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는 객석 쪽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당신네 사람들에게는 자전거 타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나와 같은 곰에게는 얼마나 고되고 혹독한 일이겠는가. 뭉툭한 앞발로 손잡이를 쥐고 뒷발로는 쉼 없이 페달들을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일은 내 몸과 자전거와의 균형까지 조절하면서 쓰러지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이겠는가. 그러느라 나는 미처 객석의 상황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곡마단 사람들의곰을 팔아치우자는 뜻을 감지한 뒤 비로소 나는 객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자전거 타기가 끝난 뒤 객석을 향해서 멍청이를 따라 인사할 때였다. 살펴보았더니 과연 머리털 허연 노인들 몇몇만 앉아 있었다.

그 옛날 객석이 미어지게 들어차던 손님들이 아니었다.

정말 나는 미련한 곰이었다.

객석의 변화조차 이제야 깨달았으니 말이다. 객석 상황이 그런 즉, 경각에 달려 있는 내 운명이었다.

매일 하던 공연도 사흘에 하루 꼴로 줄여서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공연을 쉬는 날의 곡마단 안 풍경이란…… 딱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는 나대로, 곡마단 단원들은 단원들대로 제각기 하릴없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풍경이니 말이다. 공연자인 나는 굴속 바닥에 엎드려서 철장 밖 텔레비전을, 공연 스텝인 그들은 천막 안 사무실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 방안이 보이지는 않지만 동시에 웃거나 떠드는 소리들이 나는데다가, 플라스틱류()가 전열에 달궈진 냄새가 내 코까지 풍겨오므로 텔레비전을 종일 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냄새에, 쉴 새 없이 피워대는 그들의 담배 냄새까지.

어느 날이다. 그 날도 공연 없이 쉬는 날이었다.

그렇게 전해오던 그 방 쪽의 냄새들에 다른 냄새 뭉치가 섞여서 전해왔다. 특유의 체취, 그건 나와 같은 곰들의 냄새였다. 나는 아연 긴장해서 코를 벌름거리며 그 냄새의 방향을 쫓는다.

얼마 후 그 냄새가, 아니 그 냄새를 풍기는 낯선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곡마단 단장이 그 사내를 데리고 내 철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이빨까지 드러내었다.

철장 앞에 선 단장이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얘가 벌써 눈치 챘나 보네요.”

사내가 이빨 새로 침을 찍 갈기며 말했다.

곰들이 냄새를 잘 맡거든…… 그런데, 얘는 너무 늙었네. 늙은 놈은 약효가 떨어지는데.”

단장이 벌게진 얼굴로 말했다.

기껏 열 살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사내가 다시 이빨 새로 침을 찍 갈기며 말했다.

내가 뭐 한두 해 이런 장사 한 줄 아슈? 탁 보면 안다니까. 최소한 스무 살은 된다니까. 맞지?”

, 그렇게 보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값 좀 잘 쳐 줘요. 그 가격 갖고는 단원들 밀린 임금의 반이나 줄까…….”

글세…… 웅담이란 게 팔팔한 곰한테 나온 게 좋은 거지, 이렇게 다 늙은 거야 원.”

발바닥도 알아주는 약이라던데…….”

, 긴 소리 할 게 뭐 있소? 내가 말한 가격대로 팔 생각이면 넘기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둡시다.”

그러면, 하루 지나서 다시 연락할 게요. 우리 단원들의 의견들을 다시 들어봐서 자기들 임금을 덜 받더라도 좋다면 그 가격에라도 하지요.”

아니, 하루 지나서 연락할 게 뭐 있어? 지금 당장 단원들 의견을 들어보지?”

“‘멍청이라고, 이 곰을 맡은 녀석이 어디로 샜는지 통 낯짝을 볼 수 없거든요. 그래도 그 녀석이 이 곰의 아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 녀석 의견을 들어보는 시늉이라도 내야죠.”

사내는 단장과 악수를 하고는, 바깥의 해가 저무는지 어둑해지는 천막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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