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가 시작되었다.

섬뜩한 일이 생겼다. 새끼가 결석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랐는데, 시험기간 중에는 책걸상 배열을 다시 해 출석번호순으로 앉기 때문이다. 예전의 창가 자리로 내 자리가 배정되었기에 공교롭다는 생각으로 ‘그럼, 새끼는 어느 자리에 앉나?’둘러보았더니 끝내 보이지 않고 다만 교탁 부근 자리 하나가 빈 채로 1교시 시험이 치러지던 것이다. 그 자리가 바로 새끼가 결석한 자리였다.

2교시에도 새끼는 나타나지 않았다.

 

닷새간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 동안 시험공부 하느라고 고생들 많았다’는 뜻인지, 3교시로 시험이 종료되자 정상수업으로 잇는 일 없이 그대로 일과를 끝냈다.

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이번에도 잘 치른 시험 같지 않았다.

시골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6년 간 1등을 놓치지 않던 나다. 반장도 도맡아 했다.

예전에는 그랬었다.

‘완전 정복’‘필수’ ‘정석’‘에센스’등 갖가지 제목의 참고서나 문제집으로 터질 듯한 책가방을 들고서 교문을 나선다.

이제는 교복바지도 예전처럼 평범한 바지로 환원시켜 놓았다. 머리도 다시 빡빡 깎아 버렸다.

내 그림자를 끌고서 하숙집으로 향하는 발길.

머리가 지끈거린다. 요 며칠 간의 벼락치기 공부에 몸살이 난 걸까?

한낮의 산동네는 적막하다. 하숙집으로 들어와 세수도 않고 그냥 방에 누워 버렸다. 여전히 지끈거리는 머리. 이마에 열도 나는 것 같다.

어떡하나.

갑갑한 마음에 상체를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에 공설운동장이 침몰할 것 같았다. 침몰하는 거선의 돛대처럼 한구석에 서 있는 ‘바람 불던 밤’의 그 미루나무. 그 너머, 새끼가 자취하는 동네 풍경.

새끼가 병으로 자퇴한단다.

담임한테 학급일지를 도장 받으러 교무실에 갔다 온 주번 애가 전한 사실이다. 햇살에 눈부신 공설운동장이 달빛이 넘치는 야산 풍경처럼 보이더니 수컷 승냥이가 등장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암컷들을 쫓는 승냥이의 음산한 잿빛 눈, 바람에 찢기듯 날리는 갈기, 드러낸 흰 이빨들, 그리고 마침내 그 부분이 썩어가고 있었다.

“매독 걸린 승냥이…….”

나는 창문을 닫고 다시 누웠다. 몸에 오한이 심해지며 낮은 하숙방 천장이 오르락내리락, 시작했다. 나도 공설운동장을 따라 침몰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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