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닭갈비’식당 안으로 들이치는 햇살이 길어졌다. 안 쪽의 냉장진열장까지 닿았다. 오후 네 시는 되겠지. 박 사장은 벽시계를 본다. 역시 오후 네 시 오 분이다. 도로 건너 산그늘 속에 있는 가게들의 불빛이 이 무렵에는 유난해 보인다.
기우는 햇살이 산의 서쪽에 강하게 달라붙으면서 산그늘의 어둠이 더욱 부각되니까 가게 불빛들이 유난하게 보이는 게 아닐까. 그건 산그늘 밖의 서녘 햇빛과 만나려고 몸부림치는 모양 같다.
내통하려고.
아내가 그 놈과 대낮에 도시의 모텔에서 만나 껴안고 뒹굴고 그러다가 시치미를 떼고 식당으로 돌아오고 그러는 줄은, 박 사장은 몰랐었다. 아내는 은행 일 따위를 본다고 정기적으로 도시를 다녀왔고, 박 사장은 그런가 보다 하고 식당만 지키고 있었다. 주인이 가게를 비우는 횟수에 비례해서 매상이 떨어지게 마련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 마을 사람들에게 다 퍼진 ‘아내의 바람’소문인데도 혼자만 까맣게 몰랐던 건 이 식당만 도로를 건너 혼자 있는 탓이다. 웬만해서는 도로를 건널 일 없이 지내는 박 사장이니까.
그냥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 할 것을, 식당의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아내를 끌어들인 게 잘못이었다. 지금, 주방 아줌마는 모르고 있지만 박 사장은 이 식당을 도시의 아는 복덕방마다 부탁해 놓았다. 가격대가 맞으면 팔아 버리고 이 마을을 떠날 것이다. 애들 이름으로 사 놓은 도시의 아파트 두 채 중에서 한 채도 팔고 그러면 다른 데 가서 무슨 장사인들 뭣하겠나.
박 사장은 소주병이 다 비워졌으므로 다시 한 병을 갖다 마시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콰당 넘어졌다. 주방에서 김장을 마쳐가던 아줌마가 허겁지겁 달려온다.
“괜찮아요.”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비틀대며 일어나는 박 사장이다.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오후만 되면 술타령인 사람이니, 딱하다. 쯧쯧쯧. 아줌마는 혀를 차다가 말한다. “고만 마시지요.”
“괜찮아요.”
하면서 박 사장은 그예 냉장 진열장으로 가서 소주 한 병을 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