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되고 힘들었던 중고교 시절, 특히나 힘들기 짝이없는 시험 기간 동안 나를 지탱해준 것은 상상의 힘이었다. 시험만 끝나면 뭘 하고, 또 뭘 하고... 시험이 끝난 뒤엔 엄청나게 할 것이 많았지만, 정작 시험이 끝나고 나면 모든 게 다 시들했다.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막상 끝나보니 별로 졸리지도 않다. 이런 것과 비슷하다. 무인도에 표류를 하게 되면 세상에 돌아가서 할일이 너무도 많지만, 막상 구조가 되면 이전과 다름없는 비루한 삶을 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즐거운 순간은 상상을 하는 바로 그 순간 뿐이다. 우리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면 언제나 상상을 하고, 상상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긴다.

한때는 책방 주인으로서의 삶을 꿈꿨다. 누구나 공짜로 책을 볼 수 있고, 어떤 책이 좋은지 독서상담도 해주고, 소통의 중심이 되는 그런 책방. 그래, 소식지도 내고, '책방주인이 선정한 1월의 책 베스트텐' 이런 것도 싣자. 약간의 노동도 해야겠지만, 거기 주인으로 앉아 있으면 원없이 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돈을 많이 못벌더라도 참고서는 팔지 말고, 정말 좋은 책만으로 책방을 꾸미자. 이런 생각에 빠져 있노라면, 참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막상 책방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듯하다. 홍대 앞에서 제법 큰 서점-내가 계획한 책방보다 세배는 큰-을 운영하고 있는 분은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카운터에 서있고, 아르바이트 분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컴퓨터만 두들기고 있다. 그들 중 책을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책방을 열어도 그렇게밖에 안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의외로 중요한 거니까. 내가 그런 데서 전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책방 주인은 신선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책방 주인은 내 상상 속에서만 아름답다.

최근 또다른 상상을 추가했다. 벤지 이후에는 개를 더이상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애견센터에서 뛰노는 강아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얘네들을 패키지로 가져다가 마당 있는 집에서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돈을 좀 들여 한 열마리 쯤을 사는거다. '개랑 놀아줄 사람'을 구해 내가 출근한 뒤인 열시부터 오후 다섯시 정도까지 개를 돌보도록 하고. 상상해 본다. 늦은 밤, 내가 현관 문을 열면 강아지 열마리가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서로들 내 옆자리에서 자려고 다투고. 아,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 않는가?

하지만 막상 개를 키운다면 이렇게까지 아름답지만은 않겠지. 개들이 여기저기 싸놓는 대소변으로 집이 멍들고-벤지 하나로도 집이 망가지는 걸 보면, 열마리라면...-개봐주는 사람을 구할 여유가 안될 게 확실하니, 애들 먹이며 대소변을, 그리고 이불빨래 등을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개가 걱정이 되어 해외는커녕 1박도 굉장히 힘들어하는 삶이 계속되겠지. 벤지에게서  많은 기쁨을 얻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지 이후에 개를 안키우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게 아니던가.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여자를 보면서 그 여자와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슴이 벅차는 일이지만, 막상 사귀기 시작하면 끊임없는 기싸움에 가슴이 멍들지 않는가.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다르며, 상상만큼 아름다운 현실은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상상을 한다. 끼룩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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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1-1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때는 정말 그런 거 같아요. 평소에 안 하던, 또는 죽어도 하기 싫던, 짓들이 막 하고 싶거든요 : 일기 쓰기. 방 청소하기. 책 정리 하기. 그림 그리기. 시험 끝나고도 더 열심히 공부할 계획(?!). 저도 물론, 시험이 끝나면 상상도 허물어지죠. ^^
 

 

 

 

두달에 한번씩, 모 회사의 사보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글 쓰는 거야 그다지 어렵지 않으므로 나름대로는 '쉽게 돈을 번다'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작년 말, 장애자단체에서 내 글을 봤다면서 전화를 했다.

그사람: 글을 보니까 선생님이 참 좋으신 분인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어요

나: 아, 네. 별로 그렇지도...

그: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단체에서 뭘 좀 만들었는데 선생님께 보내드려도 될까요?

나: 네? 아, 그, 그게...

결국 난 그 뭔가를 받고, 원고료로 받은 돈을 그 단체에 송금했다. 그 뭔가가 뭐냐고? 기억은 안나지만, 그다지 유용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장애자단체에 돈을 낸 건 약간의 뿌듯함을 주긴 하지만, 오늘 아침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를 쥐어뜯을 일이다.

지난 토요일, 갑자기 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자: xx에다 글 쓰신 거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쓰셨대요

나: 아, 네. 별로 그렇지도...

기자: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이 쓰신 거 저희가 기사로 써도 되겠습니까?

나: 그럼요, 그렇게 하세요.

난 관련 사진도 몇장 메일로 보내줬다. 오늘 아침, 그 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자: 오늘 아침에 난 기사 봤습니까?

나: 아뇨. 안봤는데요

기자: 저희 신문 x면에 보면 선생님 글이랑 존함을 실었습니다.

나: 네, 알겠습니다. 이따가 보겠습니다.

기자: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이코노미스트'란 잡지를 홍보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하나 봐주실 수 있습니까?

일년에 15만원이라니, 정말 더럽게 비싸다. 안된다고 빼다가 결국 6개월로 합의했다. 문제는 그  기자의 사상이다. 그는 내 글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기사를 보니 내가 말한 것은 세줄인가 되고,  나머지는 자기의 취재인 것처럼 되어 있다. 뭐, 상관없다. 내가 허락한 일이니까. 그렇긴 해도,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사람이다. 일주에 하나씩, 기사거리를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빠지는 터에 아주 쉽게 기사를 썼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기 신문에 내 이름을 내 줬으니, 크게 선심을 쓴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턱없는 요구는 하지 못했을게다.

그 기자로 인해 내가 득을 봤을까? 난 별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실 난 신문에 내 이름이 실리는 게 겁이 난다. 명성에 집착을 하지 않는다기보다, 모교 선생님들로부터 좋지 않은 말을 들을까봐서. 모교에서는 하필 그 신문을 보고, 내가 신문에 날 때마다 "이친구 정말 왜이래?"라며 나를 성토하곤 했다. 오늘도 아마 그 신문을 펴들고 "이 친구, 안되겠구먼"이라며 내 얘기를 했겠지. 내가 지금 귀가 가려운 것은 귓밥 때문만은 아니리라. 왜 성토를 하냐고? 그분들로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신문에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 것이 마땅치 않을 것이니까.

명성. 나 역시 그걸 바란다.  예컨대, 내 논문이 Nature같은 잡지에 실렸다거나, 생명공학의 발전을  앞당길 뭔가를 개발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내가 이룩한 성취를 가지고 신문에 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이런 식은 싫다. 아는 게 없다는 걸 나도 잘 아니까. 거기다가 잡지 구독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기분이 나쁘다. 그 신문사에 근무하는 다른 기자의 요구에 의해 그  회사의 신문도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끊어야겠다. 그나저나 기자들은 왜 그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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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로야구에 통 관심을 끊고 산다. 하기사, 경기도 안하는데 무슨 관심을 갖겠는가.  그런데 어제 오후, 항의전화를 한통 받았다. 이상훈 사태가 지금 심각한데, 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느냔다. 그래서 그랬다. 알아보고 글로 남기겠다고.

사태의 전말은 이랬다. 이순철이 엘지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기타를 들고 밴드 활동을 하던 이상훈에게 전지훈련 중에는 기타를 가져가지 말라고 했고, 이상훈은 그에 반발, 팀을 떠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첫번째 의문. 아니 왜 하필 이순철을 감독시켰냐? 꼭 엘지 출신이어야 엘지를 지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순철은 도무지 카리스마가 없다. 선수 시절 그가 얼마나 얍삽한 야구를 했는지 야구에 약간만 관심이 있어도 알 것이다. 어디서 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찬엽이나 한대화, 하다못해 김상훈 같은 사람도 있는데 왜 이순철이람? 어제 같이 술을 마신 엘지 팬들도 이순철이 온 것에 대해 "엘지의 해태화"라며 반발하던데...

두번째 의문. 이상훈은 언제부터 기타를 쳤을까? 그의 연주실력은 모르지만, 선수가 다른 취미를 갖는 게 나쁠 건 없다. 기타가 어릴 적부터 "모범생이 아닌 애들이 가지고 노는 것"이라며 세뇌가 되어 있어서 그렇지, 기타는 좋은 취미다. 밴드활동? 더더욱 멋지다. 전지훈련을 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상훈 정도면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할텐데 그걸 금지시키는 것은 반발할 만하다.

이순철은 젊은 감독이다. 신문에 난 걸 보니 이제 겨우 마흔하나, 하지만 그의 감각은 젊은 나이를 초월해 구닥다리의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엘지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선수의 취미생활을 막는 것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야구할 땐 야구를 해도, 사생활은 존중하자. 머리를 기르든, 팬티를 안갈아입든, 야구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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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로를 내리막길로 만들어 자동차 연비를 개선하겠습니다" 이 구호를 들으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 아래쪽에 사는 애들은 어떡하지? 그런데 이런 황당한 구호를 공약이랍시고 내건 정당이 있단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니고, 라틴 아메리카의 한 나라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럼 그렇지!" 하며 웃을 것이다. 맞다. 그 나라들, 웃긴 일 참 많이 한다. 아직까지도 군사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곳이 있고, 그나마 정치상황이 불안해 쿠테타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이니 경제가 잘될 리 없어, 뻑하면 파산을 한다. "저 나라들은 도대체 발전이 없어!"라고 생각을 할 거다.

하지만 그건 우리 모습이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다행이지만, 몇십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해외토픽으로 우리나라 소식을 들으면서 "저 나라는...."이라는 말들을 했을거다. 헌정 이후만 보더라도 '사사오입' 파동이 있었고, 김구 선생이 암살당했다. 이념을 빌미로 둘로 갈라져 전쟁을 겪어야 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판결이 난 8명이 다음날 새벽 처형당하자 어느 단체는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영국의 한 언론사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비근한 예로, 가운데 도막이 뚝 끊어진 성수대교나, 테러도 아닌데 제풀에 쓰러진 삼풍백화점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저 나라는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 하는 탄식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그런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실미도다.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사형수들이 포함된 부대를 만들어 가혹한 훈련을 통해 인간병기로 만드는 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냉혹한 대우에 그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정부에서는 "무장공비"라며 그들을 두번 죽였다.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도 우리의 것이건만, 오욕으로 얼룩진 현대사를 학교에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았고, 난 다른 루트를 통해 역사의 비극들을 접했다. <실미도>라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그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온 야만의 역사를 다시금 우리에게 환기시켰다는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사를 알고나면 우리가 좀더 겸허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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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지만 흥미로운 주제고, 토론의 달인인 유시민이 나와서 끝날 때까지 토론을 봤다.

-김황식 한나라당 의원
처음 본다.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긴 해도, 그는 내가 알던 한나라당 의원과 하나도 차이가 없었다. 그는 시종일관 음모론을 제기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더니, 노무현이 12월 19일날 당선축하모임에서 '시민혁명을 지속시키자'라고 하니까 그다음에 물갈이 연대가 등장했단 말야..."
그는 별 재미도 없는 이 얘기를 세번이나 반복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최열의 반박, "나도 환경운동을 십년 넘게 해온 사람인데, 우리가 청와대나 안기부 지시를 받고 움직일 사람이냐"
유시민의 말, "그렇게 보신다면 말이죠, 2000년의 낙선낙천운동이 일어났을 때 이회창이 중진들 물갈이 했잖아요? 그 운동이 이회창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죠?"

무지한 사람을 설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 거짓 주장을 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설득한담? 김황식도 물갈이연대가 노무현과 관계가 없음을 잘 알고있을게다. 최열의 주장대로 이번 운동은 4년 전 벌어진 낙선운동의 연장이니까. 하지만 그가 거듭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물갈이 운동의 이미지를 흐리게 함으로써 정치에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음모가 깔려있다. 그놈도 집에 가서는 자식한테 이럴 거다. "거짓말 하지 마라, 응?"
그나저나 한나라당은 왜 시민운동에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는 걸까? 후보 판단기준으로 시민연대가 내세운 '전문성, 도덕성, 개혁성'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거리가 먼 것을 시인하는 걸까?

-제성호 교수
이 인간은 시종일관 위법성을 물고늘어진다. 선관위가 괜찮다고 했다는데도 막무가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니' 위법하단다. 난 그가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조선일보의 막무가내식 편파보도에 대해서 그런 소리를 한번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위법성에 대해 김황식 의원이 한마디 거들자, 유시민이 한 얘기는 정말이지 토론의 하이라이트였다.
"저도 국회의원이지만, 우리가 남한테 룰을 지키라고 말하는 건 양심에 찔린다"
난 웃었고,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맞는 말이다. 전체 의원의 20% 이상이 범법자인데,  어찌 시민단체에게 위법성 운운한담?

제성호는 '공정성'에 관해서도 많은 말을 했고, 시민단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편향, 나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러는 제성호는 편향성이 없나? 그는 지금까지 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에게만 줄기차게 투표를 했을게다. 그런 사람이 남에게 편향을 말한다? 그러고보면 편향이란 딱지는 언제나 반개혁 쪽에 의해서, 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에게 붙여진다. 난 그가 엄정하게 중립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발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지지는 공정이고, 남의 지지는 편향이라는 이중잣대는 당장은 먹히겠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공정성'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함으로써 정치발전에 역행한다.

-한 네티즌
어떤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국민연대에 소속된 위원이 우리나라 4천만 국민인가요?"
물갈이연대에 대해 이런 지적이 난무한다. "누가 너희에게 그럴 권리를 줬냐"
"너희들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냐"
모든 국민은 주권자며,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지닌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몇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날 딱 하루만, 주권자임을 실감해야 했다. 의원들이 개판을 쳐도 응징할 방법은 없었고, 망각의 힘 때문에, 그리고 망국적 지역감정 때문에 선거 때조차 응징이 실현되지 못했다. 정형근이 아직도 국회의원 행세를 하는 현실을 보라. 

다들 정치가 개판이라고 욕을 하면서, 아무일도 안하는 상황. 시민연대가 나섰다. 왜? 국민들의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그러자 침묵하고 있던 애들이 하나둘씩 입을 연다. "니, 니네가 뭐, 뭔데?" "그럼 가만히 있던 우리는 바, 바보냐?"
사실 바보였다. 어느 유명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침묵하는 다수란 없단다. 그 말은,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찾지 않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술자리에서 정치를 욕하는 기세를 보면 정말이지 우리 정치가 곧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거품을 물고 정치를 욕하는 사람은 알고보니 투표도 안했다. 이게 말이 되나? 왜 안했을까?
"그놈이 그놈이니까!"  시민단체의 당선운동은 그래서 필요한 거다. 그들은 말한다. 도토리도 키를  재야 하고, 잘 보면 보인다고. 선택을 도와주겠다는데, 그리고 수틀리면 그 선택을 따르지 않으면 되는데 왜 "니들이 뭔데?"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걸까? 우리, 솔직해지자. 그간  우리가 바보였음을, 언론과 지역주의에 휘둘려 왔음을 솔직히 인정하자. 시민단체들이 몇달씩 일해봤자 생기는 거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러는 거 같아? 생기는 게 많아 보이면, 지가 하든지. 지가 하기 싫으면 욕은 말든지. 정말 왜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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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1-1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제가 쓰고 싶었던 글입니다. ^^ 이심전심이라는 말을 절감했어요.. 퍼갈께요~ ^^

마태우스 2004-01-1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