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4월 2일날 알라디너 20여분이 참가한 번개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이 지날 때까지, 아무도 번개 후기를 쓰지 않는다. 작년 10월에 있었던 번개에서는 참가자의 대부분이 번개 후기를 올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의 침묵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본 기자는 참석자 몇 명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먼저 로드무비님께 전화를 드렸다.
나: 저 부리 기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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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부리님 대따 좋아해요.^^ - 2005-04-0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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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핫, 감사합니다. 뭐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요, 시간 되시나요?
로드: 그럼요, 남는 게 시간밖에...
나: 혹시 번개 때 무슨 일 있었어요?
로드: 딸깍(전화 끊어짐)
나는 재차 전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 전원은 이미 꺼진 후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다음으로 번개를 주최한 연보라빛우주님을 건대 근처에서 잠복근무한 끝에 만날 수 있었다.
나: 와 우주님. 연보라빛 옷을 입으셨군요! 대따 예뻐요!
우주 : 정말요? 앞으로 계속 이 컨셉으로 갈 거예요 하하. 근데 갑자기 여긴 웬일이세요?
나: 저 지난번 번개에 대해서 여쭤볼 일이...
우주: 그 얘기라면 됐어요! 저 말고 다른 분께 하세요.
나: 그래도 우주님이 번개의 공식 주최자잖아요
우주: 저 할 얘기 없어요. 전 2차에서 먼저 간걸요.
나: 그 전까지 얘기라도 해주세요.
우주: 글쎄요. 별 일 있었나? 수암님 오셨구, 아, 동물 모양의 쿠키 스무갠가 사가지고 오셨다. 수니나라님 이 쵸코렛 만들어 오셨구, 진우맘님은 그냥 오셨고....
나: 그리구요?
우주: 뭐, 평소에 오던 분들이 오셔서 즐겁게 놀다갔어요. 그게 다예요. 제가 간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야 모르죠.
토끼같은 그녀의 눈을 보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더 물어볼라는 찰나 전화가 울렸고, 우주님은 바빠서 먼저 가보겠다고 총총히 사라졌다. 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뭔가 있다!”
나: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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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누-구세요? - 2005-04-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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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님은 잠에서 막 깬 목소리였다.
나: 저 부립니다.
서림: 부리라니, 부리가 누구야?
나: 저 알라딘의....
서림: 아, 부리님. 안녕하세요?
나: 저 여쭤볼 게 있어요. 지난 번개 때 혹시 안좋은 일 있었나요?
서림: 그, 그게...
나: 그러지 마시고 좀 가르쳐 주십시오. 독자들 알 권리도 좀 생각해 주셔야죠.
서림: 이거 제가 말했다고 하지 마세요. 그날.... 누구더라. 20대 후반이고 미녀고...
나: 하이드님?
서림: 마, 맞아요. 하이드님. 그분이 오사까에서 산 모자를 쓰고 왔는데....그 누구더라. 다리 길고, 나이보다 십년은 젊어 보이는...
나: 아, 깍두기님이요?
서림: 맞아요. 깍두기님이 모자를 한번 써보겠다고 했는데....그, 누구더라. 나이 좀 젊고, 눈이 작은...
나: 그건 에피메테우스님이잖아요.
서림: 잘 아시네요. 그분이 깍두기님한테 왜 하이드님을 괴롭히냐고...아악! 그, 그들이......딸깍.
전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사건의 핵심에 하이드님이 있었다는 걸 알아낸 게 수확이었다. 난 하이드님을 전화로 연결했지만, 전화는 계속 꺼져 있었다. 할 수 없이 하이드님 집 근처에서 네시간을 죽친 끝에, 오사까에 다녀온 뒤 더 예뻐진 하이드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나: 하이드님?
하이드: 어머나 깜딱이야! 놀랐잖아요!
나: 전화는 왜 안갖고 다니세요?
하이드: 배터리가 나간 거예요.
전에 하이드님을 만났을 때, 자기 전화는 배터리가 열흘을 간다고 자랑하던 기억이 났다.
나: 저 번개 때 썼던 모자는 어떻게 되었어요?
당혹감을 감추기 위해 책보는 척을 하는 하이드님.
하이드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리는 걸 난 놓치지 않았다.
하이드: 모, 모자라뇨? 제가 모자라다구요?
나: 그게 아니라 모자 말입니다.
하이드: 전 원래 모자 안써요.
나: 번개 때 모자를 쓰고 왔다는 증언이...
하이드: 이것 보세요 부리님. 내가 그날 머리를 안감고 간 것은 사실이어요. 그래서 머리가 떡이 되었고, 그게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일 수는 있죠. 내가 안썼다는데, 왜 나보다 다른 사람 말을 더 믿는 거죠?
나: 깍두기님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하이드: 아주 좋은 편이죠. 우리는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고 있답니다.
더 이상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다. 난 발걸음을 빨리 해 깍두기님을 만나러 갔다. 깍두기님은 집 근처 오락실에서 펀치볼을 하고 있었다. 세게 때리면 점수가 더 많이 나오는.
나: 깍두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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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맛 부리님! 이거 기사화하면 안돼요! 치카님에게 혼난단 말임미닷!^^ 전 부드러운 여자로 남고 싶어요- 2005-04-0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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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어맛 부리님! 이거 기사화하면 안돼요! 전 부드러운 여자로 남고 싶어요.
난 깍두기님의 머리에 천으로 된 모자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 웬 모자예요? 원래 모자 안쓰시는 줄 알았는데.
깍두기: 무슨 말씀이세요. 전 모자 안쓰면 요 앞 슈퍼도 안가요.
나: 그 모자 잠깐 줘보실래요? 어마, 일제네?
깍두기님은 거칠게 모자를 빼앗었다.
깍두기: 내가 일제를 쓰던, 도미니카제를 쓰던 댁이 뭔 상관이야?
나: 깍두기님, 솔직히 말해 보세요. 번개 때 무슨 일 있었죠?
깍두기: 글쎄요. 뭔 일이 있었지? 스노우드롭님이 술먹고 뻗은 거랑, 늦게 온 갈색빵님이 진짜로 커다란 빵을 하나 들고와서 사람들을 구타한 거...
바로 이 빵이다...
나: 구타라뇨?
깍두기: 아, 그거 장난 수준이었어요. 맞은 사람들은 하나도 불쾌해하지 않았어요.
빵으로 때리던 단무지를 던지던 폭력은 폭력, 평화를 사랑하는 알라딘 모임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여기에 대해 캐물으려는 찰나, 깍두기님이 갑자기 도망가기 시작했다. 달리기라면 자신있는 나, 긴 다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쫓아갔다. 시장 모퉁이를 막 돌 무렵, 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나뒹굴었고, 의식이 점점 흐려져왔다.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서도 난 두 남자가 나누는 말을 기억할 수 있었다.
남자1: 이봐 로렌초! 너무 세게 때린 거 아냐?
남자2: 머리가 단단해 별 일 없을거야. 마녀 당신은 단비랑 실론티 나 잘 단속해.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어느 주상복합 건물의 옥상에 누워 있었다. 지폐가 가득 든 지갑과, 내 것이 아닌 구형 휴대폰이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터덜터덜 집에 가는데 그 휴대폰이 울렸다.
나: 다, 당신 누구야?
남자; 몸 조심해라. 우리가 보고 있다.
오싹 공포를 느낀 나는 횟집에 가서 낙지 한마리를 통째로 먹으며 화풀이를 했다. 진실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저희 뉴스레터는 용기있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상 부리였습니다 (마부리 boori@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