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5시 24분인데 요즘은 알라딘 점검 안하나봐요?? 예전엔 5시부터 6시까지 늘 점검이라, 4시 59분이 되면 일단 글을 저장하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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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난 학교에서 월, 수, 목 세 번을 잤다. 금요일날 도 밤 12시에 연구실을 나왔으니 정말 열심히 한 한주였다. 주 3회 강의가 있는지라 이럴 수밖에 없었는데, 오래도록 가르친 과목은 괜찮지만 역시 문제는 유전학이었다.


첫날 난 애들한테 바다 위의 난파선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저와 함께 유전학의 바다에서 같이 헤매 봅시다. 제 강의가 여러분 기대에 못미치겠지만 열심히 할께요.”

그 뒤 난 이렇게 열심히 산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


어제, 슬라이드 200여장을 만들어 강의실로 갔다.
“DNA 복제는 늘 5번 말단에서 3번 말단으로 진행되잖아요.”

무척이나 당연한 이 말에 애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이해 안가세요?”

“네.”

아니 그 말을 왜 이해를 한담. 당연한 말인데.

나: 그럼 첫 시간에 제가 말한 것도 이해 안됐어요?

학생들: 네~~

그때 난, 학생들이 다 아는 얘긴 줄 알고 빠르게 넘어갔었는데. 결국 어제 난 준비해 간 슬라이드의 30%도 채 틀지 못했다. 애들이 알아먹도록 설명을 하느라고.

“옆으로만 걷는 바닷게가 있어요. 얘는 말이죠 꼭 화살표랑 반대로만 걸어요. 왜? 얘가 청개구리 바닷게거든요. 여기 보세요. 화살표가 이쪽으로 되어 있죠. 그럼 이 게는 어느 쪽으로 걸을까요?”


내가 유전학 강의에 공포심을 가졌던 건, 내가 아는 거 정도는 학생들도 다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DNA도 뽑아보고 전기영동도 해보는 등 알게 모르게 유전학의 바다에서 굴러 온 지난 인생은 헛된 게 아닌지라 내가 아는 상식도 학생들에겐 고난도 지식이었다. 혹시나 싶어 이런 말을 해봤다.

나: DNA는 말이죠,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어요.

학생들: 오옷~~ 그럴 수가!

나: DNA는 여러분에게도 다 있어요.

학생들: (자기 몸을 들여다본다) 정말이요? 한번 찾아줘 봐요!


매주 두시간의 유전학 수업 때마다 난 <최신 유전학> 두 챕터씩을 가르치려 했다. 그랬으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공부도 따로 해야 하고, 슬라이드도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빨리 달리는 천리마가 아니라 천천히 걷는 소였다. 느릿느릿 걷지만 자기 할 일은 다하는 그런 소. 이제부턴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좀 쉽게 설명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겠다. 9월 12일, 강의 부담은 어느 정도 덜었다. 이제부턴 밀린 일을 할 차례다.

 

* 설마, 학생들이 한 말, 진짜로 믿으시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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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6-09-12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 수준에 맞추는 강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교수가 연구하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학생도 마찬가지여야 하겠죠. 갑자기 그런 표현이 떠오르네요. '독자에 영합하는...' 농담이에요. (.. )( '')

마태우스 2006-09-12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음.... 님 말씀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잘 모르는 애들을 앉혀놓고 바람처럼 제 진도만 나가는 것도 좀 그렇더라구요. 좀 더 쉽게, 천천히 가르치더라도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게 예과 애들한텐 더 필요할 것 같아서요... 제가 넘 진지하게 댓글을 달았나요??

BRINY 2006-09-1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트타임 학생의 입장으로 말씀드린다면, 그래도 진도만 빨리 나가는 것 보다는 자극을 주고 남는 게 있는, 그래서 계속 스스로 흥미 갖고 공부하게 만드는 강의가 좋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등학교 수업은 그게 안되네요! 으악!)

다락방 2006-09-1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이 페이퍼를 읽으니 막 무서워져요. 만약 제가 그 시간에 같은 강의를 들었다면 저도 아마 대부분을 이해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겨서 말이죠.
마태우스님!
힘내세요. 학생들도 곧 따라와 주겠죠. 전부는 아니더라도 말예요 :)

마태우스 2006-09-1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음...의대에선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아는 것만 확실히 아는 게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돌팔이가 안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DNA 하나만이라도 열심히 가르쳐 보려구 합니다^^
다락방님/어머 무슨 말씀!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는 건 다 제가 못가르쳐서 그런 겁니다....

해리포터7 2006-09-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좋은 생각이어요..쉽게 쉽게 설명한다는것..자신들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들면 곧 흥미가 엄청 샘솟으리라 생각됩니다.뭐 다 이해하고 있는 학생은 따로 관리하심 안되나요?

진/우맘 2006-09-1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DNA가 이중나선 구조고, 우리몸에 DNA가 있다는 사실에 사뭇 놀라는 그 친구들이.....마태님에게 잘 배워서 나중에 진찰하고 수술하고 처방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설마 유전학이 교양은 아닐테고...ㅡ,,ㅡ)
갈 길이 머십니다......그저그저 불쌍한 알라디너들 오진때문에 고통받지 않게 하리라...는 심정으로 차곡차곡 가르쳐 보소서....ㅠㅠ

프레이야 2006-09-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학생들편에서 고민하고 열심히 준비하시는 모습이 멋집니다. 님의 강의를 듣게 된 학생들은 복 터졌다구요^^ 힘내시구요.. 님의 강의를 도강해보고싶은 강렬한 욕구가 ~~~ ㅎㅎ

하늘바람 2006-09-1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님같은 교수님께 강의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실 2006-09-1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제부턴 부담없는 강의가 되겠네요~~
공부 따로 하지 않으셔도 마태님 상식만 풀어내도 학생들은 충분히 좋아할듯~~

건우와 연우 2006-09-1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학생들 첫수업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의대공부는 무서워요...

울보 2006-09-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열심히 사는모습,

가을산 2006-09-1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중나선 --> 오옷~~ 그럴 수가! --> 여러분에게도 --> 정말요? ""
이거 정말이라면 좀 심각한데요?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것 같던데.....

달콤한책 2006-09-1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마태우스님 강의 청강하고 싶어요! 오....이 알고자 하는 욕구!!!

Kitty 2006-09-1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유전학!!
저도 학부 2학년때 의예과 학생들이랑 유전학을 들었는데 정말 어찌나 진도가 빠른지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게다가 시험도 4-5일 전에 말씀해주시는 바람에 원서 200-300 페이지를 외우는 건 꿈도 못꾸고 겨우겨우 한번씩 읽기만 하고 들어갔는데 얼마나 시험이 공포스럽던지 ㅠ_ㅠ 첫 문제가 염색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중에서 17번 염색체에 동그라미 치세요.' 였던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ㅠ_ㅠ
그때 마태님같은 교수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나욧! ^^

stella.K 2006-09-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린 일? 서재질이요? ㅎㅎ 혹시 마태님네 학생들 너무 느긋한 건 아닌가요? 학생이 선생님 쫓아가야하지 않나요? 그러시다 학기내에 진도 다 못 나가시면 안되는데...
근데 오늘 선택하신 책 이미지 재밌어요. 하하.

비로그인 2006-09-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혹시 왜 이중나선인지 아시나요? 삼중,사중이면 훨씬 빠르게 대량복제를 해 낼수 있어 진화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될텐데...
훈늉한 (부)교수님에게 추천!!

아영엄마 2006-09-1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저는 DNA가 이중나선인거 알아요!! 저 님 강의 들으러 입학할까요? ^^

기인 2006-09-1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중나선'이나 '우리몸에 있다'는 마태우스님의 유머인 것 같은데용~ 맞죠?
호호
아 그리고 마태우스님 저 군대 가는거 아니에요;; 훈련만 1달 받고 나와서 공익근무 한답니다. 켜켜 그러니까 다이어트는 확실히 되겠지요!!! ㅎㅎ

비자림 2006-09-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생각하셨어요. 의욕 넘치게 하여도 학생들이 소화못할 지식이면 소용이 없더라구요. 천천히 즐겁게 가르치시길!
근데 날밤 새셨나용?^^ 무리하지 마시옵소서, 마마.

클리오 2006-09-1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가르치는 사람이 편안해야 아이들도 편안하겠죠? 몸상하지 마세요!!

또또유스또 2006-09-1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개구리 게는 어디로 갔는지 그게 궁금하다는....
열심히 사시는 님께 추천 한방을....

Mephistopheles 2006-09-1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한 유전학에 관련된 페이퍼에서 봉숭아 학당의 모습을 얼핏 봤다면
제가 이상한 거겠죠..^^

비로그인 2006-09-13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이 없으셨다면, 믿을 뻔 했습니다. 진도만 나가기보다는 수준에 맞게,(레벨에 맞게, 라고 해야할까요?), 이 학기가 끝난 뒤에는 더 많은 것을 `정말로' 알 수 있게끔 가르치셔야죠. ^^

산사춘 2006-09-14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신데 그래도 다행이어요. (이 실리 위주의 대답이란!)
"(보일러댁에 아버님 놔드리러 간) 여보, 교수님방에 라꾸라꾸 놔드려야 겠어요."

마태우스 2006-09-1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역시나 멋진 님의 답변....^^ 재치만점이어요
주드님/아 그거 조큰데요 다른 분들이 믿으시기에 뒤늦게 삽입했어요. 정말 그게 중요하죠 진도보단 남는 거!!! 생큐
메피님/저얼대 아니어요 수업 분위기 나름 진지하답니다^^
유스또님/청개구리 게는.... 바다로 간 듯합니다^^
클리오님/흑 넘 힘들어요 엉엉..
비자림님/다시 고3이 된 듯해요 잠도 잘 못자고 흑흑
기인님/잘 다녀 오시구 나중에 뵈요. 제 유머를 이해해 주셔서 감사! 믿는 분들도 계셔서요...^^
아영엄마님/서울이면 모르겠지만 천안이라서요^^
하날리님/아니어요 3중이면 더 오래 걸리지 않나요? 세가닥을 모두 복제해야 하니깐요. 지금도 한 몇시간 걸려야 복제가 끝나는데...세가닥이면...으음...
스텔라님/쓸데없는 거 안가르치구 중요한 것만 가르치면 상관 없을 듯 싶어요. 아무튼... 학생 수준을 알구 거기 맞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듯 싶어요
키티님/으음 그렇군요... 전 애들 괴롭히는 게 싫은데 그걸 낙으로 삼는 선생들도 있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제가 좋구 그 교수는 나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 젤 훌륭한 거죠 머. 전 그렇지 못하니까..
달콤한 책님/헤헤, 언제 한번 오시어요!
가을산님/조크였는데요..흑흑...설마 그러겠어요 다들 공부 잘하던 애들인데..
울보님/외모가 아름답지 못한지라 사는 모습이라도...호호.
건우님/그래도 아직 예과는 인간적이어요^^
세실님.하는 말이 그렇다는 거죠...할 건 많답니다.ㅠㅠ
하늘바람님/그, 그게요 알라딘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답니다. 마구 욕하고 있을지도......
배혜경님/도강해도 강의료 내야 되는 거 아시죠?^^ 저 강의 잘 못해요 부끄러워요
진우맘님/아이 그게 조크라니깐요 넘 겁먹지 마세요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애들, 제대로 된 의사 만들어서 내보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