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7교시, 윤리 수업이었다. 그러잖아도 늘 어수선한 윤리 수업은 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윤리선생은 돋보기안경을 쓴 노인네였다. 돋보기안경을 썼지만 시력이 개선되질 못했는지 학생들 통제가 부실했다.

반 애들은 방금 전 사건을 화제로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갖가지 예측들을 해 보느라 바빴다. 다른 때보다 더 소란스러웠던지 노인네는 교탁을 ‘탕’ 치고는 고함쳤다.

“제군들, 무슨 잡담들이 많은가? 질문할 게 있다면 직접 손들고 질문할 것이거늘!”

그러나 노인네는 솔직히, 우리가 뭘 질문해도 제대로 답해 줄지 의문이었다. 첫 수업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반에서 공부 잘하는 애가 ‘교과서에 등장하는 실존적 존재란 표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요청했더니 노인네는 ‘그러니까’를 반복하며 횡설수설하다가 수업시간을 마친 것이다. 그 후로 윤리 수업 시간은 우리가 적당히 떠들어도 되는 시간처럼 되고 말았다.

노인네의 ‘질문하거늘!’고함에 교실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업시간이 끝난 뒤‘물벼락 맞은 선배들’이 어떻게 반격에 나설지 너무 궁금해, 노인네의 지루한 맹자 왈 공자 왈이 어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학업에 정진하지 못하는 제군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노인네의 탄식이 길게 이어지다가, 마침내 수업이 끝났다.

실장은 종례사항 여부를 알고자 교무실로 떠났다. 우리 반 담임선생은 ‘내가 바쁠 때에는 실장을 통해서 종례사항을 대신 전하도록 하겠다.’ 면서 사실상 매일 실장을 통해 종례사항을 전하고 있었다. 하긴, 교무실이 1층에서도 먼 구석 쪽에 위치해 2층 구석에 있는 교실에 손수 종례하러 오는 게 힘들은 듯싶었다.

우리는 종례보다도 ‘청소 시간의 사건 때문에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텐데’ 하는 기대감(?)에 술렁이고들 있는데 과연, 창을 열고 복도를 살피던 애들이 소리쳤다.

“3학년 칼침이 떴다!”

시선들이 일제히 걔한테 집중되었다. 앞자리의 내 몸까지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집중된 시선들인데 정작 걔는 그냥 책상에 눈감고 엎드려 있었다. 윤리 수업시간부터 자는 건지, 아니면 무슨 생각중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겁먹은 소리로 “주번, 빨리 교무실로 가서 담임한테 일러!”했고 또 다른 애는 나보고 “야, 빨리 걔를 깨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걔의 어깨를 흔들려는데 문득 교실이 조용해지더니 낯선 목소리가 싸늘하게 들려왔다.

“그래, 어느 씹새끼가 선배한테 겨 붙었어?”

앞 쪽 출입구에 ‘칼침’ 선배가 길이 10센티쯤 되는 잭나이프를 꺼내들고 서 있었다. 교내에서‘칼침 잘 놓기’로 소문난, 무기정학 전력의 선배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쪽으로 피했다. 나처럼 주위의 애들이 자리를 뜨자 ‘걔’모습이 드러났다. 걔는 책상에 엎드린 채 앞을 째려보았다. 좋지 않다는 시력으로 전방의 대상을 파악하는 듯했다. 칼침 선배가 걔를 향해 한 마디 내뱉었다.

“너니, 씹새끼야?”

그러면서 반짝이는 잭나이프를 좌우로 한 번 움직였다. 그러자 걔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책걸상들 사이의 빈 공간에 서더니, 웃옷을 다 벗어 상체를 알몸으로 드러낸 채 앞으로 나아가며 외쳤다.

“그렇다 개새끼야, 찔러 봐!”

그 때 교실 앞쪽에서 걔 표정을 본 애들의 말로는 ‘아메리카 불곰이 포효하는 장면 같았다’했다. 걔는 그런 표정으로 나아가면서 다시 소리 질렀다.

“씨발, 내가 안 죽으면 그땐 네가 죽는 거야!”

그러자 칼침 선배는 잭나이프를 든 채로 “이 새끼가 환장했나, 환장했나?”를 반복하며 출입구 밖 복도까지 뒷걸음으로 물러날 뿐이었다.

결국, 휭 하니 1층으로 내뺀 칼침 선배. 그러자 걔도 다시 웃옷을 찾아 입고 반대편 복도 끝, 층계로 사라졌다.

따라가 본 우리 반 애의 말에 의하면 ‘걔가 바깥 화장실로 가더니 오줌을 냅다 갈긴 뒤, 담배를 한 대 빠는 것 같더라.’했다.

그 때 교무실로 담임한테 종례사항을 전달받으러 갔던 실장이 돌아와 우리들에게 외쳤다.

“오늘도 종례사항 없다야!”

그러자 애들이 책가방들을 챙겨들고 교실을 빠져나가면서 “씨발, 하지도 않는 종례, 아예 없애라 그래!”혹은 “니미 담임이라고는!……”하며 혀를 차기도 했는데 평소에 없던 거친 반응들이었다. 실장이‘아니 왜들 이러지?’하는 놀란 표정으로 교단에 서 있었다.

그럴 만했다.

1년 위도 아니고 2년 위인 3학년 선배를, 그것도 악명 높은 칼침 선배를 걔가 단숨에 물리치는 현장을 목격한 우리였으니…… 덩달아 끓는 피를 억제하기 힘들 수밖에. 맨 앞줄에 앉는 작은 애까지 교탁을 발길로 냅다 차고 교실을 나갈 정도였다. 하극상의 현장을 목격하는 일만큼 피 끓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그것도 선후배간의 상명하복이 전통이라는 학교에서.

애들이 대부분 빠져나갈 때 실장이 뒤늦게 묻는 말소리가 내 등 뒤로 들려왔다.

“참, 어떻게 됐니? 3학년에서 누가 안 왔니?”

 

걔가 교실청소를 계속할 거라 믿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건 다음 날부터 교실청소를 그만둘 줄이야.

걔는 다음 날 청소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양동이 물 버리기’ 차례가 된 애가 걸레 물이 찬 양동이를 들고 창가 쪽으로 가는 척하더니 쓱 돌아서서 코미디언 ‘서 영춘’처럼 “갈갈갈” 웃으며 복도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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