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은 화장실 좌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모처럼 연휴를 맞아 집에 와서 불고기를 많이 먹은 게 체한 듯싶다. 나 참, 그 아이가 그런 기막힌 사연으로 기숙사에 맡겨진 줄을 몰랐다. 삼월 인사이동으로 이 학교로 전근 오면서 맡은 기숙사 사감 일이다. 세 달째로 접어드는데 팔십 명 되는 기숙사 애들 중에 그런 애가 끼어있을 줄은 나는 정말 몰랐다. 진작부터 애들의 신상을 파악해 두었어야 하는데, 낮에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밤에는 기숙사를 지켜야 하니까 바빠서 그럴 사이가 없었다. 직접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사감실로 찾아온 그 아이. 처음 보는 얼굴에 복장까지 아주 불량해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단치려는데 그 아이가 하던 말. “네에…… 부모님이 없는데요.”

그런 충격적인 존재한테 무슨 꾸지람인가? 그 아이의 용의나 복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했고,‘연휴에 혼자 기숙사에 남아서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이나 묵살해 버렸다. 괜히 이런 이상한 자식을 남겨 두었다가, 전기도 내린 기숙사 방에서 무슨 사고라도 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촛불이라도 켜놓고 지내다가 잘못돼서 기숙사에 불이라도 낸다면 그건 정말 수습할 수 없는 사고다. 사감인 내가 책임을 지게 되면서 최소한 ‘교감으로 승진하고자 하는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산될 게 뻔하다. 내 나이가 어언 오십육 세. 교장보다는 두 살 아래이지만 교감보다는 다섯 살 위다.

아이를 박정하게 처리해서 내 보냈는데, 뒤늦게 께름칙한 마음이다. 오갈 데 없는 그 아이가 그 꼴로 거리를 헤매다가 무슨 사고를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 나이가 환갑을 바라보면서 생겨난 쓸 데 없는 노파심인가? 아니다. 아무래도 불길하다.

끙!

하고 힘을 주는데도 편치 않은 아래뱃속의 것이 나올 기미가 없다. 꾸럭꾸럭 속이 편찮은 대로 더 기다려 봐야 하나? 결국 일을 못 보고 화장실을 나왔다. 거실의 아내는 오전에 목욕탕에라도 다녀왔는지 허벅지 속살을 언뜻언뜻 보이며 이심전심의 욕정을 전한다. 제기랄, 보름 만에 서울 집으로 올라와 편히 쉬려도 아내 욕정을 달래줄 의무가 기다리고 있다니. 그 아이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서 뱃속도 시원치 않은데 그런 의무가 가능할까?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고는 있지만 그 아이 걱정뿐이다.

아비가 위암으로 삼 년이나 앓다 죽고, 그 바람에 집안이 거덜 나면서 엄마마저 다른 남자와 재혼해서 산다는 막장 가정의 아이. 몇 안 되는 친척들도, 아이 아비가 사업할 때 보증 선 것이 잘못되면서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아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피붙이라고는 독서실에서 총무를 한다는 형 하나. 그 형도 집안이 해체되자 숙식을 해결하고자 그 곳에 가 있단다.

기가 막힌 아이 사정이 학교에 파악된 게 작년 삼월 학기 초에 학급 별로‘가정환경조사 자료’를 걷으면서였다고 했다. 그 때부터 학교에서는 아이를 기숙사에 넣어 숙식을 해결해 주는 한편으로‘학업성적은 우수하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까지 주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 아이가 학교 측의 후의를 단단히 입게 된 것은,‘서울대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업성적 우수 학생’이라는 사실이 적극 고려된 때문이라 했다. 이런 사실들을 나는 오늘 오후에야 알았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아이여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의 담임한테 전화를 걸어‘낮에 기숙사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의견을 구했더니 그렇게 그간의 사연을 일러주었다.

담임은 이런 말을 덧붙이며 통화를 마쳤다. “너무 염려 마세요. 요즈음 날씨가 더워졌으니까 아무 데서 잔들 얼어 죽기야 하겠습니까? 하하하. 애들은 말입니다, 야영가면 밤새 한 잠 안 자고 잘 놀잖아요? 그런 애들이니까…… 부장님,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럼 이만 끊습니다.”

담임은 사십 대 초반의 사내이다. 그런 나잇대 사람이니까 말을 쉽게 하는 것이지, 어디 나처럼 세상의 이런저런 풍파를 보거나 겪으면서 살아온 나이의 사람이 그럴 수 있나? 지금 어느 곳에서 헤매고 있을 그 아이.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그 아이가 안전하게 오늘 밤을 보낼 수 있을까.

그렇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내가 지갑 안에 접어서 넣어둔 유인물 한 장이 있지 않나. ‘기숙사 학생회 임원 명단 및 전화번호’.

회장 녀석의 휴대폰 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한다. 녀석은 뭔 바쁜 일이 있는지 일 분 넘게 있다가 전화를 받으며 내게 한 첫 마디가 이랬다. “너, 누구니 새끼야?”

기가 막히지만 화를 억누르고 답한다. “나다, 사감 선생이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제 친구가 건 줄 알고!”

“괜찮다. 다름이 아니고 내가 하나 물어볼 것이 있거든.”

“예예 말씀하십시오.”

멋모르고 전화 받은 죄를 씻고자 회장 녀석은 아주 어조가 공손하다. 휴대폰을 들고 연실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싶다. 내가 그 아이의 이름을 대며‘연락할 일이 있는데 혹시 휴대폰 번호라도 알지 않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 걔요. 걔는 휴대폰 같은 것도 없어요. 그냥 밤낮으로 공부만 하는 애에요. 왜 그러세요, 선생님?”

“내가 꼭 연락할 게 있어서 그러거든.”

“걔는 기숙사에 남아 공부하지 않나요? 작년 연휴 때도 걔는 특별히 봐 주는 것 같더라고요. 뭐, 걔는 엄마가 쌩까서 그렇게 된 애잖아요? 참, 안 된 애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쌩깐다’는 말은 일부러 모른 척 한다거나 도망갔다는 뜻이 아닐까? 애들도 다 아는 그 아이의 가정사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굳이 조심스레 얘기할 것도 없겠다. 솔직하게 말하자.“그러면 너를 믿고 말하겠다. 다름이 아니고.”

하면서 낮에 그 아이가 사감실을 찾아와서 벌어진 일을 대강 말하고서, 내가 지금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장 녀석이 반문했다.“무슨 걱정이세요?”

“그 아이가 잠자리도 없이 길거리를 헤매다가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지. 그 아이한테 하나 있는 형이란 사람도 자기 몸 하나 해결하기 바쁜 처지라니…… 아이가 형한테 들를 것 같진 않고. 그래서 내가 그 아이와 연락이 닿으면, 거 뭐야, 학교 수위실에 딸린 방에서라도 하룻밤 잠을 자라고 일러주려는 거지. 그 방이야, 내가 수위 아저씨한테 전화 한 통 걸어주면 되니까.”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제가 만일 그 애를 만나거나 연락이 닿으면 그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휴대폰으로 전해지는 바쁜 어조로 봐서 회장 녀석은 ‘뭐 이런 시시한 일로 전화를 다 하시나?’하는 표정인 게 역력했다. 어찌 됐건 이만 하면 됐다. 내가 아이한테 여기 멀리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 그러면…… 가만 있자, 우리 아내가 어디 있나? 이제야 한 번 안아줄 마음이 생겨나는데 말이야.

 

 

앞뒤바퀴의 바람이 다 빠진 낡은 자전거가 105동 ‘3-4’현관의 왼쪽 벽에 기대어 있다. 그 위쪽에 있는 각 호별 우편물 수취함.

아이는 수취함에서 403호 칸을 본다. 오래 되어‘403’이란 페인트 글씨는 흔적도 없고 이삿짐센터 스티커들만 겹겹이 붙어 있지만 아이는 403호 칸인 것을 안다. 그 칸 아가리에 무슨 유인물이 물려 있다. 아이는 아가리 덮개를 쳐들어 그것을 꺼내어 본다.‘재개발 사업 시행 인가 고시’

다른 칸의 아가리들도 같은 유인물을 물고 있다. 어떤 것은 상품 광고 전단들까지 물고 있어 구토하는 모양 같다.

일 년 전, 403호 칸의 아가리에는 기분 나쁜 우편물들이 끊임없이 물렸다.‘채무변제 3차 독촉’‘법적처리 통보’’신용불량자 등재를 예고함’‘파산신청 안내 ’ 등등. 해골이 다 되어 누워 있는 아버지를 대상으로 날아들던 기분 나쁜 문서들. 그 때부터 어머니는, 아니 그 여자는 집에 들어오는 날이 줄어들어갔다.

아이는 ‘재개발 사업 시행 인가 고시’유인물을 수취함 아가리에 다시 쳐 넣고서 층계에 발을 디딘다. 사 년 전인가, 일 층의 103호에 살던 귀여운 꼬마가 층계 벽에 그려놓은 그림이 여태 남아 있다. 빨강 크레파스로 그려놓은 꽃 한 송이. 그 즈음부터 이 아파트는‘최소한의 관리’로 들어서지 않았을까?

이 층.

삼 층.

사 층으로 오르는 층계에서 아이는 가슴이 떨린다. 그럴 리가 없지만 이제 층계를 다 올라서 403호 문을 열면 멀리 안방의 아버지가 희미한 기척으로 자기를 맞을 것 같다. 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지내면서 힘이 다 빠져버려, 머리맡의 물병을 손으로 쓰러뜨려 소리 내거나 부스럭거리는 이불 소리로 당신의 반가운 마음을 알렸다. 그러면 아이는 “아버지, 저 왔습니다.”하면서 현관으로 들어섰다. 책가방을 거실바닥에 내려놓고서 여기저기 창문들부터 활짝 엶으로써, 십팔 평 실내에 가득한 역한 냄새부터 환기시키는 첫 번째 집안일을 했다. 두 번째 집안일은 아버지의 병 수발이다. 병 수발이랬자, 아버지 샅에 채워진 기저귀를 갈아주고 죽 그릇을 설거지한 뒤 새 죽을 끓여 담아 놓는 일이다. 죽도 그냥 방치하면 곰팡이가 퍼렇게 껴서 내버려야 했다.

아이가 당신 샅의 기저귀를 갈 때 눈을 꾹 감고 마른 장작개비처럼 움직여지던 아버지 모습. 아이는 그 아픈 기억을 지울 듯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403호의 문 앞을 지나 오 층으로 향한다. 밤 열 시도 안 되었을 텐데 무덤처럼 어둡고 조용한 통로다. 텔레비전 소리나 어느 집 말다툼 소리 같은 것도 없다. 아까 공중전화 부스 옆에 서서 올려다봤을 때 열 가구 중 두 가구가 불을 켜고 있었는데…… 불 꺼진 가구들은 모두 다른 데로 이사 간 걸까?

이제 오 층이다. 층계가 끝났다. 여기서 벽에 있는 쇠사다리로 삼 미터쯤 오르면 자물쇠로 채워진 정사각형의 철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옥상이다. 그 열쇠가 아직도 있을까? 관리소 아저씨가 그 자물쇠의 열쇠를 층계 벽의 작은 환기창에 몰래 놓고 다니던 것을 아이는 기억해 냈다. 높은 환기창이라 아이는 발끝을 곧추세우고 오른팔을 바짝 올려 손바닥으로 더듬어 본다. 있다, 먼지 속에. 아이는 차가운 그 열쇠를 입에 물고서 쇠사다리 틀을 하나하나 잡으며 오른 뒤, 자물쇠를 따고 철문을 연다. “삐이이걱”

낮에 달궈진 옥상의 더운 기운이 아이 얼굴을 공격한다. 아이는 철문을 열어놓은 채 다시 쇠사다리로 오 층까지 내려와 동복 상의를 벗는다. 팔소매들을 서로 잡아매자 상의는 광주리처럼 되었다. 그 안에, 아까 바닥에 놓았던 소주병과 오징어 구운 것을 담은 뒤 목에 걸고 조심조심 쇠사다리를 오른다.

지상은 어둠에 깔리면서 낮의 열기가 식었는데, 옥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이는 뜨듯한 옥상 바닥에 주저앉은 뒤 소주병 마개를 따고서 꿀꺽꿀꺽 소주를 마신다. 점심은 기숙사 식당에서 먹고 나왔지만 저녁은 먹은 게 없어, 목구멍 너머로 들어간 소주는 이내 독한 기운으로 내장에 퍼진다. 아이는 벌써 흔들리는 눈길로 오징어를 찾아 두 손으로 뜯어 먹다가, 다시 소주병을 들어 마신다.

밤하늘의 별들이 총총하게 보여야 할 옥상인데 그렇지 않다. 백여 미터 거리를 두고 지어진 이십오 층 고급 아파트의 휘황한 전등불빛들이 여기 옥상까지 날아오면서 밤하늘을 허연 그물처럼 막은 탓이다. 그 여자가 산다는 저 이십오 층 아파트의 어느 집. 그 여자는 아버지 화장한 재를 강물에다 뿌리고 돌아온 날 저녁에 우리 형제한테 이런 메모 한 장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나는 네 아버지와 이혼해서 벌써부터 남이었다. 인제는 너희끼리 잘 살기 바란다.’

그 때부터 엄마는 ‘그 여자’가 되었다. 엄마가 아버지와 이혼한 사실은 우리도 아는 오래 전 일이었다. 아버지의 부채가 넘어오는 것을 피하기 위한 문서상의 위장이혼이라 했는데…… 그것을 실제로 적용시킨 것이다. 아버지의 건강음료 판매사업이 그럭저럭 되어가고 있었을 때 그 여자는 엄마였었다. 아파트 관리비니 전기료니 하는 것들을 꼬박꼬박 잘 내고 살 때는 좋은 엄마였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래도 오늘 밤, 예전에 십 년 넘게 살았던 105동 403호 가까운 위에서 지내게 되지 않았나. 403호 안방의 아랫목처럼 따듯한 옥상 바닥이라니……. 소주에 취한 탓일까, 아이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진 채로 앉아 있다가, 벗었던 상의를 이불처럼 뒤집어쓰며 옥상 바닥에 누웠다. 밤잠을 청한다. 뒤집어 쓴 상의가 검은색 동복이니까, 박쥐가 하늘로 날아오르려다가 쳐 놓은 빛 그물에 걸려 추락해 버린 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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