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지나면서, 일대는 어둠을 뒤집어쓰고 있다. 해가 떠 있을 때에는 햇빛을 받는내 사랑 닭갈비집과 그렇지 못하고 산그늘 속에 있는 가게들로 양분된 마을이었는데이렇게 밤이 되면 그런 구별이 없어지면서 모두가 한 어둠 속에서 불들을 밝히며 지내는 다정한 풍경이다.

아줌마는 가로등 불빛과 가게들 불빛이 서로 겹치거나 엇갈리느라 어지러운 도로를 건넌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그녀는 집에서 민박을 치면서 살았다. 술을 즐기던 영감이 추운 날 뇌졸중으로 마당에서 쓰러지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영감은 두 달 만에 세상을 떴지만 남은 것은 빈한한 살림과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괴상한 양놈 개 한 마리. 개 사료 대기도 어려운 판에 뜸해가던 민박손님들마저 끊긴 불경기. 그녀는 그 양놈 개를 도시의 사람에게 헐값에 팔아치우고 민박 일도 닫아 버렸다.

닫고 말고도 없었다. 벌써부터 들지 않는 손님이었으니까. 그냥 고인이 소싯적 익힌 붓글씨라며 쓴 민박이란 입간판을 뒤꼍에 갖다 놓는 것으로 십여 년 된 생업을 접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와서 주방 일을 거들어 달라고 연락을 준 박 사장님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런 착하고 좋은 분이 저렇게 폐인이 되어가고 있다니……. 사모님도 나쁜 분은 아니었는데. 인물도 고운데다가 마음씨도 상냥해서, 사모님을 보러 식당 단골이 되었다는 손님들도 적지 않았는데.

아줌마는 니슈퍼옆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비좁고 어두운 길이지만 수 십 년 간 다녔으니까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이웃집 할미도 지난 가을에 산으로 땔감 하러 갔다가 발목을 삐끗한 게 여태 낫지 않아 절룩이는데.

자기 집에 다 다다랐을 때다. 골목 위쪽에서 누군가 멈춰서는 모양이면서 독한 술 냄새.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몸을 가자미처럼 옆으로 돌려 담벼락에 바짝 붙인 꼴로 한 발 한 발 올라간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만난 사람 역시 그녀처럼 몸을 담벼락에 바짝 붙이고 지나쳐 내려갔다. 지나갔는데도 여전한 술 냄새. 그리고 비릿한 피 냄새도 나는 듯싶다. 늙었으나 냄새 맡기에 관한 한 그녀는 아직도 젊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