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걔가 앉았다.

내가 걔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인연에 근거한다.

 

3월 1일은 공휴일이다.

3월 2일 입학식 후, 1학년 3반 교실에 우리가 모이자 담임선생이 키 순서대로 앞에서부터 자리를 앉도록 했다. 복도 쪽 분단의 맨 뒤에 앉은 애가 걔였고 그 앞자리가 나였다.

나도 키가 큰 편이지만 걔는 더 큰 애였다. 큰 키의 애들이‘키 크고 싱겁지 않은 놈 없다’는 속설을 대개 입증해주었지만 걔는 달랐다. 걔는 키 크고 무서운 아이였다. 노려보듯 가늘게 뜬 실눈에다가, 큰 키에 걸맞게 체구도 대단했다. 내가 키 173cm에 몸무게 65kg이었는데, 아마도 걔는 180cm에 90kg은 충분했다.

입학한 뒤 얼마간은 걔가 부각되지 않았다. 작은 애들처럼 큰 애들도 여럿 있으니 걔가 별스레 부각될 일은 아니었다. 또한, 여러 중학교 출신들이 모인 고 1 교실이라 서로 낯설어서 조용했다. 그러다가 ‘출신 중학교는 다르지만 그 외에는 하나도 다를 게 없는 같은 또래’라는 유대감 내지 친근감이 형성되면서 쉬는 시간마다 소란스레 떠드는 교실로 변했다.

그 때 걔가 나지막하게, 그러나 분명한 발음으로 내뱉었다.

“씨발 놈들아, 조용하지 못 해?”

점심시간이었다. 애들 대부분이 미리 도시락을 먹었으므로 정작 그 시간에는 여기저기 몰려 앉아 떠드느라 바쁜데 그렇듯 걔가 쌍소리를 내뱉은 거다. 전체를 상대로 한 쌍소리는 처음이었기에 교실은 찬 물을 끼얹은 듯 일시에 조용해졌다. 미처 못 들은 애들이 ‘누가 뭐라는 거야?’작은 소리로 쑤군댔다. 그러자 걔가 다시 한 번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씨발 놈들아, 내 잠 깨울 거야?”

교실은 완전히 평정되었다. 쌍소리의 출발지를 확실하게 두 눈으로 확인한 애들은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고 몸을 움츠렸다. 복도 쪽 분단의 맨 뒤에 앉은 거대한 체구의 존재가 무섭게 노려보는 데에야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나는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걔의 그 쌍소리를 등 뒤로 생생하게 들었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던 맹수의 으르렁거림 같았다고나 할까. 초식동물들처럼 일제히 기죽던 가여운 우리 반 애들.

나는 떠들고 있던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 걔의 낮잠을 깨운 씨발 놈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애써, 편치 않은 자존심을 자위하며 앉아 있는데…… 건너편 창가 분단의 맨 뒤에 앉은 큰 애가 자존심의 손상을 견디기 어려웠던지 한 마디, 그러나 조심스레 쌍소리는 빼고 내뱉었다.

“원, 나 참!”

걔의 처사가 못 마땅하다는 소리였으므로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쪽과 걔를 번갈아 살폈다. 걔는 책상에 상체를 엎드린 채로 그 창가 쪽을 사납게 노려보며 다시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뜳어? 씨발 놈아?”

그 말에 창가 쪽의 큰 애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침묵했다. 그 순간 우리 반에서 가장 주먹이 센 애가 누구라는 게 결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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