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강의가 시작되면 먼저 학생들이 칠판 앞에 나와 그 날 진도 나갈 교재내용에 대해 자기의견을 보태어 발표한다. 그러면 교수가 다 듣고 나서 총평한 뒤 덧붙여 손수 교재내용도 설명해 줌으로써 강의를 마치는 식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항상 교재내용을 예습하고 발표할 준비도 해야 한다.
처음에 그런 강의방식을 천명했을 때 학우들이 일제히 웅성거리며 반발했다. 교재를 매주 예습해 오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학우들이 지켜보는 칠판 앞에서 발표도 한다니? 그분은 ‘머지않아 교단에 설 미래의 교육자들’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 강변했지만,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달밖에 안 된 애송이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 아닐까?
학우들의 반발하는 소란이 쉬 가라앉지 않자, 그분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 어둑한 얼굴에 흰 치아로 씨익 웃으면서 모두 진정하도록 한 뒤 일부 수정해서 말했다.
“다만,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앞에 나와 발표하라는 겁니다. 작년에는 말입니다, 앞 번호 학생부터 지명해서 발표시켜 봤는데, 글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나 잡아 잡수’하며 서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올해는 이렇게 발표 방식을 개선해 본 것입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학우들은 박수까지 쳐댔다. 그분은 ‘만일!’ 하고 외쳐서 성급한 박수를 제지한 뒤 덧붙였다.
“발표하는 학생이 없으면 그 때는 제가 일방적으로 출석번호 순으로 발표를 시킬 겁니다. 작년 방식대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발표하는 학생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알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분은 우선은 첫 시간이므로 당신 혼자 백 분 강의를 강연식으로 열강 하였다. 그렇다, 열강이었다. 얼마나 인상 깊은 열강인지 사십 년 넘은 세월인데도 눈앞에 선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 첫 강의의 제목은 ‘철학은 무엇인가?’였다. 그분은 자기 몸을 가리는 교탁을 한 옆으로 밀쳐두고서 마치 일인극의 배우처럼 손짓발짓에 침까지 튀겨가면서 열강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