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생충의 전반부에 기택의 아들 기우가 가정교사를 하려고 대저택에 들어선 장면이 있다. 정확히는 가정교사 채용 면담 차 가슴 조이며 대저택의 뜰로 혼자 들어서는 장면이다. 그 때 하늘의 햇빛이 기우를 조명하듯 내리쬐었다. 정면으로 말이다.

나는 이 장면이 여태 생생하다. 햇빛 한 점 받기 어려운 반 지하 셋집의 기우가 느닷없이 엄청난 햇빛을 받게 되다니!

그 햇빛은 가짜로 대학재학 증명서까지 만들어 왔는데 들통 나거나 해서 면접에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의 투영이었다. 찬란하다기보다 두려운 빛의 뭉치였다.

기우가 어찌 될까?’

짧은 순간이지만 두려움 속에 두리번거리는 기우 모습은, 가난한 청춘시절을 보낸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디테일한 장면 연출로 소문만 봉준호 감독이기에, ‘기우가 대저택 뜰에 들어설 때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장면에 공을 들였을 게 분명하다. 햇살이 기우를 엄습하는 시간대에 촬영기를 돌리려고 여러 번 현장 연습을 했을 거라는 내 확신이다.

흔한 햇빛까지 자신의 작품에 요긴하게 쓴 봉 감독. 그의 재능에 재삼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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