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이한 일이다. K가 산짐승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물론 K도 어린 시절에 짐승들이 사람처럼 말하는 만화영화를 본 적이 많았다. 그런 기억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만화영화 속의 짐승들은 자기네끼리, 혹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식이었지만 요즈음 K가 만난 산짐승들은 불쑥 말을 건네고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그럴 만했다. 만났다기보다는 맞닥뜨린 짐승들이었기 때문이다. 뭣 하러 산짐승들이 K에게 다가오겠는가? 멸종당한 호랑이나 늑대라면 모를까, 현재 산에 살고 있는 짐승들은 사람이라면 기겁해서 먼저 달아나는 종류들뿐이었다. 성질 사납다는 멧돼지 또한 사람 냄새를 맡으면 먼저 피한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산짐승들이 K와 만나는 경우란 불가피하게 맞닥뜨린 경우밖에 없었다.
맞닥뜨린 산짐승이 K에게 불쑥 말을 건네는 기괴한 사건들.
그 시작은 재수 없게도, 뱀이었다.
< 무심 이병욱의 단편소설 '가섭 별전(別傳)'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