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관광호텔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오후 네 시 반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몇 번 휴대폰을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습니다.’ 라는 자동안내만 반복됐을 뿐이다.

‘이 이가 동해안에서 넘어오는 중이 아닐까? 운전하느라 휴대폰을 받기 힘들겠지.’

좋게 해석하지만 왠지 불길한 생각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손가방에서 거울을 꺼내어 얼굴화장을 다듬는다. 산속에 자리 잡은 관광호텔 지역이라 지나가는 차나 사람도 별로 없다.

남편은‘다섯 명의 직장 동기 중 네 명이 승진하는 인사발령’에서 탈락된 뒤 근무의욕을 잃고 밤잠까지 못 이루기 시작했었다. 그녀는 폐인처럼 되어가는 남편에게 명퇴신청을 권했다. 맞벌이도 좋지만 자칫했다가는 남편을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남편이 ‘젊었을 적에 문학했던 소양을 되살려서 한 번 대작에 도전해 보겠다.’며 명퇴 후 생활을 잘 보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남편의‘대작’은 기대도 않는다. 어떻게 이십 대에 했던 문학을 나이 오십이 다 되어 되살린단 말인가.

장편소설을 쓰거나 말거나, 더 이상 폐인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동료끼리 경쟁해야 하는 직장생활은 유순한 성격의 남편에게 무리였었다. 남편 같은 사내는 여럿이 모인 직장생활보다는 혼자 하는 직업을 가졌어야 했다.

몇 달째, 혼자 아파트에서 잘 지내는 것만 봐도 입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이가 너무 늦네. 다섯 시가 되어 가는데…….’

그녀는 다시 얼굴화장을 다듬었다. 그 시간, 산 너머 행복 생태학교의‘나비 나라’안에서 남편이 목이 다 쉬어 외치고 있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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