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연속으로 40분에 걸쳐 8킬로를 뛰었다. 오늘 아침, 달리기를 막 끝낸 상쾌한 기분으로체중을 쟀다. 그리고는 실망했다. 체중은 오히려 이틀 전보다 늘어나 있었다. 좌절감이 든다. 5킬로 이상씩, 주당 6회를 러닝머신을 뛰는데 살은 왜 안빠질까? 먹은 거라고는 어젯밤 10시쯤 호두과자, 12시에 라면이 전부인데.
그래도 희망은 있는 걸까. 오늘 돌잔치에서 만난 친구가 날 보더니 살이 빠졌다고 한다. 일어나 보래서 일어났다.
“어? 배도 안나왔는데?”
흠, 그렇다면 지금 난, 살의 재분배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일까. 몸의 지방이 빠지면서 내 팔과 다리에 근육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리라. 남들이 보는 내 몸과 실제 체중과의 괴리는 그래서 발생하는 것일테고. 이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데, 조금 늦게온 친구 하나가 날 보더니 상처를 주는 말을 한다.
“야, 너 왜 이렇게 살쪘냐?”
그랬거나 말거나, 난 오늘 점심을 과식했다. 배가 고파서 ‘뷔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뷔페. 특정 음식 몇 개만 골라서 빠른 속도로 먹는 게 특기인 나는 그런 식으로 세접시를 먹었다. 나보다 뚱뚱한 애가 “이제 두접시도 부담스럽네”라고 하며 의자에 등을 기댈 때, 난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궁금했다. 남들은 내가 세접시 먹은 걸 알까? 시험삼아 “먹은 것도 없는데 배부르네”라고 했더니 금새 반응이 온다.
“야, 너 세접시나 먹었잖아!!”
“그것도 빽빽이 채운 세접시! 바닥이 안보이더라?”
할 수 없이 이렇게 변명했다. “오늘 이거 한끼로 떼우려고”
하지만 난 안다. 오늘 저녁에 또 뭔가를 먹을 것임을.
집에서 그다지 많이 먹는 편은 아닌 나는 이상하게 밖에만 나오면 정신을 못차린다. 불판에 구워지는 고기를 볼 때, 상 가득히 놓인 쯔끼다시를 마주할 때, 지글지글 끓는 감자탕이 앞에 놓였을 때, 난 내 체중을 잠시 잊고 먹어대기 바쁘다. 오늘 역시 우리 테이블에 앉은 애들 중 나만큼 많이 먹은 애는 없었다. 이런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난 평생 이 몸과 더불어 살아야 할 것이다. 오늘 같은 낮약속이야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살 길은 외식 자체를 안하는, 다시 말해서 술을 줄이는 것, 다행히 그 다짐은 실현되고 있다. 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던 지난주, 난 몇 달만에 일주일을 한번 마신 걸로 끝냈고, 그 전주에도 마신 횟수는 두 번에 불과하다. 이번주 역시 금요일날 마시는 게 유일한 술약속이니 3주 연속 퀄러티 드링킹(주 2회 이하로 막은 것)이 눈앞에 있다.
남 잘되는 걸 못보는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이렇게 쓰고나면 여기저기서 “술한잔 하자”는 제의가 들어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호소하련다. 제발 좀 도와주시라. 커피 마시며 얘기하면 더 좋잖아요? 날씬해진 다음에 원없이 술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