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한 병을 다 비웠는데도 왜 이리 정신은 말똥말똥한 거야?

“이거 중국산 짝퉁 위스키 아니야?”

하고 산 위의 김 과장은 혼잣말로 떠들어보는데 짝퉁 위스키는 아닌가 보다. 자기가 지금 떠드는 말이 라디오 방송처럼 귀에 들리니 말이다. 취한 것은 분명하다. 일어서려니까 사방이 어지럽다. 다시 너럭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몸은 휘청거리고 정신은 말똥한 이 기괴한 분리 현상이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몸으로는 벼랑까지 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나무를 찾아 밧줄을 걸어놓기는 더욱 힘들 것 같다. 그예 걱 걱 울기 시작한다.

어떻게 내가 사 년 만에 폐인이 된 걸까? 사 년 전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이제 마흔임에도 나이 많다고 받아주는 곳 없는 취업현실에다가,‘집안의 생계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어딘가를 다니기 시작한 아내, 낮잠 자기나 텔레비전 보기로 소일해야 하는 날들의 무료함 등은 나를 이 지경으로 내몰았다. 특히 아내의 변화. 최소한의 잠자리도‘직장 일로 피곤하다’며 거부한다. 대학 후문 부근의 카페에서 주방 일을 새벽까지 보고 오느라 피곤하다는데, 얼마 전 알았지만 아내는 노래방 도우미를 다니고 있었다. 그건 사실상 매춘이다. 나는 창녀의 기둥서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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