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초들이 처음 눈에 뜨인 곳은 맨땅으로 남겨 둔 열 이랑이었다. 그 이랑의 두둑들에는 땅콩을 심었는데 물론 아내의 결정이었다. 땅콩이 잡초에 강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듣기라도 했는지, 그런 결정을 내렸었다. 일주일 지났을까, 그 두둑들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난 것이다! 고생하며 심은 땅콩은 싹도 틔우지 못했는데 잡초들이 나 보란 듯이 횡행하고 있었다. 고랑도 마찬가지였다. 비닐멀칭과 현수막 깔기를 하지 않은 이랑들이 잡초 밭이 되었다.
우리가‘팔백 평 밭 둘레에 화초 심기’와 ‘차가 다니면서 훼손된 농로 보수’에 매달리느라 며칠 한눈을 판 사이에 그런 사달이 나고 말았다. 아내와 나는 다섯 두둑씩 맡아서 김매기에 들어갔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 때 이외에는 쉬지 않고 전력한 끝에 저물녘에야 열 두둑 모두를 김맸다. 김맨 잡초들을 밭 가장자리에 따로 쌓았더니 손수레로 세 번은 실어다 버릴 분량이었다. 잡초가 삼분지 일 정도로 자랐는데도 그렇다면, 만일 다 자랐을 땐 대여섯 수레로 실어 버릴 만큼 될 테고 그 때는 두둑들을 완전히 뒤덮었을 것이다. 번식력이 대단한 잡초들이었다. 몸은 고단하지만 큰일을 해냈다고 안도의 숨을 쉬는데 아내가 말했다.
“여보. 고랑도 김매야 돼.”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깟 고랑들이야, 뭘 심은 것도 아닌데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돼?”
아내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잡초가 고랑을 완전히 뒤덮으면서 배수에 문제가 생겨요. 두둑에 심어놓은 땅콩들의 뿌리가 다 썩어버리죠. 여하튼 잡초를 방치했다가는 아무 것도 수확할 게 없다 하더라니까.”
아내가 작년에 도시농업센터를 다니며 농사교육을 받았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납득이 되었다. 그렇기도 하고, 거금 들여 관정까지 파 놓고서 배수가 안 되는 고랑들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됐다.
“알았어. 어두워졌으니까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하자고.”
흙투성이 손발을 씻으러 밭 한가운데 관정 쪽으로 걸어가는데, 해가 저물어서 사방에 들어차는 어둠만큼이나 내 심정도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