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바깥보다 더울 거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천장에 해당될 윗부분에 하얀색 판을 넓게 깔아 햇빛을 차단했고, 벽에 해당될 옆면의 유리들 사이로 촘촘한 방충망을 시설해 놓아 바람의 소통도 잘 되는 때문이었다.

몇 걸음 내디디자, 수풀이나 바위에 붙어 있던 나비들이 일제히 날아 색종이조각들처럼 반짝거렸다. 단순한 수풀더미가 아니었다. 탱자나무, 화초, 나팔꽃덩굴이 바위들과 어우러진 가운데 쟁반만한 작은 습지들 또한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습지에는 화초들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의 나비들이 앉아있거나 맴돌았다.

나비 외에도, 시커멓거나 파란 애벌레들이 풀잎이나 나뭇가지에서 기어가고 있었다. 풍경은 요란한 듯싶지만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나비 나라’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 소리를 죽였다.

나비 나라를 사분지 일쯤 봤을 때, 기분 나쁜 이상한 소리가 나지막하게 그의 귀에 들렸다.

누렁개가 허연 이빨을 드러낸 채‘나비 나라’밖에서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입구 쪽을 보았다. 다행히 미닫이문이 닫혀 있었다. 누렁개가 침까지 질질 흘리며 신음하듯 으르렁거렸다.

‘이거, 어떡해야 하나!’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누렁개도 밖에서 따라 움직였다. 나비 나라 구조물이 둥근 유리통 같은 형태라, 서로를 보며 빙빙 도는 꼴이었다. 누렁개 목에는 이 미터 남짓한 줄이 달려 있었다. 어딘가에 매여 있다가 줄이 끊기며 이곳으로 달려온 게 아닐까?

바깥, 오십여 미터 전방에 조립식 주택이 하나 있었다. 여기 행복 생태학교 교장의 사택으로 여겨지는 그 주택의, 개집에 줄로 매여 있었던 개일 듯싶었다. 그는 주택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무도 그 주택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가 정문 옆 쪽문을 통해 들어올 때부터 자신의 발걸음 외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행복 생태학교 교장이 가족과 함께 읍내로 일 보러 나간 것일까? 최소한의 보안을 위해 누렁개 한 마리 남겨 놓고서.

‘그래서, 방문 전 예약해 달라고 홈페이지에 밝혀 놓았던 걸까? 젠장! 그러려면 그 문장 앞에 반드시라는 부사를 적었어야지!’

누렁개와 그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눈길이 마주쳤다. 파란빛으로 적의에 불타는 누렁개 눈깔. 그를 도둑으로 여기는, 터무니없는 오해라니…….

‘행복 생태학교 약 2KM’란 팻말을 보고 어귀로 들어섰을 때부터 터무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무엇 하나 마음 편하게 그를 맞아주질 않았다. 그는 ‘아악!’외마디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갈증을 느꼈다.

바깥으로 십여 미터 전방에 펌프가 있었다. 누렁개가 변함없이 시퍼런 적의로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시원한 지하수를 제공할 그 펌프도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하는 수 없었다. 그는 갈색 나비들이 새까맣게 앉아있는 습지 가에 몸을 엎드려 목을 축였다. 땅바닥을 얕게 파고 이끼류를 심어놓은 그곳엔 물기가 축축했다. 흙가루 같은 게 이빨 새로 걸려 꺼림칙한 물이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습지에 있던 갈색 나비들이 시커멓게 떠오르며 난리였다.

갈증은 달랬으나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