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는승냥이가 되었다.

미친년을 집단으로 빠구리 놓던 그 날 밤 이후 얼마 안 지나 양아치들이 새끼한테 붙여주었다는 별명 승냥이’.

나는 그 날 밤 이후 창가 자리에서 복도 쪽 자리로 옮겼으므로 그런 새끼에 관한 소문은 다른 반의있는 애들한테서 들었다. 원래 제멋대로 자리를 바꿀 수 없지만 새끼와 가까이 있기 두려워 복도 쪽의 애와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그 애는 햇살 따듯한 창가 자리라며 좋아했다.

만일 담임선생이 뭐라 한다면 그 애가 제가 몸이 안 좋아서 따듯한 자리에 앉았으면 했거든요.’이라고 둘러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담임선생은 뜻밖에 별 말이 없었다. 바빠서인지, 아니면 학생들끼리 자리 바꾼 것도 모를 만큼 무심한지, 둘 중 하나다.

내가 멀리 떨어져 앉자, 새끼가 점심시간에 와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새끼 얼굴을 마주보기도 두려워, 식곤증으로 졸린 듯 반쯤 눈감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하거든. 눈부신 창가 자리보다는 여기가 공부 집중이 잘 되겠더라고. 고향 부모님이, 지난 번 중간고사 성적이 엉망이라고 하도 난리를 쳐서…….”

둘러댄 말이지만 반쯤은 맞는 말이다. 새끼가 뭐라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돌아설 때 그 등에 대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당분간 공설운동장에도 못 나갈 것 같다야.”

며칠이 지났다.

교실 창가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달라졌다. 초가을 때에는 1교시 전부터 강하게 들이쳤는데 이제는 2교시가 되어야 약해진 기세로 스며들 듯 한다.

나는, 남의 자리가 된 그 창가 자리를 넌지시 살피며 그런 변화를 깨달았다. 그렇다. 지학시간에 배웠듯이,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려하면서 해의 고도가 낮아진 탓이다.

학기 초에 비해 확실히 한기가 도는 교실.

특히 오전 시간이 그랬다. 그러자, 추위를 타는 애들이 햇볕을 쬐려고 창가로 쉬는 시간마다 몰려들었다. 물론 나는 그냥 어둑한 복도 쪽 내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어느 날 무심히 창가 쪽을 보다가 새끼와 눈길이 마주쳤다. 그 짧은 순간 이상하게 빛나던 잿빛 눈동자.

바로승냥이눈이었다. 공설운동장의 양아치들이 새끼한테 딱 어울리는 기막힌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암컷의 맛을 본 뒤 발정 난 승냥이.

잠시 후, 새끼는 두 눈을 감고서 두 팔을 책상 위에 올려 베개처럼 만든 뒤 엎드려 자는쉬는 시간 10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잠에 들었다.

쉬는 시간마다 쪽잠을 자는 새끼의 모습.

혹시 밤늦도록 빠구리 놓느라 밤잠을 설친 게 아닐까?

 

그 짐작이 맞았다.

새끼는 공설운동장의 색골 승냥이로 소문이 났다.

공순이건 식모건, 일단 접근하면 거의 백 퍼센트 당일치기에 성공한단다. 생각지도 못한 새끼의 놀라운 변신이다. 자신도 몰랐던 잠재능력을 찾은 걸까?

하긴, 새끼는 촌놈 치고는 잘생긴 얼굴이다. 이태리 무법자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프랑코네로를 연상케 하는 얼굴인데 흔치 않은 잿빛 눈동자까지 닮았을 줄이야.

그런 매력적인 외모에 명문고 학생이라는 신분, 그리고 까지 갖추었으니 어떤 여자이건 한눈에 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나를 따라서 주위를 살핀 뒤 얼른 그것을 꺼내어 밤바람 쐬어 주던 장난들을 생각하면그런 스릴 있는 장난을 고안해냈다고 새끼한테 가우 잡던 일들을 생각하면 나는 너무 쪽팔리면서 비참해지기까지 한다.

진짜 멸건 놈은 나였다.

나는 그 집단으로 빠구리 놓던, 바람 불던 날이후로 밤마다 내 하숙방의 창문을 담요로 가리고 지낸다. 공설운동장 쪽으로 난 창문으로 방의 불빛이 내비치면 걔들이 나를 찾아올까 두려워서다. 하숙집 아주머니한테 혹시 누가 저를 찾아오면 무조건 어디 가고 없다고 얘기 좀 해 달라.’는 당부도 단단히 해 놓았다.

양아치들이야 굳이 나를 찾아올 것 같지는 않고 문제는 새끼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때 수시로 내 하숙방에 놀러오곤 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방문도 안으로 단단히 걸었다.

그러나…… 찾아오는 일이 없는 새끼.

그래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여하튼 해가 져서 서쪽 동네에서 생겨난 시커먼 땅거미가 스믈스믈 우리 산동네까지 기어 올라오면 나는 창을 담요로 가리고 방문까지 잠근다.

창문을 열면 거대한 어둠의 궁전처럼 가슴 뛰게 하던 공설운동장의 밤 풍경을 잃었다.

다른 먼 동네로 하숙을 옮겨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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