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토요일에 하계방학식이 있었다.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이 전교생을 향해 훈화했다.

“여러분, 마, 다음 주 월요일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되는데, 마, 그 날은 마침 정부에서 정한 임시공휴일입니다. 마, 미국에서 쏘아올린 아폴로 11호가 달에 그 날 새벽에 착륙할 예정이라, 마, 그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서랍니다. 마, 우리 인류가 드디어 우주를 향한…… ”

우리들은 햇볕이 따가워서 훈화가 어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이어서 학생과장 선생이 마이크를 넘겨받더니 ‘하계방학 중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 ……전염병이 의심되는 불량 식품을 멀리할 것이며, 깊은 강이나 험한 산같이 위험한 곳에도 절대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만일 불가피하게 간다면 반드시 부모님의 허락을 받거나, 부모님과 동반해야 합니다……”

어이가 없었다. 하계방학이라고 해 봤자, 일주일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4 주간 방학이라 되어있지만 첫째 주만 휴교일 뿐 남은 3주는 계속 보충수업을 받다가 개학인 것이다. 어쨌든 학생과장 선생의 주의사항 발표를 마지막으로 방학식이 끝났다.

한낮의 땡볕 아래 귀갓길을 서두르는 애들.

나는 1층 출입구로 해서 복도로 들어섰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왁자지껄하던 공간이 무슨 마술이 이뤄진 듯 고요했다. 내 발걸음 소리가 터벅터벅 복도 바닥을 울릴 정도였다. 층계를 올라 2층 끝에 있는 우리 반 교실로 갔다. 우리 반 교실도 다른 반 교실들처럼 앞뒤 출입문 모두를 맹꽁이자물쇠로 잠가 놓았지만 역시 창문은 방치한 상태였다. 창문 하나를 열고 문턱을 넘어 교실로 들어갔다.

방학하는 날임에도 교실청소는 눈에 뜨이는 휴지나 줍는 정도로 끝낸 상태였다. ‘사건’ 다음 날 잡혀 소년원으로 간 창가 쪽 작은 애 책상이나, 내 뒤의 걔 책상이나 한 달째 변동 없이 그대로 비어 있는 것이다. 외지에서 전학 올 애들의 자리로 학교에서 놔두는 것 같다고, 실장이 추측했다.

나는 걔 책상 속으로 손을 넣어 그 공책을 찾아냈다. 책걸상 한 번 옮기지 않고 대충 휴지나 줍는 식으로 정착돼 버린 교실 청소 덕분에 보존된 공책이다.

나는, 교장 선생의 ‘임시공휴일……’ 훈화를 듣다가 문득 걔의 ‘달에서 절구질하는 토끼들 그림’이 보고 싶어진 거다. 공책의 맨 뒷장을 펼쳐 그 그림을 찾았는데……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누가 찢어간 걸까? 그 그림이 명화 수준이라고? 그건 아닌데.

나는 공책을 다시 걔 책상 속에 넣고는 창문턱을 넘어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틀 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다는 꼭두새벽이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집 거실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 하나 뻗기 어렵게 거실에 빽빽하게 들어찬 동네 사람들.

유명한 과학자들이 화면에 나와 잠시 후 벌어질 인류 역사상의 장거를 반복해서 브리핑해주었다. 그런 브리핑 소리에다가, 땀 냄새 발 냄새 진동하는 거실에서 나는 다소 어린아이 같은 생각으로 앉아 있었다.

걔의 공책에 그려져 있던 ‘달나라에서 절구질하던 토끼들’이 어쩌면 달 표면에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절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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