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추천사
지난번 <대통령과...>란 책을 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로부터 추천사를 받는 거였다. 딴지일보에 연재를 한 걸 모아서 책을 내는 거니 총수가 써주는 게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던 것. 마감 기일을 여러번 넘겼을 무렵 아쉬운 소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난 출판사 분에게 “그냥 다른 사람에게 받읍시다”라고 얘기했는데, 출판사 분은 그래도 기다려 보자고 날 타일렀다. 그 결과 나온 게 ‘파브르 곤충기 이후 최고의 엽기생물문학’이라는 멋진 추천사였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번 책 역시 총수와 관련이 깊다. 모 방송에서 했던 얘기들을 책으로 묶은 건데, 그 방송의 진행자가 바로 총수였다. 전화로 부탁을 드렸고, 가르쳐 준 메일로 여러번 독촉을 했지만 추천사는 오지 않았다. 그럴 분은 결코 아니지만, 지난번 추천사에 대해 답례를 안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역시나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난 더 이상 독촉하는 게 힘이 들었다.
“그냥 알라딘 분들에게 부탁하면 안될까요?”
출판사 측에서는 흔쾌히 동의했고, 난 안바쁘시고(이거 오해의 소지가 있는걸요) 친분도 좀 있고(그럼 부탁 안한 사람은 안친하단 소리?) 미모도 있는(점점 수렁에 빠지는 듯...) 분들게 복사본을 보냈다. 그렇게 모은 30자평은 책 뒷면에 깨알같이 적혀서 책을 빛내주고 있다. ‘파브르 곤충기’ 같은 기발한 말은 없지만, 나에 대한 애정은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서평들, 써주신 분들게 감사드리구, 제가 부탁 안드린 분들, 삐지지 않으실거죠?
2. 사진
책 날개에는 저자 사진이 들어간다. 외모가 판매에 마이너스인 난 사진 대신 캐리커쳐를 그리기로 했고, 아는 디자이너 분께 부탁해 캐리커쳐를 따왔다. 그걸 본 편집자, “이건 극사실화된 캐리커쳐네요” 그림을 못그린 게 아니라, 내가 너무 판에 박힌 사진을 건내준 탓이다.
나중에 검은비님이 그릴 게 없다고 하시기에 술먹다 찍은 사진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려주셨다. 편집자는 그 사진을 보더니 아주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그 사진이 책날개에 올라갔다. 검은비님은 흔쾌히 당신의 사진을 사용하게 해주셨는데, 막판에 결정된 탓에 검은비님께 감사한다든지 하는 말을 넣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자신이 그린 사진이 빠진 디자이너에겐 아직 전화 못하고 있다.
3. 제목
제목을 정하는데 아주 애를 먹었다. 여러 사람에게 “제목 좀 생각해봐”라고 부탁을 해놨지만, 원래 그런 부탁은 듣고나서 곧 잊어버리는 성질의 것, 하지만 한사람은 달랐다. 내가 박감독님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열댓개가 넘는 제목을 생각해 와 날 놀라게 했다.
박: ‘좌충우돌 의학에세이’는 어때?
나: 싫어요.
박: 그럼 ‘의학을 위한 변명’은? 지난번에 <기생충의 변명> 냈었으니 변명 시리즈로 가자구.
나; 그것보단 방송할 때 프로그램 제목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였으니까 ‘xxxx' 어때요?
제목은 그렇게, 기차 안에서 결정되었다. 이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것이, 제목에 헬리코박터가 들어간 책은 지금까지 내 책 하나뿐이다.
4. 가격
책값이 12,000원이란 말을 듣고 누구보다 놀란 건 나였다.
나: 너무 비싸지 않나요?
출판사: 요새 다 그정도 하잖아요.
나: 그래도..어떻게 천원만 깎아주면 안될까요?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나를 위해서였다. 남들이야 혹시 책을 사더라도 한권만 사면 되지만, 사재기가 직업인 나야 어디 그런가. 100권을 산다고 치면 천원만 내려가도 십만원을 버는데... 결국 인터넷서점에선 쿠폰을 발행해 판매하기로 했지만, 어차피 오프라인에서 대부분의 책을 살 나한테는 도움이 안된다.
5. 인터뷰
토요일날 라디오21과 인터뷰를 했다. 마지막 질문이 ‘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집필계획은?’이었는데, 거기에 대해 이렇게 대답해 버렸다.
[오해에 시달리던 기생충을 대중화하려는 뜻을 품고 기생충 에세이를 썼는데 안팔려서, 소설로 하면 좀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아서 그렇게 해봤지만 역시 안팔리더군요. 사람들이 기생충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닫고 헬리코박터를 우려먹는 책을 쓰기로 했던 게 이번 책으로 나왔습니다. 그간 출판사 몇 개를 망하게 한 처지에 또 책을 내면 미안할 것 같아서 앞으로의 집필계획은 현재 없습니다. 반응이 좋다고 하셨지만 그건 제가 사재기를 한 탓이구요, 이번 책이 또 망하면 앞으로는 책 안내려고 합니다]
사재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책을 못낼 확률이 점점 높아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