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번째
일시: 8월 2일(화)
누구와: 유부녀인 미녀 둘, 그리고 곧 결혼하실 남자분
마신 양: 맥주--> 소주
96번째
일시: 8월 6일(토)
누구와: 34세 미녀와
마신 양: 맥주만.
내가 원하는 술집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지금은 여름이니까 당연히 시원해야 한다.
2. 난 수다를 좋아하니까 조용했으면 좋겠다. 즉 음악이 안나오는 곳을 선호한다.
3. 조명은 상관없지만, 그래도 너무 밝은 건 싫다. 술마실 때 민망하잖아.
4. 종업원이 친절했으면 좋겠다. 뭐 주문하려면 눈 마주치기도 힘든 그런 곳은 싫다.
5. 합리적인 가격과 푸짐한 안주, 게다가 술은 시원해야 한다.
6. 지하라도 상관없지만, 여자들 중엔 지하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된다.
7. 화장실은 남녀 따로면 좋겠다.
뭐 대충 이런 곳인데,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비슷할 것같다. 신촌 형제갈비집 근처에 위치한 <가야>라는 술집은 위의 기준에 잘 맞는 좋은 곳이다.
1. 무지하게 시원했다.
2. 음악은 안나왔다.
3. 아주 어두웠지만, 테이블 근처만 밝아서 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4. 벨만 누르면 종업원이 2초 안에 왔다. 종업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했고, 주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안되어 다른 게 나왔을 때, 군말없이 바꿔 줬다.
5. 이집의 뛰어남은 여기에 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고, 맛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푸짐했다. 시킨 안주가 나오기 전 과자와 무를 비롯한 다른 안주를 줬으며, 메인 안주가 나온 후에도 서비스라면서 꽁치와 계란찜을 서비스라며 줬다. 밥을 안먹고 바로 여기서 시작을 했음에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이유다.
6.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지만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분위기가 난다. 이렇게 좋은 집이다보니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7. 화장실이 깨끗해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서 토요일날도 <가야>로 갔다. 거기서 새로운 광경을 봤다. 생일날 종업원들이 모여서 노래를 불러주는 거야 TGI 같은 데서 이미 본 바 있지만, 이곳의 생일축하는 아주 독특했다. 사람들에게 지지직 하고 타면서 불꽃을 파르르 내는 막대기를 하나씩 나눠주고-실내가 깜깜하니까 아주 멋있다-이게 하이라이트인데, 뿅망치를 하나씩 나눠준다. 종업원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친구들은 생일을 맞은 친구를 뿅망치로 가격한다. 세게 때리는 애들도 있는 것 같던데, 주인공은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그 아이디어가 정말이지 감탄스럽다. 뿅망치가 그리워서인지 생일파티는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맥주 뿐 아니라 소주 등 모든 술을 다 팔고, 옛날에 가끔 갔던 이화주막을 연상케 하지만-회도 팔고 낙지와 소면같은 맥주안주도 판다-거기보다 훨씬 뛰어나다. 아무리 불황이라 해도 이런 집은 잘 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그런 곳에서 먹고나면 최소한 뿌듯하긴 하니까.
* 메뉴판이 곧 계산서인데, 거기에 이런 말이 써있다. 오픈하고 지금까지 돈 안내고 도망가는 손님 때문에 손해본 액수가 총 34만원인데, 혹시 걸리면 그 34만원을 다 물릴 거라고. 그 말도 귀여웠다. 혹시 또 알라딘 번개를 한다면 장소는 무조건 ‘가야’다.
** 전화번호는 312-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