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인터넷 서점의 책값 후려치기로

중소형 출판사들이 다들 망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알라딘은 도서정가제법에 반대한다는 배너를 전면에 게시하기 시작.

그 절절한(?) 호소문에 많은 이용자들이 자기들도 반대한다며 댓글을 달고 있고..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싸게 사 볼 수 있다면 싫다고 할 리 만무하겠지만

그것도 출판되는 책들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에야 가능한 상황일텐데..

 

우리나라 출판 유통과정이 대형 인터넷 서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지간한 대형 출판사가 아닌 이상

갑은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이고, 출판사는 을이다.

책을 싸게 팔테니 낮은 가격에 넘기라고 하면, 출판사들은 거절할 수도 없고..

뭐.. 밉보이면 다음부터 온라인 서점에 책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그러려면 출판사들은 애초에 할인해서 줘야 할 것까지 고려해서 정가 자체를 올릴 수밖에..

그리고 그래도 못 버티면 망하는 거고.

책 값이 계속 오르는 게 모두 인터넷 서점들 탓이란 건 아니지만,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한 번 오른 가격이 도서정가제 강화로 내려가는 건 쉽지 않겠지만,

지금처럼 과하게 오르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다.

 

어떤 게 정말 독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걸까?

한 달에 책을 열 권씩 사는 사람이라면,

권 당 2천 원씩을 더 주고 산다고 해도 2만원이면 족하다.

물론 그 돈이면 한 두 권을 더 살 수도 있겠지만,

좋은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들이 다 사라져버리면 그 돈 쓸 데도 없어지는 거다.

게다가 지금도 신간 도서의 할인폭은 제한되어 있다.

출판된 지 1년 반이 넘은 책을 굳이 보고 싶다면 근처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고.

뭐 책 사다가 모으는 비싼 취미활동 하시는 분들이라면,

굳이 몇 천 원을 아까워 하지도 않을 것 같고..(본인의 선택이니까)

 

대형 인터넷 서점으로서는 가격으로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서는 전략을 쓰고도 싶겠지만,

그래서 매출감소를 염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어차피 다 10%만 할인 할 수 있는 거면, 다른 걸 가지고 경쟁하면 된다.

사업 하면서 경쟁을 두려워 해서야...

독과점도 불사하며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대기업이랑 다른 게 뭘까.

 

좀 더 많은 출판사들이 망하지 않고 운영되어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출판계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

좀 더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면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고,

좋은 생각을 담은 원고들이 책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지금 보다 높아질 거고.

 

소위 팔리는 책들만 만들도록 강제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살 돈이 있어도 살 책은 많지 않다고 느끼는 건 나 뿐은 아니겠지?

 

 

 

그냥... 딱히 논리적으로 탄탄해보이지 않는,

자기들의 이익감소가 예상되어 반대한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고,

독자 걱정, 인세 수입이 줄어들 저자 걱정 때문에 반대하는 거라고만 말하는 게 좀 뒤틀려서

졸린 눈을 부비며 몇 자 써 본다.

 

그나저나.. 이런 걸 알라딘 블로그에 올려도 되는건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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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1-2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당장 저만해도 근무 시간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갈 수 없죠. 그래서 없는 돈이지만 털어서 책을 구매하게 됩니다. 도서 정가제도 중요하지만 도서관 이용을 현실적으로 해주는 것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노란가방 2013-01-20 08:09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 반갑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공공도서관의 확대와 이용자 편의 증진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동네(성남) 도서관들에는 야간에까지 문을 열고 있더라구요. 휴관일(금요일)만 빼면 매일 밤 10시까지요. 전 퇴근 후에도 들릴 수가 있는데(또는 휴일 같은 날) 세인트 님은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신가 보네요.
우리나라의 도서관 정책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도서관은 도서관대로, 도서정가제는 도서정가제대로 다뤄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는재로 2013-01-2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도서관의 마감시간이 9시 입니다 근데 그것도 사서가 정리 해야하니까 10전쯤 정리하기 시작하면 그전에 나와야 되는 결국 도서관에서 책 빌리기 힘든어요 게다가 인기 도서는 경쟁이 심해서 빌리려면 예약하고도 한달이상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라 결국 급하면 책을 주문해서 사보는 근처 도서관에 없는 책들도 있고 책을 언제 넣는지도 일정하지 않고 책을 신청해도 책의 비중이 정해져 있어 신청해도 안들여 놓는 경우가 많아요 한예로 신청하고 반년이 지나서 책을 들여 놓은 경우도 있은 결국 그전에 책을 구매해서 읽은

노란가방 2013-01-21 08:15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경우도 있겠네요.
그런데 제가 쓴 글에서 도서관의 경우는 한 가지 예로 든 것 뿐이거든요.
또, 제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봐야겠다 싶은 책이라면, 도서정가제 확대로 지금보다 1, 2천원이 더 들어가더라도 구입하는 게 크게 무리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제가 무슨 재벌이라서가 아니구요..)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도서관 이용이 얼마나 어렵느냐가 아니라, 인터넷서점들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중소형 출판사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점이죠.

마립간 2013-01-21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노란가방님. 저도 윗글에 동감하면서, 도서정가제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도서관에서도 어느 정도 저작권을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란가방 2013-01-21 12:4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마립간님. ^^
도서관의 저작권 지불이라는 말씀.. 어떤 취지인지는 알 것 같네요.
다만 도서관의 경우는 공공서비스라는 차원이 좀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아는 출판 관계자 분들은 전국의 도서관들에서 기본적으로 한 권씩만 구입해줘도 1쇄는 다 나갈 수 있을 거고, 그러면 지금보다는 더 사정이 나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하시더라구요.
저작권도 저작권이지만, 도서관들이 좀 더 많은 책들을 구입해서 비치할 수 있도록 시설이나 도서구입 시스템의 개선도 중요하겠죠.

2013-01-21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1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cona 2018-03-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2018년
지금의 도서정가제로 알라딘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됐지요.
제가 도서정가제로 알게 된것은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운운하던 출판계사람들은 사기꾼이었다는것 밖에는 없네요
뻑하면 커피 값과 도서정가제 반대하면 책 않읽는 인간이라고 몰아붙이는
꼬라지 보아하면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노란가방 2018-03-09 22:4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매출상승의 원인이 꼭 도서정가제 때문이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 않을까 싶네요.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주장하시던 제 주변의 출판관계자분들은 ‘사기꾼‘이 아니셨구요.

도서정가제를 반대한다고 책을 안 읽는다는 비난은 과하지만,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도서정가제와 상관 없이 안 읽는 거니까요)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모두 사기꾼 취급도 지나치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chacona 2018-04-03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중고서점, 그리고 굿즈사업이 호황을 이루게 된 배경은 도서정가제가 밑바탕이 되어준 것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출판계 사람들이 그 당시에 하던 말 되짚어 볼때 사기꾼 맞습니다.
우선 구간재정가 이것 하나만 놓고 봐도 얼마나 독자들을 우습게 여겼는지 알만하죠.
지금도 구간재정가로 책값이 내려갔다라고 사기치는 모모 소장이 있는데
그 사람은 과연 도서재정가 된 서적들이 어떤 서적들인지 확인 해봤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것은 지금 출판인 모임 회장 맡고 있는 사계절, 사회평론사 이 두 곳 합쳐서 구간 재정가 된것은 아동도서 6권 밖에 없지요.

이 사기꾼이라는 말이 좀 거칠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독자들의 불만에 대해 커피값 운운 하면서 거지 취급하는 출판인들도 제법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노란가방 2018-04-03 10:57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는 건, 애초에 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할 때 가장 반대했던 쪽 가운데 하나가 대형온라인서점측이었다는 거죠.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중고서점이나 굿즈를 통해서 나름의 수익을 또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간 재정가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생각해 볼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도서정가제와 함께 이 제도도 제대로 작동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독자들을 무시하는 출판인들이 있다는 부분은 저도 화가 나네요. 비판이야 할 수 있겠지만, 조롱과 무시까지 나간다면 분명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 무시하는 사람에게 밥줄이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일 거구요.. 다만 수준 이하의 출판인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