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머리 교무과장 선생이 다음 날 아침 조회시간에 들어왔다.
애써 침통한 낯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담임선생님께서 불가피한 사정으로 여러분들도 못 보고 급히 서울로 가게 된 것을 무척 안타까워하며…… 그런 마음을 여러분에게 대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당분간은, 다른 선생님이 임시로 학급을 맡으실 테니 그리들 알고 전과 다름없이 학업에 임해 주기 바랍니다. 알았죠?”
“네에.”
“대답하는 소리들이 작아요. 다시, 알았죠?”
“네엣!”
대머리 선생이 사라진 뒤 실장이 교단으로 나와 부연했다.
“우리 반 임시 담임은 윤리 선생님이야!”
그러더니 애들이 웃기도 전에 자기부터 먼저 웃었다. 원 세상에, 고루하고 답답한 노인네 선생이 임시 담임이라니! 실장은 애들의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려 한 마디 더 했다.
“오늘 종례시간에 들어오신다 했으니까, 너희들 절대 뺑소니치면 안 된다!”
그 즈음 종례시간에는 50명 재적 중에 20명 가까이 무단으로 불참하고 30명 정도만 남아 종례를 기다렸다. 담임선생이 거의 오지 않은 종례이니까 무단으로 귀가해도 될 듯싶지만 그러기에는 마음이 약한 애들만 남았던 거라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마음이 약한 경우란 ‘종례에 불참했다가, 담임이 들이닥쳐서 행동발달상황 란의 준법성에 다를 맞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이다. 나는 남아 있는 경우에, 걔는 무단으로 가는 경우에 속했다.
실장이 우리 분단 뒤로 와 걔한테 별도로 부탁했다.
“노인네가 출석 점검할지 모르니까 종례 받고 가야 해.”
걔는 “나 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노인네 선생이 돋보기안경을 빛내며 종례시간에 나타났다. 교실 안팎은, 실장이 청소시간에 청소해달라고 애걸하며 다닌 덕에 깨끗해졌다. 소란스레 지내는 윤리시간의 선생이 아니라 ‘임시 담임’으로 나타난 때문일까, 애들은 뜻밖에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노인네 선생은 청소가 잘 되어있는 데다가 학생들도 빈자리 하나 없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어 흡족해 했다. 돋보기안경 낀 얼굴에 미소가 겹치며 종례의 말씀을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장장 세 달 만에 경험하는 종례 말씀이었다.
“제군들이 근래 들어서 성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과연 오늘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이야…….”
하며 근엄하게 말씀을 이어가는데 그 때 뒤 출입문 밖에서 누군가 약하게 노크했다. 그러자 부근에 앉은 걔가 ‘잠깐 기다려.’라고 소리죽여 답했다. 그래도 밖에서는 뭐가 급한지 계속 약하게 노크했다.
그 소리에 종례 말씀이 침해를 받자 노인네 선생은 말씀을 중단하고 앞쪽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는데, 복도의 누군가 그 낌새를 알아채고 후다닥 달아나는 소리가 났다. 노인네 선생은 할 수 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중단했던 말씀을 이으려는데 자신이 어디까지 말했는지 잊어버려 멍하니 서 있었다. 그 광경에 우리들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평소의 윤리시간처럼 소란스러워졌다.
노인네 선생은 전개하던 말씀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잘못 박힌 장승처럼 멀뚱히 서 있었다. 우리는 ‘더 들어볼 것도 없는 종례 말씀’이란 걸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듯 본격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실장이 엉거주춤 일어서서 ‘떠들지 말자’는 간절한 표정까지 지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인네 선생은 사태를 파악하였다. 중단된 말씀인 채로 종례를 마치기로 했다.
“차렷, 경례!”
인사를 받은 노인네 선생보다 걔가 먼저 부리나케 뒤 출입문을 열어젖히고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