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이 지났다.

 

내가 퇴직 후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한 친구가 ‘자네가 대학 시절에 글을 잘 썼다는데 좀 보여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그런 연유로 세상의 빛을 제대로 받게 된 소설이‘숨죽이는 갈대밭’이다. 그 친구가 다 읽어보고는‘브라보!’라고 벅찬 감동을 한 줄 메일로 적어 보냈다. 현재 쓰는 소설들보다 몇 십 년 전 대학 시절의 이 소설이 훨씬 낫다는 전화통화를 나중에 했다. 놀란 나는 이번에는 모 시인께 보였다. 그분 역시 다 읽고 나서 친구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제목을 바꾸게. 다 좋은데 지금 제목은 어째 마음에 안 드네.”

 

‘초원의 빛’이란 원제 대신 ‘숨죽이는 갈대밭’이란 제목으로 바뀐 연유다. 가깝게 지내는 봉명산인이란 분도 이 작품을 읽고 극찬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아들 또한 이 작품을 보고 ‘아빠가 대학시절에 이렇게 소설을 잘 썼다니!’하고 감격했다.

 

그래서 올해 여름에 생애 처음으로 작품집을 낼 때 수록한 12편에 이 작품을 포함시킴은 물론이고 작품집의 표지 제목으로까지 삼았는데…… 생각만큼 독자들의 반응이 나오지 않아 ‘왜 그럴까?’하고 나 혼자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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