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계방학 중 보충수업이 끝난 뒤 하루 쉬고 개학날이다.
노인네 담임선생이 어떤 애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왔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가정사정으로 전학 온 학생’이라고 그 애를 간단히 소개했다. 사실, 저렇게 전학 오는 애들은 사고를 쳐서 권고전학으로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슨 사고를 쳤을까?
여하튼, 서울 애라 그런지 햇빛 한 번 받지 않은 듯 뽀얀 얼굴이다.
“자네한테 어느 좌석이 좋을까?”
담임선생이 그러면서 비어 있는 두 자리 중 창가 쪽 앞자리를 권했다. 서울 애의 키가 작은 편이니, 칠판 글씨가 먼 복도 쪽 뒷자리보다는 그 자리가 좋을 것이라는 판단일 테다. 그런데 서울 애가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답했다.
“저 뒷자리에 앉고 싶은데요.”
담임선생이 ‘뭐 이런 놈이 다 있나?’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서울 애는 내 뒷자리로 와 앉았다.
향긋한 냄새가 났다.
보통 우리들한테서는 땀 냄새나 김치 냄새나 혹은 담배냄새이거나, 잘해야 비누칠한 냄새가 나는 정도다. 그런데 이 애는 차원이 달랐다. 무슨 비싼 향수를 몸에 뿌리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화장 진하게 하고 다니는 여자들처럼.
평범치 않은 애다.
담임선생이 교실을 나가자마자 1교시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처녀 선생이 가르치는 독일어 수업이다. 그녀는 원래 우리 반 담임을 맡을 뻔했다가, ‘처녀선생이, 드센 사내애들 담임을 맡는 것은 무리다’는 중론으로 면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굿텐모르겐!”
하고 손을 흔들며 그녀가 앞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교단에 섰다. 우리도 같이 ‘굿텐모르겐!’답하는데 그 때 나는 뒤의 서울 애가 조그맣게 뇌까리는 소리를 들었다.
“조거 맛있겠네.”
다른 애들은 몰라도 나는 분명히 들었다. 야릇한 향수냄새와 처녀선생님을 감히 넘보는 음란한, 아니 음산한 아이.
그런 애가 ‘거칠지만 순박한 데가 있던 걔’의 뒤를 이어 그 자리에 앉은 것이다. 그렇다. 먼 훗날 내가 이 서울 애에 대하여 얘기할 수 있다면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그 애가 우리 반에 전학 왔을 때 하필 내 자리 뒤가 비어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