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이 오판했다.

이틀 뒤 조회시간에, 노인네 선생이 편치 않은 낯으로 들어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제군들. 금번에 학교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제가 이 학급의 담임을 계속 맡을 것 같습니다…….”

‘학교의 불가피한 사정’이 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가 짐작하기에 먼저 담임의 후임자로 온 ‘독일어 교사’가 하필 앳된 처녀선생이라는 사실이 원인일 듯싶었다. ‘드센 사춘기 남자애들의 학급 담임을 처녀 여선생한테 맡기기 어려우니 현 임시 담임이 계속 맡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교감선생이 노인네 선생을 설득하지 않았을까.

조회 종례를 꼬박꼬박 챙기던 노인네 선생은 그 날 오후의 종례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다. 먼젓번 담임처럼 ‘실장이 교무실로 와서 종례사항 유무를 여쭈어 본 뒤 교실에 가서 전하는’ 방식으로 환원해 버렸다.

교실청소도 전체 책걸상들을 그대로 둔 채 각자 눈에 뜨이는 휴지들이나 주우며 끝내는 방식이 되었고 종례시간에 남아 대기하는 애들도 채 반이 되지 않았다. 마침내 실장은 ‘조회 종례시간에 교무실로 가는 일을 주번에게 넘긴다’고 선언했다. 담임선생이나 애들이나 모두 무관심한데 자기만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주번 맡은 애들은 투덜대며 마지못해 그 일을 떠맡았으나 언제 거부할지 몰랐다. 만일 그리 되면 우리 반의 조회 종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조회 종례’라는 용어마저 없는 반이 되는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한심한 분위기 속 교실로 걔가 귀환했다.

‘날마다 학생과로 등교해, 반성문을 쓰고 검사받고 그리고 합격해야만 귀가하는’ 근신 처벌을 치르고 돌아온 것이다.

걔의 써클 내 위상으로 봐서 최소한 유기정학에 처해질 거라고 우리는 예측했으나 실제 처벌은 그렇듯 경미했다. ‘사건’이 미수였던 데다가 걔에게 이번 ‘사건’말고는 다른 징계전력이 없는 때문이라 했다.

전력도 화려한 데다가 ‘사건’의 주도자인 데빵들은 ‘자퇴나 전학 중 하나를 스스로 택하는’방침에 따라 먼 시골로 전학 갔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징계전력의 경중과 유무에 따라 근신 혹은 유기․ 무기정학에 처해지는 것으로 ‘사건’은 종료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