린 나이에 겪어내야 했던 몽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아픔을 요약해 놓은 모양이다. 여기에 몽실이 그 시대를 어디 쉬엄쉬엄 살아오기라도 했던가. 책장을 그냥 담담하게 넘기기 어려운 작품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욱 문장을 빨리 읽어내 버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쟁, 가난, 질병 같은 재난은 늘 몽실 같은 약자들을 먼저 덮치고, 더 오래 괴롭힌다. 어리고, 약하고, 소외되어 있는 이들은 늘 문제의 최전선에 나가 있으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한 발 뒤에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들은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그 가운데서도 이익을 뽑아내곤 하고.

 

      이런 세상에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계산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거래를 통해 유리함을 취하려는 태도가 몸에 배기 마련.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런 삶의 방식을 처세의 지혜같은 말로 꾸미기 시작했다. 그런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쟁취해내고, 더 큰 성공을 얻어내는 것이 인생의 성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소설 속 몽실은 그런 통속적 성공의 길에서 벗어나 있다. 몽실은 계산하지 않고, 평가하지도 않는다. 일견 순응적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 몽실 만큼 강한 인물도 없다. 나이는 늘 어린 축에 속했지만, 주변의 어른들에게도 뭔가 다른 것을 보게 만들어주는 몽실의 매력은, 그렇게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녀는 약한 이들을 긍휼히 여길 줄 알았고, 온갖 이유를 대며 틀린 것을 옳다고 억지를 부리는 어른에 대항해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단호하게 저항한다. 천국은 이런 이들의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이야기의 결말이 좀 서둘러 마무리된 듯한 느낌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싶은 캐릭터들이 몇몇 보인다. 30년 후 몽실의 모습으로 바로 넘어갔던 것도, 그리고 30년 후의 모습도 좀 아쉽고.(물론 이건 몽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세속적 기대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이야기가 어린이를 위한 것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본문 내내 잔뜩 비비 꼬아놓다가 결국에는 권선징악이더라는 식으로 어설프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들과는 달리, 이 작품의 마무리야 말로 착한 결말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한 내용이다.

 

     우리 주변에 여전히 많을, 오늘날의 몽실이들이 좀 더 힘을 내주기를. 그리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좀 더 신경을 써 주고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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