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생각을 담담히 쓴 글입니다. 반론으로 가르침을 주시면 제가 꼭 즐찾에 추가하고 추천도 하겠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청계천이 다시금 복원되었지요. 연휴 3일간 200만명 가량이 그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차가 달리던 도로가 하천이 되었다는 게 신기해서인지, 청계천에 대한 향수 따위는 하나도 없는 저같은 사람도 바뀐 청계천의 모습을 보고 싶더군요. 뚝섬에 조성된 생태공원에는 사슴, 고라니같은 동물들도 풀어놓았답니다. 야밤에 밀렵꾼들이 출몰하면 어쩌나 싶지만, 도심에 숨쉴 공간이 생겼다는 것을 전 두손들어 환영하렵니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이 마음에 안드는 분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먼저 서울환경연합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친환경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짧은 기간에 볼거리에 치중해 만든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역류시킨 물을 인공적으로 흐르게 하려면 유지관리비만 연간 18억원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분들에게 묻고 싶네요. 복원을 안하고 그냥 놔두는 게 친환경이냐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동차가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것보다, 흐르는 물길을 시민들이 걷는 게 더 친환경일 것 같습니다. 유지 관리비 18억이 그리 적은 건 아니겠지만, 매주 몰릴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느낄 즐거움에 비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별반 낙이 없이 지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 얼마나 삶이 척박하면 개천을 복원했다고 저리도 많은 인파가 몰리겠습니까. 저희 할머니한테 “청계천 한번 가요!”라고 하니까 그렇게나 좋아합디다. 제가 가져다드린 지도를 보면서, 그리고 TV에서 내보내는 청계천 모습을 보시면서 “가보면 참말로 좋겠다”고 중얼거리시네요. 저처럼 삶이 재밌어 죽겠다는 사람도 가보고 싶은데, 다른 분들은 오죽하겠어요.
제가 보는 참여연대 회지에는 이런 글이 실렸네요.
“청계천 복원은 동북아에 거의 유일한 생태 파시즘 사례로 보아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다” 청계천 물이 ‘환경호르몬’인지라 “인근 주민들과 이 물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나중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환경호르몬이 무엇인지 사실 저는 잘 모릅니다. 언론에 소개되었던 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그러니 청계천이 ‘환경호르몬 그 자체’라는 참여연대의 말도 맞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 즐겁게 노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식으로 협박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머리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사시사철 자동차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는 것보다 환경호르몬이 듬뿍 들어있는 물에 들어가는 게 더 해로운지 여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교통체증을 이유로 청계천 복원을 비판합니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던 고가와 도로가 몽창 없어졌으니 차가 더 밀릴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차량 증가율에 비해 도로율이 느는 것은 한계가 있고, 복원하기 전에도 청계천은 무지하게 밀리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차가 더 밀려서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더 중요한 문제로 교통체증을 언급하면서 청계천을 비판하는 것은 자동차 중심주의의 소산입니다. 이 도시는 원래 사람들의 터전이고, 자동차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덧 그 본말이 전도되어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자동차가 점거를 해버리고, 사람들은 마음놓고 걸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3킬로 남짓한 거리지만 도보로 걸어볼 거리가 생겼다는 것, 그것 자체로 좋은 게 아니겠어요?
유명 건축인이자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김진애 씨도 청계천에 영 부정적인 듯합니다. 제가 아는 소위 ‘개혁적’인 분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청계천을 비판합니다. 그 비판들도 나름의 의미는 있을 테지만,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복원 전에 비판을 하는 거야 얼마든지 수긍할 수 있지만, 다 짓고나서 사람들이 한창 즐겁게 노는데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면 그거야말로 딴지 아닐까요. 좀 치사하지만 이런 생각까지 해보게 되네요. 청계천 복원이 대권으로 가는 이명박의 디딤돌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만일 이명박이 아니라 김민석이, 혹은 조순이 서울시장이라면, 그래서 청계천을 복원했다면 이렇게들 반대를 했을까요. 이명박이 대권을 위해 청계천을 복원했다는 거,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그 대권욕이 밀실의 음험한 거래로 귀결되는 게 아니라 이번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면 저는 그 결과를 기꺼이 향유하렵니다. 제가 강남에서 광화문에 갈 때 지하철 대신 꼭 버스를 타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회의 진보를 바라는 저는 다음 대선에서 이명박이 속한 당이 집권하지 않기를 바라며, 필경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을 지지해서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도 있고, 지금으로 봐서는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명박이 된다면 그건 청계천 복원 때문이 아니라, 지금 집권하고 있는 소위 개혁 세력들이 그간 보여준 지지부진한 행태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이명박의 지지도가 올라서 마음이 불편하다 해도, 청계천에 대한 대안 없는 비판은 그만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