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대주주의 역할은 주식이 올랐을 때 팔고, 떨어지면 다시 사는 것만은 아닙니다. 보유한 주식 수만큼의 책임을 부여받는 것이겠지요. 알라딘이 평화롭게 유지되는 데 기여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해왔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알라딘 전체를 우울하게 만들어 버린 지금에 와서는 별반 하는 일이 없었던 그때가 제 역할을 더 잘 했던 때였나 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마흔줄에 접어든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삼십여년을 산 저는 스스로를 갈수록 모르겠습니다. 전 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알라딘이 썰렁해질 것을 뻔히 알면서, 그분에게 상처가 되는 글을 왜 올렸을까요? 제 안에 있는 악마가 저를 조종이라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악마가 한 일이라도 그것 역시 제가 기른 녀석이니 제가 책임을 면치 못하겠지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제가 그날 무척이나 우울했습니다. 참담한 소개팅을 하고난 뒤여서 그랬을 겁니다. 영화를 봤고, 소주를 마시면서 엄마와 슬프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고도 많이 아쉬웠나 봅니다. 전 뭔가 분풀이 대상을 찾기 시작했어요. 하이드님의 글, 사실 별거 아니었거든요. 하이드님 말대로 제가 문제삼은 부분은 글의 주제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였지요. 하지만 그런 것에라도 분풀이를 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제 마음에 생채기가 나 있었나봐요.
여기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사실 저는 싸움닭 출신입니다. 필요한 부분만 짜깁기해서 상대를 몰아붙이던 어두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염소가 풀을 뜯는 평화로운 알라딘에서 야수의 본성이 모두 사라진 줄 알았는데, 보름달이 뜨던 엊그제 그만 그 기질이 발동이 되어 버렸습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하이드님이 서재와 안녕을 고하고 나니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다른 일로 나간 사람을 돌아오라고 설득하던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이드님, 싸울 수도 있는거지 왜 나가세요? 님을 나가게 해놓고서 어찌 저 혼자 유유히 서재질을 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지 마시고 돌아오세요. 참회하면서 지금 열심히 반성문 쓰고 있잖아요. 그 벌로 이번주까지 서재질 안할께요. 서재질을 하루라도 안하면 손이 근지러운 저에게는 3일간의 금족령이야말로 가장 큰 벌입니다. 사흘간 반성할테니 날개님 번개에서 만나서 화해합시다. 한 열대쯤 두들겨 맞을 각오도 되어 있구요, 반팔 입고 출근하라면 출근할거구, 삭발을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술 끊는 것만은 제발...), 원하는 걸 다 할테니, 돌아셔서 예전처럼 다시 호형호제하면 안되겠습니까?
제 즐찾 숫자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683분, 과분하리만큼 많은 숫자입니다. 이분들이 제 미천한 서재에 즐찾을 하실 때 가졌던 기대를 저는 어제로서 배신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그 권력을 저는 한 서재인을 내쫓는 데 썼습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 안의 악마를 몰아낼 수 있다면, 이번 일이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지요. 하이드님, 그리고 알라디너 분들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토요일 번개가 좋은 모임이 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하이드님, 그날 꼭 나와 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