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이 치러진 직후에 텔레비전에는 난데없이‘머리가 많이 벗겨진 사내’가 등장하여 누군가를 노려보는 표정으로 사건의 경위를 밝혔다. 범인으로 드러난 중앙정보부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포승줄에 묶인 채 범행을 재연하는 현장 장면도 방영되었다. 당일의 술좌석은 핏자국이 흥건했다. 그런 화면들을 말없이 지켜볼 때 서무과 박 주사가 황급하게 교무실로 들어오더니 교감선생한테 전언통신장부를 전했다. 교감선생은 장부를 펼쳐 한 번 보고는 당신 등 뒤에 있는 작은 칠판에 백묵으로 두 줄 적었다.

1. 고(故) 박대통령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읍사무소에 개설했음.

2. 비는 시간들을 이용해서 각자 분향소에 다녀오기 바람.

교사들은 술렁거렸다. 읍사무소가 학교에서 오 리 넘게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그 먼 데까지 시간을 내어 다녀올 수 있느냐는 불평불만이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수업이라도 한 시간 빼 버리고 단체로 다녀오게 했으면’하는 바람이었다. 흐물거리는 몸짓이지만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교감선생이 한 마디 하였다.

“뭐, 자전거 타고 가면 그리 먼 거리가 아닙니다. 자전거가 없는 분은 학생들 거라도 빌려 타고 다녀오시든지.”

그분이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교감선생님, 분향소에 다녀오는 것이 의무입니까?”

물문어 교감선생은 당황하여 의자에 앉았는데도 휘청거렸다.

“뭐…… 의무라고는 쓰여 있지 않으니까…… 알아서 판단하세요. 나는 전언통신장부에 있는 대로 전했을 뿐입니다.”

장부를 돌려받고도 남아 있던 박 주사가 호들갑스레 나섰다.

“아니에요, 가야 할 겁니다. 거기에는 자기 직장과 이름을 적어놓는 방명록이 있는데 나중에 그것을 관계기관에서 회수해 간다는 말이 있어요.”

박 주사는 서무과 말직에 있는 노인네였다. 예우상 주사라고 불러주지만, 실상은 고용직 서기였다. 정년이 일 년 남아 있었다. 그분은 교감선생에게 향했던 자세를 박 주사 쪽으로 바꾼 뒤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그럼, 박 주사께서는 참석하실 겁니까?”

박 주사는 당연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서랍에서 담배 한 가치를 꺼내어 피워 물었다. 길게 내뿜는 연기가 그분의 머리 위로 올라가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그 연기를 신호로 삼은 듯 교련선생이 애들 같은 장난기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빌 때 빨랑 자전거 타고 다녀와야지!”

각자 수업이 비는 시간들을 이용해서 읍사무소를 다녀오기 시작했다. 학생과장은 교무과장에게 ‘가서, 내 이름이나 대신 적어 줘.’ 부탁하고 앉아 있다가 아무래도 찜찜한지‘에이, 까짓 거 구경삼아 가보지 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앞서 출발한 교무과장을 허겁지겁 뒤쫓아 갔다.

나는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지겨운 눈길을 당사자가 죽은 뒤에도 대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까짓 거 될 대로 되라지. 분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파면이야 시키겠나.’

교재연구에 몰두해보지만 아무래도 편치 않은 마음이었다.

‘이런 일로 내 자신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각오까지 다지며 비는 시간마다 그대로 교무실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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