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지도학생 모임에서 말도 없이 앉아만 있는 학생을 봤다. 가끔 말을 시켜도 잘 못했고, 그나마 한 말은 전혀 웃기지 않았다. 난 모임 때마다 그 학생-이름을 알파라고 하자-을 격려했고, 이제 본과 3학년이 된 그 학생은 제법 웃긴다. 초장을 그릇에 담아서 주는 그 횟집에서 초장 그릇을 내밀며 “원샷!”을 외칠 정도면 어느 정도는 된 거 아닌가? 내가 썰렁한 유머를 했을 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녀석의 표정을 보면서 난 제자를 기른 보람을 느꼈다.


4년 전 마지웅(가명)이 처음 모임에 나왔을 때, 난 그가 참으로 귀엽게 생겼다 싶었다.

‘내가 저 얼굴이었으면 천안은 내가 접수하는 건데’

여자애들에게 사랑받을 얼굴, 가끔씩 짓는 선한 미소, 난 외모를 타고난 그가 부럽기만 했다. 문제는 그가 전혀 유머가 없다는 것. 지웅이가 그런 것에서 완전히 초연했으면 모르겠지만, 지웅이는 누구보다도 웃기고 싶어했다.

“선생님, 저도 선생님처럼 웃겼으면 좋겠어요”

난 나만 믿으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꼭 쥐었다.


일취월장하던 알파와는 달리, 지웅이의 발전 속도는 더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발전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노력은 굉장히 하지만, 나오는 말마다 다 날 쓰러지고 싶게 만들었다. 나아지겠지, 그래도 내 제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어제 만난 지웅이의 모습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웅이는 어제, 최고 유머를 10으로 놓고 매기는 유머점수에서 한차례도 2.0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했음에도.

“어제 미팅을 나갔는데요, 저보고 재미 없데요”

그 말을 듣고 상처받았을 지웅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외모에 유머까지 겸비한다면 천하무적이겠거늘. 지웅이에게 여자친구가 없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다른 것도 다 그렇지만, 유머는 타고나는 측면이 있다. 일반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신동엽이 될 수 없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노력만 열심히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될 수 있는 게 또 그 세계다. 재능이 없기로 따진다면 나만한 사람이 또 있겠는가. 하지만 난 피나는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렀고, 어제 수업 시간에도 무려 다섯 차례나 웃겨버렸다. 그런데 지웅이는 왜 그럴까.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은 과연 있을까.


유머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구성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유머에 뜻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전혀 유머에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말을 할 때마다 “안웃겨!”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말할 맛이 나겠는가. 가수건 배우건 개그맨이건 나오는 사람 모두에게 유머를 요구하는 TV가 작금의 사태를 만든 주범이 아닐까 싶지만, 우리 사회가 TV와는 좀 달랐으면, 유머보다는 외모와 몸매같이 인간적인 면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결론이 어째 좀.....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5-03-2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혀 재능도 없고 쪼금치도 노력도 안합니다.
아주 가끔 정말 진지하게 저의 속 생각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아름답게설파하면 다들 웃기 시작합니다.
어디서 잘못된걸까요.?
사람이 진심을 애기하면 좀 황당해도 그래도 좀 들어주는 척 하는게 예의 일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클리오 2005-03-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가 인생의 하나의 목표시군요. 혹 수업 들어가실 때마다 오늘은 몇 번 웃겼나 세고 계신거 아니신가요? ^^ 그 꽃미남 친구.. 차라리 책을 읽어 진지함을 기르는게 낫지 않을까요.. 꽃미남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한번 웃어주고, 한마디 툭 던지는게 '천안 접수'의 비결이 아닐런지요.. 없는 유머하려고 힘쓰지 말구요... ^^

울보 2005-03-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자신없는 사람은요,,
유모도 안되고 그렇다고 외모와 몸매도 안되고,,,
아!!!!!!!!!!나는 어쩌라고요,,,,님은 행복하시겠네요...

paviana 2005-03-2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꽃미남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씩 한번 웃어주면 됩니다.
더 몰 바라겠습니까?
꽃미남이 유머까지 겸비했다면 ....신이 잠시 외출중이라고 생각될겁니다.

▶◀소굼 2005-03-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저도 있으니까 괜찮아요;;

chika 2005-03-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지 않은 사람이 웃기려고 하는걸 보면 안쓰럽습니다. 유머라는 것은 생긴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오는거 아닐까요? 그..마지웅군 역시 마지옹처럼 웃기려면 성공못할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아~어쨋든 저는 마지웅군으로서 유머를 겸비할 날을 기대해보렵니다. ^^

oldhand 2005-03-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는 타고 나야 하는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노력을 해서 일정 수준에는 올라갈 수 있지만, 타고 나는 만담가들에게는 적수가 되지 않더군요. 제 주위에는 이러한 선천성 고수들이 꽤 많은 편인데... 같이 지내다 보면 많이 배울수는 있지만 좌절도 많이 하게 되지요.. 저도 "일반인"들 틈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편인데.. 고수들 옆에서는 말 할 타이밍 잡기도 힘들어요.. T_T

날개 2005-03-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미남은 유머가 필요없다는 말에 한 표..^^

연우주 2005-03-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그저 잘 생기기만 한다면야...^^ 유머 따윈 필요없는데요! 이런! 저한테 넘겨주세요! ^^

연우주 2005-03-2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리고 제 번개 공지 글 퍼가주세요!

진주 2005-03-2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 외모나 몸매같은 인간적인 면보단 차라리 유머를 추구하는 편이 훨 낫다구엽!!!(버럭버럭)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제일 인기 있는 두 사람을 보라구요,
마태님과 부리님이라고 또 있는데 그 분들이 뭐 외모가 출중해서
인기짱인건 아니잖아엽....역시 유머....(어째 괜히 화를 내고 있네??)

숨은아이 2005-03-2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서 막 웃어버렸어요.) 그런데 저기저기, 그러니까 지도학생들한테 지도하시는 것이 주로 유머여요?

stella.K 2005-03-2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책이 있었네요. 그래서 보관함에 넣었다는...근데 전 잘 생긴 사람 싫어요. 못 생겨도 웃기는 사람이 편하고 좋지. 그래서 제가 마태님을 좋아하는 건데, 오늘 제 페이퍼에 쓰신 마태님의 댓글은 쫌 그랬어요. 저는 고품격 유머를 원하거든요.ㅜ.ㅜ

2005-03-30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rysky 2005-03-3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저주받은 유머감각을 가진 꽃미남을 좀 알아서 하는 말인데요..
얼굴만 뜯어먹고는 1년을 못 갑니다. 옆에서 무지 괴로어요... -_-;;;
그러니 마지웅 학생, 좀더 분발을!! 자넨 할 수 있어!! 아자아자!!

2005-03-30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3-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복돌님/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어케 댓글 달던 중에 잠이 들 수가 있는지....^^
스타리님/ 스타리님 같은 분이 좀 도와주신다면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겁나게 오랜만이어요!!
속삭이신 수x님/외모 따지는 게 어케 제게 불리한 쪽입니까^^ 글구 제 주장이 그겁니다. 꼭 웃길 필요가 있느냐.... 우리 사회가 나쁘다 이런 얘기요. 언제 님의 유머를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모델처럼 나온 사진을 보니 만나는 게 무섭다는....^^
새벽별님/스타리님 댓글을 참고하세요. 1년을 못간답니다
스텔라님/어머 방귀 얘기 안웃겼어요? 피, 치, 안놀아-- 제 야심작인데..
숨은아이님/네 그렇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유머를 찾아내 발전시키도록 도와줍니다
박찬미님/어머 제 외모가 어때서요? 부리 녀석이야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외모보다는 유머, 유머보다는 인간성, 이게 님과 제가 같이 추구하는 거 맞죠?
우주님/그 꽃미남 이제 겨우 스물셋입니다. 우주님에게 넘기면............생각좀 해볼께요.
날개님/혹시 웃기는 꽃미남 보시면 꼭 제게 알려 주세요^^
올드핸드님/어머나 님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면 유머 내공은 금방 향상될 것 같은데.... 전 주위에 안웃기는 애들 천지라 제가 맨날 골목대장 했어요. 강호에 나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치카님/사실 자기 스탈에 맞는 유머가 좋다고 말을 하죠. 근데 공통적으로 웃길 수 있는 기술도 있어요. 그걸 기본으로 갖추고 자기 유머를 접목시켜 나가야죠 자기 스탈 찾다가 세월 다 갑니다
소굼님/님은 젊으시잖아요. 이제부터 하심 안늦습니다
파비아나님/꽃미남도 가끔은 웃겨야 한다는 데 한표!
울보님/제 외모와 몸매는 사실 좀 그렇습니다. 울보님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우리 지금부터 시작합시다. 오년 후에는 유머로 따졌을 때 알프스 정도는 되어야죠...
클리오님/그런 게 처음엔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안그렇습니다. 가끔은 웃겨야 한다니깐요! 걔도 그렇게 하다 안되니까 웃기려고 한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날라이님/그럼 진지한 컨셉으로 나가시는 게 어떨런지요...님은 유머의 완성 단계에 있는 분이라 제가 섣불리 조언하기 어렵습니다


stella.K 2005-03-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이하학이잖아욧! 형이상학을 원한다구요!

북극곰 2005-03-3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고등학교때 유머의 달인이었다던 친구와 마태우스님을 비유하여, 모짜르트와 살리에르라고 쓰셨던 페이퍼 생각이 나네요. 그 페이퍼를 보고는 이 서재를 즐겨찾게 됐습죠.ㅋ하하하~~ 너무 귀엽잖아요!

maverick 2005-03-3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보다는 외모와 몸매같이 인간적인 면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으하하 역시 마태님 유머는 짱!

마태우스 2005-03-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님/부끄럽습니다. 님의 댓글도 짱!
에슬리님/호호 살리에르와 모짜르트....호홋 그때 그 모짜르트는 유머가 많이 죽었더군요. 저의 승리죠!
스텔라님/알겠습니다. 제가 언제 고차원적인 유머를 선보여보죠

하얀마녀 2005-04-1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하하하. 대단한 결론입니다. 저도 웃기는 사람은 뭔가 타고나는게 있다고 생각해요.