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까지 다다랐을 때 걔가 눈을 떠 내 눈길과 마주쳤다. 걔가 말했다.

“참, 너한테 보여줄 게 있는데…….”

그러면서 자기 공책의 맨 뒷장을 펴 보였다. 거기에는 무슨 그림이 커다랗게 볼펜으로 그려져 있었다.

걔는 어울리지 않게 수줍은 장난목소리로 한 마디 더했다.

“나도 그림을 그려봤지롱.”

공책을 내 쪽으로 돌려놓자‘두 마리 토끼가 절구질하는 달나라’ 그림이었다. 종이 면의 반을 넘는 크고 둥근 달 한가운데 두 마리 토끼가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절구질하고 있었다. 잘 그렸다기보다는 무난한 스케치였다.

“잘 그렸는데…….”

“야아, 말도 마라. 이 그림이 좋아서 여러 번 연습장에 그려 본 뒤 공책에 최종적으로 그려놓은 거야.”

낙서장이나 다름없는 그 공책 말고도 따로 연습장이 있다니, 나는 우스운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걔는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 때, 실장이 어느 샌가 교단에 서서 외치기 시작했다.

“담임선생이 서울에 있는 사립학교로 가셨대. 교무실에 들렀더니 교무과장 선생이 그러더라고!”

그러자 애들이 제각각 떠들었다.

“니미, 어째 종례 한 번 제대로 안 하는 게 이상하더라니까!”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씨발 어떻게 되긴, 별일 없지 뭐야!”

“도대체 무슨 소리들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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