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에 한번씩, 모 회사의 사보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글 쓰는 거야 그다지 어렵지 않으므로 나름대로는 '쉽게 돈을 번다'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작년 말, 장애자단체에서 내 글을 봤다면서 전화를 했다.

그사람: 글을 보니까 선생님이 참 좋으신 분인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어요

나: 아, 네. 별로 그렇지도...

그: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단체에서 뭘 좀 만들었는데 선생님께 보내드려도 될까요?

나: 네? 아, 그, 그게...

결국 난 그 뭔가를 받고, 원고료로 받은 돈을 그 단체에 송금했다. 그 뭔가가 뭐냐고? 기억은 안나지만, 그다지 유용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장애자단체에 돈을 낸 건 약간의 뿌듯함을 주긴 하지만, 오늘 아침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를 쥐어뜯을 일이다.

지난 토요일, 갑자기 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자: xx에다 글 쓰신 거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쓰셨대요

나: 아, 네. 별로 그렇지도...

기자: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이 쓰신 거 저희가 기사로 써도 되겠습니까?

나: 그럼요, 그렇게 하세요.

난 관련 사진도 몇장 메일로 보내줬다. 오늘 아침, 그 기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자: 오늘 아침에 난 기사 봤습니까?

나: 아뇨. 안봤는데요

기자: 저희 신문 x면에 보면 선생님 글이랑 존함을 실었습니다.

나: 네, 알겠습니다. 이따가 보겠습니다.

기자: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이코노미스트'란 잡지를 홍보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하나 봐주실 수 있습니까?

일년에 15만원이라니, 정말 더럽게 비싸다. 안된다고 빼다가 결국 6개월로 합의했다. 문제는 그  기자의 사상이다. 그는 내 글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기사를 보니 내가 말한 것은 세줄인가 되고,  나머지는 자기의 취재인 것처럼 되어 있다. 뭐, 상관없다. 내가 허락한 일이니까. 그렇긴 해도,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사람이다. 일주에 하나씩, 기사거리를 생각해 내느라 머리가  빠지는 터에 아주 쉽게 기사를 썼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기 신문에 내 이름을 내 줬으니, 크게 선심을 쓴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턱없는 요구는 하지 못했을게다.

그 기자로 인해 내가 득을 봤을까? 난 별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실 난 신문에 내 이름이 실리는 게 겁이 난다. 명성에 집착을 하지 않는다기보다, 모교 선생님들로부터 좋지 않은 말을 들을까봐서. 모교에서는 하필 그 신문을 보고, 내가 신문에 날 때마다 "이친구 정말 왜이래?"라며 나를 성토하곤 했다. 오늘도 아마 그 신문을 펴들고 "이 친구, 안되겠구먼"이라며 내 얘기를 했겠지. 내가 지금 귀가 가려운 것은 귓밥 때문만은 아니리라. 왜 성토를 하냐고? 그분들로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신문에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 것이 마땅치 않을 것이니까.

명성. 나 역시 그걸 바란다.  예컨대, 내 논문이 Nature같은 잡지에 실렸다거나, 생명공학의 발전을  앞당길 뭔가를 개발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내가 이룩한 성취를 가지고 신문에 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이런 식은 싫다. 아는 게 없다는 걸 나도 잘 아니까. 거기다가 잡지 구독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기분이 나쁘다. 그 신문사에 근무하는 다른 기자의 요구에 의해 그  회사의 신문도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끊어야겠다. 그나저나 기자들은 왜 그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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