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양동이 물을 버리는 일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반 교실이 2층 구석에 있어서, 막대걸레질을 하고 난 뒤의 양동이 물을 갖다버리는 게 여간한 고역이 아니었다. 담긴 물이 제법 무거운 데다가 서두르면 출렁거리며 교복을 적시니, 조심스레 천천히, 머나먼 1층 복도 끝까지 들고 가 바깥 하수구 구멍에 쏟아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막대걸레질 담당 애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하는 그 일의 그 날 차례가 바로‘나’였다. 퀴퀴한 걸레 썩은 냄새부터 고약한 양동이 물을 내려다보며, ‘이걸 어떻게 들고 가나?’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다가 걔와 눈길이 마주쳤다. 얼마 전 나는 걔가 부탁한 대로 공책 맨 뒷장에 그림을 그려준 적이 있었다. 걔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도와줄까?”
그러더니 양동이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창가로 가서는 그 시커먼 물을 창밖으로 확 쏟아 버리질 않던가! 뭐에 닿은‘철버덕’물소리와, 아래층에서 비명 같은 쌍소리가 난 것은 거의 같은 순간이었다. 바로 아래층은 3학년 교실인데, 3학년 선배들한테 그 더러운 물이 쏟아진 것이다. 하얗게 질린 우리에게 걔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러면 빠르잖아?”
나는‘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애당초 너는 청소하지 않는 게 남을 돕는 일이다!’하는 원망을 속으로 하면서 곧 닥칠 사태에 벌벌 떨었다. 다른 애들도 겁을 먹고서 서둘러 청소도구들을 정리하는데 걔는 빈 양동이를 멀찍이 놓은 뒤 빗자루들을 그 안으로 던져 넣는 놀이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체가 걸레 물에 흠뻑 젖은 3학년생 둘이 부릅뜬 눈으로 나타났다. 각목을 하나씩 들고 교실 앞쪽 출입구에 나타나 소리 질렀다.
“야이 개새끼들아! 전부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앉아!”
그 때 교실에는 20명 가까이 있었다. 교실청소는 재적 50명 중 20여 명이 배당될 만큼 힘든 구역이었다. 우리는 주섬주섬 책상 위에 무릎 꿇고들 앉았다. 걔도 무릎 꿇고 앉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따지고 든다면 양동이 물을 갖다 버리는 일이 본래 내 차례였으니 나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머릿속이 공포로 하얘졌기 때문이다. 3학년 선배는 입가에 허연 침까지 묻혀가며 소리쳤다.
“자수해! 어떤 씹새끼가 아래로 물을 쏟았는지 말이야!”
범인을 잡는 대로 그 자리에서 요절내겠다는 듯 손에 쥔 각목을 자기 바지에 비비면서 그랬다. 순간 내 등 뒤에서 걔의 으르렁거림 같은 소리가 언젠가 그 날처럼 들렸다.
“나다, 씨발 놈들아. 어쩔래?”
그러더니 걔는 어느 새 자기 책걸상을 높이 쳐들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다시 내뱉는 소리.
“죽을래, 씨발 놈들아?”
선배들은 기겁했다. 대단한 체구의 걔가 자신들을 노려보며 책걸상으로 내려칠 듯 다가가자, ‘어어어’ 하는 입 모양을 지으며 출입구 밖 복도로 물러났다.
“너 이따가 보자.”
소리나 남기고 사실상 달아나 버렸다. 걔는 뭐라 씨부렁거리면서 책걸상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는데 그 순간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