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 전 일이다. 잡초 무성한 돌밭을 포클레인을 동원해서 경지 정리할 때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발견됐다. 돌절구의 이었다. 포클레인 기사가 작업을 중단하고서 내게 말했다.  

돈 벌었습니다! 이거, 골동품 시장에 갖고 가면 제법 값을 쳐 줄 겁니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그런 데 갖고 가도 돈을 많이 받을 것 같지 않았다. 짝이 될 공이도 없거니와,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 제 모양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 환금가치를 떠나 외진 숲속 돌밭에서 발견됐다는 데 의미가 있을 듯싶었다. 분명 오래 전에 인가가 있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느낌상으로 구한말? 광복 전후? 625 동란 전?

어쨌든 그 확을, 경지 정리가 끝난 뒤 (춘심산촌 농장의 시작이다.) 농막 가까운 곳에 일단 묻었다. 조선왕조가 무너져가는 구한말, 혼란스런 광복 전후, 동족상잔의 피로 얼룩진 625 동란 등을 이 외진 숲속에서 담담히 지켜봤을 돌절구의 확.

느닷없는 바이러스 성 역병까지 말없이 지켜보는 그 모습. 오늘 사진 찍어 SNS에 영구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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